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며 생각을 정리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8. 7. 6.
728x90
728x170

이마트에 도착해서보니 오픈하는데 10분이나

남아있었고 깨달음은 마치 이 근처 사는

동네 아저씨처럼 이주의 세일목록이 적힌

찌라시를 들고 한참 그림을 보면서

돼지고기가 싸고, 바나나도 싸다며

 내게 보라고 내밀었다.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이유는

깨달음 속옷을 좀 여유있게 사기 위해서였다.

온 김에 간식도 좀 살요량으로 지하에 내려갔는데

수박 포장이 아이디어 넘친다며

 수박을 들고서는 옆으로 뚫어지게

보다가 앞으로 돌려 보기를 반복했다.

[ 진짜 영리해,,한국사람들,,편리함을 

추구하는데는 세계 1위인 거 같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앞서 가,,,]

또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마트를 나오자 잠시 비가 멈췄지만

산굼부리를 향해 달리는데 안개와 함께

비바람이 불어 꽤 오랜시간 비상등을 켜고

서행운전을 해야했다.

조수석에 앉은 깨달음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 앞이 하나도 안 보이네..무서워....]

[ 응,,,운전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어...]

[ 집에 있을 걸 그랬나.....]

[ 괜찮아,,어차피 왔으니까 천천히 가면 돼..] 

나 뿐만이 아닌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운행을

하셔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악천후였지만

그렇게 겁이 나진 않았다.

예정시간보다 20분이 늦게 도착한

산굼부리에서 매표소 직원이 안개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올라가실 거냐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깨달음이 좀 주춤거렸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올라가야될 것 같아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 횬수기(현숙이)~~~안 보여요~~]

[ 까불지말고 저기 그네에 앉아 봐~]

[ 싫어, 다 젖였어 ]

[ 알아, 그래도 기념으로 앉아 봐 ] 

앉은 시늉만 하고 얼른 빠져 나온 깨달음은

정상에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음

입김을 모아 강하게 내뱉었다.

[ 내가 세게 불어서 이 안개를 다 걷어 버릴게 ]

[ ...............................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산굼부리의 모습을

맑은 날 찍어 놓은 사진을 통해 

 구석구석 볼 수 있어서 그래도 만족했다.

다음은 제주민속촌으로 향했다.

지난번 갔던 성읍민속마을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서인지 보존상태가 그대로이지 않고

주거에 편한게 개조된 옛집들이 많아

아쉬워했고 옛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 된

이곳을 다시 오고 싶어했다.

[ 여기야, 여기, 여긴 옛날 그대로야~

처음부터 여기로 올 걸 그랬어~]

집안에 들어갈 때마다 [ 안녕하세요~]라고

마네킹에 인사를 했고 입구에서부터 마당, 마루, 

안방, 화장실, 동선거리를 생각하며 또 한장, 

뒷간, 뒷마당, 사랑채 등 제주도의 건축적 특성에 

관한 설명을 덧붙여가며 고여있는 빗물로

 질퍽거리는 마당을 아무렇지 않게 가로질러 

꼼꼼히 사진을 찍는 깨달음 모습에서 

건축가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 진짜 돼지가 있어.이 돼지가 똥 먹는다는 돼지? ]

[ 응,,옛날에는 똥을 먹었나 봐,,]

[ 그럼, 지난번 먹은 흑돼지 삼겹살도

진짜 똥 먹은 거야? 그래서 맛있었을까? ]

[ 요즘은 안 먹이지.흑돼지 자체가 맛있는 품종이야]

곤히 자고 있는 흑돼지를 깨달음이 

의심스런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다음은 주막에서 파전과 막걸리로

점심을 먹는데 비가 쏟아졌고 깨달음이

국수가 먹고 싶다고해서 주문한

감자칼국수가 자기 입맛에 맞았는지

좀처럼 마시지 않는 국물을 그릇채 들고 

 마시면서 주방쪽 아줌마에게 엄지척을 해보였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피곤해서 잠시 안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쉴 거라 했던 

깨달음이 울고 있었다.

[ 왜 울어? ]

[ 노래가 너무 슬퍼,,,,흑흑흑 ]

[ 아,,,]

[ 저 프로 언제 생긴 거야? ]

[ 몰라,,세계 각국을 돌면서 버스킹 하나 봐,,

근데,, 오늘이 마지막이여서 슬픈가...]

긴 어게인이라는 프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왜 깨달음이 울게 되었는지 상황파악이

안 되서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 가사를 알 턱이 없는데

맬로디만으로, 그리고 가수의 목소리만 듣고도 

저렇게 슬프게 우는 걸 보면 깨달음은

탁월한 감수성 소유자이며 

아주 감성적인 사람임이 분명했다.


저녁식사는 먹고 싶었던 육회에 삼겹살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용두암을 갔다 마린다호텔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 우리는 주상절리에서

마지막 제주도 관광을 끝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라운지에 들어가기 전에 선물코너를 

깨달음이 기웃겨렸다. 뭘 사고 싶냐고 물었더니

하루방이라고 했다.

 깨달음은 돌하루방을 볼 때마다

 마음에 든다며 큰 사이즈의 하루방을 현관 앞에

놔두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리고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악수를 청하고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자기 이름은 깨달음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이 짠해서 사주고 싶었지만

 큰 사이즈는 제작주문을 해야되고 일본까지

운송하는데 여러 문제와 복잡한?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 어땠어? 일주일간의 제주도는? ]

[ 너무 너무 재밌었어 ]

[ 더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 있었어? ]

[ 아직도 많지, 한라산도  올라가야 되는데

못했고,,말쇼도 한번 더 보고 싶고,,

우도도 못 갔고, 여기저기 갈 곳이 많지...

당신은 한달살이 어땠어? ]

[ 음,,좋았어..]

[ 뭐가 가장 좋았어? ]

[ 먹고 싶은 걸 바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꼈어~]

[ 다음에는 광주에서 한달살기 해 봐 ]

[ 진짜? ]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깨달음의 제안에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



[ 응, 잠깐 한국을 다녀갈 때는 못느꼈던 건데

이렇게 한달살기를 하니까 느낌이 완전 달라,

광주에서 한달살기 해도 괜찮을 것 같애,

그렇게 살아보다가 괜찮은 곳에서 노후를

 보내면 좋을 것 같애,,,]

[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조금씩 체험살이?를

해보는 거야? 여기저기서?  ]

[ 맞아, 어디가 좋은지 살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나대로 한달간의 제주생활에서 얻은 게

많았고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집안 행사로 

방문하는 한국과 온전히 휴양으로 온 한국은

기분부터가  달랐는지 아주 만족해했다.

광주에서의 한달살기를 해야할 이유가 

 아직까지 확실치 않지만 귀국을 위한 준비라

생각한다면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귀국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본

뿌리를 내릴 것인지 사람일이라는 게 

몰라서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아무튼 

제주도의 한달살기는 여러의미에서 내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주었다. 

안녕 제주도, 고마워 제주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