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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일본의 장례식 답례품

by 일본의 케이 201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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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이 짧게 한 번 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깨달음인 걸 알고 얼른 국냄비에 가스불을 켰다.

그런데 현관에서 날 부르길래 가봤더니 쇼핑백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뿌리란다.

장례식 갔다왔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소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뿌리고 거실에 들어와서는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녹차와 오차쯔케 세트가 들어 있었다.

 

선배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다녀왔단다. 올 들어 장례식 참가가 두 번째이다.

1월초에는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고, 오늘은 대학선배였단다. 

친구 어머님 장례식 답례품으로 가져 온 것은

답례품 목록이 정리된 카다로그였다.

 

온천 이용권, 피부 맛사지권, 주방용품, 간단한 식품류, 아기용품,

욕실용품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결혼 답례품으로만 이런 카다로그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요즘은 장례식 답례품으로도 사용하는 것 같다며

둘이서 뒤적거리다가 주방용품이 무난하지 않겠냐는 의견통합에 의해

카다로그과 함께 넣어진 엽서에 상품번호와 집주소를 적어 넣었다.

 

주문엽서를 적고 있는 날 보던 깨달음이 우리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답례품으로 뭘 준비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보통 이제까지 우리가 받은 답례품으로는

녹차, 김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그게 좋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한국은 뭘 하냐고 물었다.

우린 아빠가 돌아 가셨을 때는 각자 자기 조문객에서 따로 인사를 했었는데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타올, 비누, 세재세트. 그리고 떡,,,그런게  많은 것 같고,,,

49제때 드리는 것도 같고,,, 아직 일본처럼 장례식 답례품 주는 게

 보편화 되지 않은 것 같다고 그랬더니 한국도 일본처럼 타올을 준비하는 모양이라며

일본에서 녹차나 김을 답례품으로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들고 가실 때 편하게 가벼운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우리도 그냥 녹차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2주 걸러 다녀와서인지 그렇게 말하는 깨달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다들 나이를 먹으면 가야할 길인데... 그걸 준비하고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같았다.

결혼 답례품과는 달리 종류도 적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지만 감사를 표하는 마음은 같기에 가져 가실 때

 부담없고 편한 것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많아진 경조사 문화의 문제점들을 많이 다루는 것 같았다.

아주 옛날엔 순수한 마음으로 초상집에서 밤을 새며 슬픔을 함께 나누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서 먼 길 와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해 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육체의 수고를 나눠 주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잘 보내드렸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장례식 답례품...

 주고 받음이 확실한 나라여서인지 마지막 갈 때까지 돌려주는

그 마음 자세가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괜히 힘이 빠져 있는 깨달음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을 건네주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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