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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한국의 추석,,남편이 변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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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예약해 둔 병원에서

대상포진 2차 백신을 접종했다.

두 달전 1차를 맞고 일주일 내내

38도까지 올라가는 고열과 두통,

오한까지 상당히 힘들어 이번에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느냐 물었더니

1차보다는 덜 하겠지만 증상은 같을 거라며

 해열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한다.

나는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대체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와 15분간 휴식을 취하라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빈 의자에 앉아

오늘 스케줄을 정리했다.  

1차 때도 그렇듯, 발열이 시작된 건 

주사를 맞고 7,8시간 후였으니  열이

오르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미팅이 있는 곳에 먼저 가서

아침 겸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우연히 가족들끼리

자신만의 소울푸드가 뭔지 얘기를 했었다.

큰 형부가 소울푸드가 뭐냐고 그래서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갔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좋고, 

 늘 습관처럼 찾게 되는 자신의 최애 음식도

괜찮다고 하니까 한참을 고민하셨다.

 엄마는 육개장, 큰 언니는 동태찌개,

작은 언니는 칼국수, 여동생은 불고기,

딱 하나만 골라야 하냐고 고민하던

큰 형부는 해물탕이라고 했고

작은 형부는 김밥이고

  나는 삼계탕이었다.

지금까지 한국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먹는 게

항상 삼계탕이었고 언제나 삼계탕은 

풍성한 만족감을 얻게 해주는 음식이었다.

이 가게는 검색에 검색을 걸쳐 겨우 찾은

삼계탕 전문점인데 환승이 두 번이나 필요한

위치에 있지만  올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국물 한 방울까지 다 긁어먹은 후

미팅 장소에 갔는데 1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1시간을 채우지 않은 이 미팅이 굳이 필요한가 

싶다가도 꼭 이렇게 하길 원하는 일본만의

스타일을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주문한 택배를 받고 마트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먹을 간편식들을 몇 가지 사들고 왔다.

그리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청소를 마저 했다.

아침에 정리하다 만 책상과 버려두려고

모아둔 재활용품을 다시 묶고 

책과 잡지도 꺼내 분리시켰다.

한국은 곧 추석이라며 언제 오냐고

후배가 보낸 카톡에 여긴 그냥 평일이고

난 11월에나  갈 것 같다는 답신을 했다.

추석이구나... 거의 매년 이곳에서

추석과 설에는 명절 분위기 맛보기 위해

음식들을 했는데 올 해는 생략할 거다.

깨달음에게 물으면 그래도 명절인데

해야 하지 않냐고 할 것 같아서 아예 한국이

추석이라는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작년에는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추석이다 보니 깨달음에게 의미가 있었지만

올 해는 그냥 넘어가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밑반찬을 만들고

있는데 깨달음이 몸상태가 어떠냐고 연락이 왔다.

슬슬 두통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더니

저녁을 밖에서 먹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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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요즘 외식이 잦아졌다.

둘이 먹는다고 준비하는 것보다 밖에서

 먹는 게 저렴할 때도 있고  서로의 상태나

상황을 파악해서 편한 쪽을 선택하고 있다. 

[ 해열제 받았어? ]

[ 아니, 집에 있길래 안 받았어 ]

[ 얼음팩은 준비해 뒀어? ]

[ 응, 두 개 얼려뒀어 ]

[ 내일부터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 테니까

당신은 그냥 쉬어 ]

[ 응, 도시락용 빵이랑 샌드는 준비해 뒀어]

[ 그래? 고마워 , 아,,, 한국 추석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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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데 깨달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일모레인데 그냥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라고 선수를 쳤더니 귀찮으니까

하지 말라며 삼계탕 맛집을 자기가

찾아놨으니 주말에 먹으러 가자고 했다.

[ 당신,, 혹 추석 상차림 기대하지 않았어? ]

[ 아니야,, 추석 아니어도 자주 먹잖아, 

잡채랑 전이랑 갈비 같은 것도,,

 내가 요리는 안 하지만 음식 하는 게

상당히 손도 많이 가고 고생이잖아.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싶은 거 사 먹는 게

당신도 나도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

[ 내가 지금 아파서 그렇게 생각했어? ]

[ 아니..세상에 맛집이 너무 많아서

거기 다 찾아가 먹은데도 시간이 걸려,

그리고 외식이 여러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일단, 당신이 편하잖아, 그게 우선이지 ]

 [ 집밥을 고집하던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

줘서 좀 의외이면서 고맙네 ]

[ 그래도, 설날에 떡국은 해 먹어야지 ]

[ 떡국은 당연히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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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부터 난 열이 나기

시작했고 주사 맞은 부위가 부어올라

빨갛게 발진이 되어 있었다.

얼음팩과 물, 그리고 해열제를 한 알 먹고 

누웠다. 확실히 1차 접종 때보다는 수월한 것

같은데 점점 체온계가 올라가는 걸

보니 약간 겁이 난다.

3일정도는 고열로 힘이 들테니 잘 버텨보고

열이 가시면 깨달음이 찾아 뒀다는

삼계탕 먹으러 가야겠다.

그러고보면 깨달음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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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추석이네요.

음식 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지 마시고

귀성길 운전 조심하세요.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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