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집 계약이 파기 된 후로
우린 부동산 담당자인 사토군에게 집
찾는 걸 잠시 쉬겠다고 전했었다.
계약파기로 인해 의욕상실및 잠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싶다는 이유로 사토군에게
집찾기를 하지 말라고 정중하게 얘길 했었다.
알겠다고 그러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라며
사토군도 우리의 제안을 받았들었다.
그동안 우린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맨션을 살 것인지,
주택을 살 것인지, 갤러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반복되는 얘기를 또 하고 또하고,,, 그런 시간들이였다.
그러다가 한국에 다녀오고,,, 한국에서도
다들 집은 어떻게 됐냐고 묻길래
정신이 좀 차려지면 다시 집을 찾을 거라고만 대답했었다.
그런데 그 계약파기 날로 딱 한달이 지난 오늘,
사토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괜찮으시다면 다시 한 번 자기에게 기회를
주시지 않겠냐고 두 분께서 집찾지 말라고 그러셨는데
자기가 사죄하는 마음으로 몇 군데 찾아 봤다고
지난 번 일로 민폐를 많이 끼쳐드려 너무 죄송한데
마음을 다해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찾아 보겠다고,,,,
[ ......................... ]
늦은 퇴근길에 전화를 받은 우린 잠시
생각 해보겠다고 대답을 하고
간단하게 라면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둘이서 차를 한 잔씩 마시며 다시 얘길 했다.
깨달음이 먼저 어떡할 거냐고 내 의향을 물었다.
찾긴 찾아야 하는데 또 얼마나 걸리지 모를
집찾기를 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막막하고 기운이 나질 않는다고
사토군의 잘못도 있었지만
우린 그냥 계약파기로 인해 정신적으로
좀 피곤했고 잠시 집이고 뭐고 잊고 싶어서
찾지 말라고 했던 것이였는데
사토군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으니
다시 슬슬 찾아보라고 해야하지 않겠냐고 내 생각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깨달음은 부동산 회사를 바꾸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사토군이 열심히 해줬던 건 사실이지만
부동산 업자로써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한 게 많았다고...
약속 시간을 어긴 적도 두번이나 있었고,
지난번 계약를 맺기 위해 오갔던 서류 작성에서
금액에 0을 하나 빠트린 적도 있었고,
합계가 틀려 재작성 한 적도 있었고,
계약서류에 매입금액을 틀리게 적는 실수는
부동산 업자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난 번 계약파기 건도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 부동산에서
조건을 모두 제시했었는데
사토군이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도 알고 있다.
시간엄수 하지 않았고 작성서류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도
하지만 이제까지 몇 달동안 고생했는데 담당을,
아니 부동산 회사를 바꾸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아무리 사회 초년생이라 하지만 틀려서는 안 될 부분을
몇 번이고 실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라면서
부동산이란 금액이 큰 만큼 아주 신중하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단다.
특히 부동산 업자들에게 주는 수수료가 3%나 되는데
그 만큼에 정확하고 바른 일처리를
해야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러면에서 자기는 사토군에게 믿음이
안 간다고 그래서 업자를 바꾸고 싶단다.
[ ............................... ]
그러면서 좀 더 편하게 집찾기를 하기 위해
먼저 에리어 폭을 줄여 우리가 나름대로
탐색을 해보자며 지도를 꺼내었다.
어찌보면 깨달음 말이 맞는지 모른다.
부동산 업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신인이여서 미숙한 것도 있고
실수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 준 것도 있지 않냐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맡겨보고 그 때도 아니면 그 때가서
바꾸면 되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냉정한
사람이 뭔 일로 사토군을 감싸냐고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역시 한국인이여서 [정]에 약하다고
안쓰러운 마음은 자기도 들지만 지금처럼
실수가 발생하면 계약이 또 파기 될 수도 있다며
측은지심으로 사람을 대해서 서로
좋을 게 없다며 말투가 차가웠다.
[ .............................. ]
얘기를 여기까지 그냥 끝냈는데 그 때
마침 깨달음에게 메일이 왔다.
사토군이 새로 찾은 물건들의 정보를
PDF로 보낸 것이였다.
예전 같으면 나에게 이런 물건이 나왔다고
PDF파일을 보여줄텐데 오늘은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고 바로 답장을 보내는 것 같았다.
깨달음에 이런 태도를 보면 참 매정하다는 걸 느낀다.
물론 사토군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까지 마음을 먹는 걸 보면
이 사람은 역시 일본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깨달음 친구분에게 한국에서 가져 온
깡통김을 보내줄려고 했더니
자기 사업에 필요치 않는 사람이니까
안 보내도 된다고 잘라 말했었다.
내가 이제까지 지켜본 깨달음은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건 사실인데
[시간] [돈]에 관련된 모든 일엔
엄했고 철저했던 것 같다.
특히 이번엔 집을 구입하는 일이기에 더 신중하고
깐깐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겠지만
사업, 거래에 있어서 [정]은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정]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정]을 주고 받을 때는 모든 일이
성사되고 난 후에도 늦지 않으니까
모든 게 순서가 있듯이 그 순서를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일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이론을 갖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깨달음의 모습과 내 머릿속에
정립된 일본인의 이미지가
오버랩 될 때면 나도 모르게 낯설음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깨달음 자체를 일본인이라
의식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뭘 해도 한국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고,
그 모습에 익숙했던 것 같다.
그랬다....깨달음은 전형적인 일본인 성향을
갖고 있으나 다른 일본인에 비해
정이 좀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이였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부분,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받아들여서인지
깨달음에 또 다른 모습을 볼 때마다
일본인이였음을 재상기하는 것 같다.
그는 일본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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