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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by 일본의 케이 202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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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야, 잘 있어? 여긴 너무 덥다,

거기도 덥지? 오늘 참외 먹다가

너 생각나서.. 니가 참외 좋아하는데

거기서 못 먹었다고 그랬잖아 ]

[ 아니야, 지금은 코리아타운에서 팔아, 

근데 요즘 넌 무슨 반찬 해 먹어? ]

[ 반찬? 음,,별 거 없어, 그냥 있는 거 먹지]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

난 무의식적이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같은 질문을 한다.

[ 무슨 반찬에 먹었어? ]라고

그러면 누구는 남편이 좋아하는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두릅이

많이 나와서 두릅을 삶았다기도 하고 누구는

오징어볶음을 했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밥 하기 귀찮아 집 근처에서

닭볶음을 시켜 먹었다고 한다.

난 한국에서 돌아온 후부터 무슨 이유인지

체중이 줄고 있다. 더워지면서 입맛이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싶은데 어제는

거울에 비친 내 몰골에서

언니들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깨달음이 뭐 먹고 싶냐고 묻길래 동태탕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당황스러워하더니

코리아타운에 없냐고 되물었다.

[ 없어. 당신은 입맛 없을 때 뭐가 먹고 싶어? ]

[ 음,, 나는 입맛 없는 적이 별로 없는데..

힘 빠지고 기운이 없으면 나는 장어를 먹지 ]

[ 그래.. 당신은 장어를 좋아하니까..]

지난달, 서울에 있을 때 난 비가 내리는 날은

동묘시장에 있는 동태탕집을 찾았다.

얼큰한 국물에 약간 간이 베인 동태살을 

떠서 같이 먹으면 참 맛있었다.

 

그날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었는데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리면서 식당 앞 골목에

긴 줄이 생겼었다. 기다린지 30분쯤

기다렸을 무렵, 앞에서 누군가가 줄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세상에.. 밥 먹을라고 줄을  서고 난리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줄 서 있는 바보 멍청이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봤더니

70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쪽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 그렇게 배가 고프면 집에 가서 먹어,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인디 그것도 모르고,,,쯧쯧.

이렇게 기다릴 시간에 어머니한테 가서

밥 주라고 그래서 먹어봐라, 얼마나 맛있는지.

그러면 어머니도 좋아하고 밥도 맛있고

그럴 것인디 부모님 집에 갈 시간은 없고

여기서 밥 먹으라고 계속 기다리고 있어!!!

생각이 있는 것들이여 없는 것들이여!!!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어머니가

차려 준 밥인 것을 모르고  아이고,,

세상에.. 미쳐서 돌아가서..이렇게

몇 시간째 줄을 서고 자빠졌어.쯪쯪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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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 있는 사람들이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등을 돌렸고

내 앞 커플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지금은

동태탕이 먹고 싶고, 자신의 엄마는

동태탕을 못 끓이니까 여기서 기다리는

거라며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다.

이렇게 기다릴 시간에 부모님한테 가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그게 최고라는

아저씨 말에 왠지 뜨금한 건 나뿐이었을까..

아저씨가 개탄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사라지셨는데도

그 여윤이 계속해서 남았다. 

 우리 집 냉장고엔 지난번 한국에서 가져온

파김치와 묵은지가 아직 조금 남아있다.

아껴 먹느라 식탁에 올릴 때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엄마를 떠올린다. 특히

파김치는 엄마 텃밭에서 나온 것이다 보니

 더 귀한 맛이 난다고나 할까..

깨달음은 이렇게 가늘고 작은 파를

다듬느라 고생하셨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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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어야 입맛이 다시 살아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던 날 저녁, 깨달음이 멜론을 사 왔다.

입맛 없을 땐 좋아하는 과일을 먹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 같고 동태탕은 자기가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못 찾았단다.

[ 깨달음, 고마워. 원래 동태탕은 겨울철에

먹는 건데 그 집은 사계절 오직 그 메뉴만 팔거든,

그래서 그냥 갑자기 먹고 싶었던 거야, 

당신.. 정말 8월에 일주일 살기 할 거야? ]

[ 응, 지금으로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니까 당신도 그때까지 참았다가

나도 그 동태탕집에 데려가 줘 ]

[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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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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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이번에 가게 되면 낙지호롱,

주꾸미샤부샤부를 먹을 거고

광주에 가서 어머니에게 홍어찜을 

해달라고 할 거란다. 원래 꼬막이 먹고

싶은데 꼬막은 제철이 아니니까

홍어로 대신한단다.

[ 당신도 엄마 밥상이 그리워? ]

[ 나도 안 먹은 지 오래됐지..]

[ 그래 맞다..]

코로나로 3년간 못 가고 작년에 갔을 때도

지난달에도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전부 외식을 했으니 장모님 밥상을

안 받아본지 꽤 된 게 맞았다. 

[ 깨달음, 어느 아저씨가 그러는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어머니 밥상이래.. 당신도

어머님이 차려준 밥상이 그립지? ]

[ 그건 맞는 말인데. 우리 엄마는 요리가

별로여서 난 장모님 밥상이 더 먹고 싶어 ]

[............................ ]

 

남편이 일본인임을 재확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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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상당히 서운해하실

소릴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아무튼, 없어진 입맛을 살려주는

엄마의 손맛은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그리워지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더 맛있는 엄마의 밥상,

그리움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목이 메는

엄마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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