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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아이를 갖고 싶을 때가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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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정기적으로 빼놓지 않고 보는 유일한 한국프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그것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날을 기다리다가

일주일 늦거나 2주 늦은 재방을 본다.

 난 삼둥이들을 좋아하고 깨달음은 사랑짱을 그리고 최근에 합류한 엄 지온이

귀엽다고 춤추는 엄 지온을 따라하곤 한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말도 늘어가고, 자기 주장도 세지고, 고집도 피우고,

좋고 나쁨을 알아가고, 싫고 좋음도 표현해가고,,,,

아픈 것도, 슬픈 것도, 기쁜 것도 모두 하나씩 사람으로 영글어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이렇게 남의 아이들을 보면서 내 조카, 내 이웃의 아이처럼 가깝고 귀엽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우리부부는 이 프로를 볼 때마다 장난반, 농담반으로 아이를 낳을까라는 얘길 한다.

우리 서로 나이가 있긴 하지만 낳으려면 낳을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를 시작으로

깨달음음 무조건 여자아이 아니면 안 된다고 변함없는 주장을 펼치고

난 아들 아니면 필요없다는 허상 속의 대화들을 나누곤 한다.

사랑짱처럼 눈이 반짝거리는 여자아이를 낳으면 좋겠다는 둥,

만약에 여자아이를 낳는다면 자긴 회사도 안 가고 육아를 할 것이라는 둥,,,

당신 닮아 눈이 쳐진 아이면 어쩔거냐고 그러면

그래도 딸이면 귀여울 거라고 무조건 딸이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면 난, 남자아이가 훨씬 낫다고 나처럼 건방진 딸이 태어나면 내가 힘들다고

그리고 아들이 든든한 맛이 있다고 반격을 하면

남자아이는 애교가 없고, 엄마만 좋아하니까 자긴 절대로 여자아이여야 한다고

 내 말을 늘 잘라버렸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아이들과 잘 노는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키울 거라고 모두에게

칭찬받았던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딱1년간 우린 고민을 했었다.

마흔을 넘은 나이에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낳은 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와 걱정들의 대화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접어두고라도

그냥 일단 낳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몇 번 생각을 해봐도 자신이 없었다... 옳고 바르게 키울 자신이....

경제적인 면, 신체적인 면, 모든 면에 특별히 문제는 없었지만

한 아이의 부모로써 잘 해낼 자신이 서질 않았고,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자꾸만 늘어갔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아이를 낳으면 사랑을 할 때와 마찬가지처럼 눈에 콩꺼풀이 씌인다고 한다. 

내 자식이 최고고, 내 자식이 먼저고, 내 자식이 제일 사랑스럽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아이를 낳으면 내가 집착할 것 같았다.

 내 취향에 맞는 아이로 내가 원하는 아이로 키울 확률이 높다는 걸

내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낳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우리 후배가 했던 말이 참 충격적이였다.

[ 언니, 아이는 말이야,,, 내 살덩이가 떨어져 나가서 걷고, 웃고, 울고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보고만 있어서 시리고 저리고 안쓰럽고 그래,,,,,,,,]

그 말을 듣기만 했는데도 내 가슴, 내 살갗이 시려오는 듯했다.

아이란,,,자식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런 아이,그런 소중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점점 자신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도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결정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지만 이렇게 삼둥이, 사랑짱들을 보고 있자면

 한 명 정도 낳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미련 같은 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낀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내 자신을 위로해 보긴 하지만

귀여운 아이들을 볼 때면 왠지모를 쓸쓸함이 감돈다.

늙으면 아이들이 예쁘게 보인다던데 내가 정말 늙긴 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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