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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부모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한다

by 일본의 케이 202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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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난 이곳은 매일 습한 공기와

텁텁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 탓에 입맛이 없어진 건 나뿐만이 아닌

깨달음도 마찬가지었다.

개운한 게 먹고 싶어 찾은 일식집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까지

 관광지로 둘러본다고들 하던데 우린

그들을 보며 젊음이 좋긴 좋다는 말을 했다.

가게 내부를 휙 한번 둘러보던 깨달음이

부모님이랑 같이 관광 온 사람은 한 팀도

없다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부터 깨달음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카네(赤根)상이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게 됐는데

그만큼 일을 잘하는 친구를 못 구해서

일이 밀리고 있는 상태란다.

20년 전부터 깨달음 회사 일을 해왔던

아카네 상은 누구보다 3D도면을 잘 치고

일 손이 빨라 무리한 스케줄을 부탁해도

 항상 차질없이 잘 맞춰졌단다.

[ 나도 알아,  회사 연수 때 싱가포르 같이

갔던 분이잖아, 콧수염 있던.. ]

[ 맞아, 그 콧수염이 아카네야 ]

아카네 아버지가 노환으로 쓰러지면서

주변에 사는 친척분이 아카네에게 연락을 해서

아버지를 돌봐야 하지 않겠냐고 다그쳐

급하게 시골에 내려갔단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시골에

내려가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늙으신

아버지를 돌보며 시골에서 같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바로 깨닫고 일단

아버지를 맡길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단다.

외동아들인  아카네는 자신에게 닥친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다는 심정으로

왜 자기가 희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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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에 몇 번 등장했던 깨달음 선배도

홀로 계신 아버지를 모시려고

도쿄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

내려가  살았던 일이 있어 아카네에게

그 얘기를 해줬더니 자발적으로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케어와

자신의 입장은 다르다며

원래 연락도 잘 안 하고 살아왔는데

부모라는 이유로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게

억울하다는 식의 뉘앙스였단다.  

자신을 낳고, 키워주신 부모라는 생각보다

마치 남의 일처럼  냉정하게 말을 하더라며

그래도 부모님이지 않냐는 말도 못 꺼냈단다.

부모와의 연대관계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또 자식이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냐 없냐에 따라 부모를 향한

대우가 크게 좌우된다며 아카네 말을

100% 동조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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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네가 자기도 내일모레면  60이어서

노후를 생각해야 되는데 90이 다 된 아버지를

케어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그렇다고 월 30만 엔(약 280만 원)씩

요양비를 내는 것도 부담돼서 못하겠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러길래

돈이 안 되면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

없지 않겠냐고 그랬어 ]

 [ 그 말은 요양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같이 살면서 돌 봐라는 거네 ]

[ 그렇지, 요양비를 못 내면 그것밖에 없잖아 ]

[ 아카네 상은  뭐래? ]

[ 아카네는 돈이 최대한 적게 드는 요양 시설을

찾을 생각이래, 내가 봤을 땐 아카네가 

어느 정도 경제력은 있는데 부모한테

돈 쓰는 게 싫은 것 같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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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를 맹목적으로 모시고

섬기는 시대는 아주 먼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부모는 자식에게 노후를 바라서도 안되고

오직 독자생존이라는 비장함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부모자식 간에 어디까지, 언제까지라는

전제로 선을 긋고 싶어지면 이미

그 관계는 지속력을 잃게 된다.

 

반백년을 살아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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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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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이 있다고 효도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어떠한 부분도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식들에게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우린 작년에 돌아가신 시부모님을 떠올리며

두 분께서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의 자산으로 마무리하시고

떠나신 것에 대해  거듭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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