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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작지만..

by 일본의 케이 202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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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이 되니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이 거셌다. 베란다에 얼굴을 내밀어

보던 깨달음이 완전 겨울처럼 춥다며

외출복을 가죽점퍼로 바꿔 입었다.

낮은 25도 아침과 저녁은 15도, 기온차가 심한

요즘인데 오늘은 비까지 와서 체감온도는

상당히 춥게 느껴졌다.

  전철을 탈까 약간 망설였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는 통에 그냥 택시를 타고 교회를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 더 늦추면 안 될 것 같아

거실과 각자의 방을 겨울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청소기는 깨달음이,  밀고 닦는 건 내가 맡아

척척 빠르게 겨울용 카펫을 바꾸고

침대에도 새 옷들을 입혔다.

[ 깨달음, 옷도 다 바꿨어? ]

[ 아니,, 그건 저녁에 하려고,,,]

[ 그래..]

[ 그럼, 세탁기 돌릴 거니까 세탁할 거 내놔 ]

세탁이 끝날 무렵부터 점점 비가 그치기 시작해

 베란다에 나가 옷가지들을 같이 널며

마지막 집안일을 마쳤다.

서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완전히 비가 그친 걸

확인하고서 집을 나섰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는데 와인도

한 잔씩 걷들이기로 했다.

깨달음은 회사 여직원인  미우라(三浦)상이

폐렴으로 입원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리면서도

그녀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과  어떻게

나눠서 마감에 맞춰야 하는 게

좋은지 메일을 자주 보내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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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걔가 원래 건강한 애인데 40대 되면서

여기저기 병원을 자주 다니더라고.

당신도 40대 되면서 그랬잖아,,

여자들만 그러나?

나는 40대 때는 전혀 문제없다가.,60대가

되고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는데..

원래 인간은 40대 때부터 노화가 시작돼서

그러겠지? ]

[ 걱정이네.. 근데 며칠 입원 중이야? ]

[ 일주일에서 2주라고 병원에서 그랬는데

일이 바쁘니까 일주일만 하겠다고 했대 ]

[ 폐렴은 잘 고쳐야 하니까 일주일로 안 끝날 걸]

[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일을 분담시키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도 다 맡은 일이 있어서

내가 거의 대신해야 될 것 같아 ]

깨달음은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에 관해

최상급에 준하는 대우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직원들이 아프다고 하면 왠지 

자기 잘못인가 싶고 그런단다. 올 2월,

회사를 이어나갈 야마무라(山村)상이

심부전으로 긴급입원 했을 때도 간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이번에는 여직원이 입원하니까

 나이 탓인가,,, 환경 탓인가,,, 

단순히 자기 회사 탓인가,, 싶기도 하고..

도무지 모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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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무라(山村) 상은  많이 좋아졌어? ]

[ 유전적인 거여서 그냥 조심조심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그 직원 일도 반 이상 하고 있는데

또 여직원 일까지 해야 돼서 머리가 아파..]

  미팅도 대신 가야 하고 직접 거래처도

다녀야 해서 스케줄이 빼곡하게 찼단다.

[ 그러다 당신도 쓰러지면 안 되니까

조금 더 나눠서 하지 그래..]

[  다른 직원들도 스케쥴이 꽉 차 있어서 

할 사람은 나 밖에 없어..]

내가 건축과를 나왔으면 자기가 훨씬 

수월했을 텐데 왜 인테리어 공부를 하다가

말았냐며 괜히 내게 트집을 잡았다.

지금이라도 건축 디자인을 해 볼 생각 없냐며

공부하면 잘할 거라고 바람을 잡았다.

그 어떤 공부도 이제  더 이상 안 하기로 했고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시각디자인 부분이라고 해도  조금만

공부를 하면 건축도 쉽다면서 금방 해낼 수

있을 거라며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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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시 한번 정중히 거절을 하고

커피숍에서 깨달음이 먹고 싶다는

과일파르폐를 주문해 줬다.

[ 깨달음,, 이것 먹고 기운 내..]

[ 고마워.. 근데 오늘 나 도면 치느라고

날을 세야 될 거야 ]

[ 그니까 이거 먹고 힘내서 일해 ]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잠시 나를

째려보더니 커피도

한 잔 더 시켜 달라고 했다.

깨달음은 눈동자를 돌려 째려보는 걸

못해 눈은 가만히 두고 고개를 돌려서

째려보는 얼굴을 만드는데

그 모습이 나는 웃기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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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간 깨달음이

겨울용 옷을 바꾸면서 내일은 도쿄 끝자락

시골에 있는 현장에 가야 해서 

두꺼운 양말을 찾고 있다고 했다.

난, 주방으로 나와 계란이 삶아지길 기다리며

잠시  인테리어 공부를 하기위해

학원을 다녔던 20대 후반, 그 때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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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건축일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보니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어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다른 걸로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깨달음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샌드위치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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