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모 리조트 호텔에서였다.
30대 초반쯤 보이는 언니 둘이 아침 조식
뷔페식당에 흰 가운을 입은 채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줄서서 음식을 담고 있는데 그 틈으로
들어가 자기네들이 담고 싶은 것들만 접시에
한가득 퍼 와서는 썬그라스를 쓰고 한 장,
벗고 한 장,이리저리 사진을 둘이서 돌려가며
찍어주고 찍기를 20분이상,안 보고 싶었지만
대각선 테이블이기에 볼 수 밖에 없었다.
호텔 직원들과 다른 손님들이 힐끔 거리는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들은 사진을 열심히
찍은 다음, 가져온 주스를 한모금 마시고는
퍼 온 음식은 그대로 남겨두고 사라졌다.
접시를 정리하며 직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들이 사라진 쪽을 멍하니 쳐다봤다.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어딜가나 한국관광객을
만나게 된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상당히
자유로운 한국분들이 많아 가끔 같은 한국인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지난 크루즈여행에서는 한복을 차려 입은 60대
후반의 아줌마들이 저녁 디너 레스토랑 앞에서
[ 비내리는 호남선]을 부르며 막춤을 추더니
일행인 듯한 아저씨랑 짝을 지어
서로 빙글빙글 돌리고 돌려주는 춤을 췄다.
레스토랑 오픈을 기다리던 세계 각국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들이 모아졌고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하며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
그제서야 멈추시는 아줌마, 아저씨들,,
과연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이,
차이나드레스를 입은 중국인들이 막춤을 추며
[앗싸, 앗싸]를 외쳐가며 저렇게 뽕짝을
몇 곡씩이나 부른다면 우리 한국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그들을 봤을까 ...
싱가포르의 어느 점심 뷔폐레스토랑에서는
메뉴로 나온 새우볶음에 새우만을 골라
두 접시씩 담아 들고 가시는 단체 관광객
아줌마들을 봤을 때도 할말을 잃었다.
열명정도 된 아줌마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고 그 분들이 가고 난 뒤
테이블에 남은 접시에는 새우들이 반 이상
먹지 않은 상태로 남겨져 있었다.
쉰 살을 코앞에 둔 나 역시도 아줌마임이 분명한데
어쩌면 저렇게도 무감각에 무질서인지 레스토랑을
빠져 나오면서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중국 관광객)
대만 공항에서 아침부터 술을 마시며 떠드는
30대 후반의 아저씨들이 다 마신 맥주캔에
가방에서 살며서 꺼낸 한국 소주팩을 맥주캔에
따라부어서 마시기 시작했다.
또 한 남자분은 전자담배까지 피면서 술을 마셨다.
끝내, 공항 직원이 와서 주의를 주고서야 그들의
술판은 끝이 났다.
공항을 오고가는 탑승객들이 이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본 신칸센 안에서 20대 젊은 남녀가 핸드폰을
진동으로 하지 않은 탓에 계속해서
카톡 알람이 [카톡][카톡] 울렸고
무엇 때문인지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니 한국에 있는 친구와 어젯밤에 먹은
음식들을 나열하며 큰소리로 통화를 했고
옆 좌석 승객의 요청으로 승무원에게 와서
주의를 줬지만 나고야에 도착할 때까지
[카톡][카톡]은 계속 들려왔다.
어제, 깨달음의 호텔 공사에 일이 있어
몇 군데의 호텔을 방문했다가 호텔 매니저에게
들은 얘기는 참 부끄럽고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금연 객식에서 흡연하고 커피포트에 라면을
끓여 먹고 김치국물을 냉장고 뿐만 아니라
침대, 이불에까지 묻혀두고 그대로 호텔을 떠난
투숙객에게 세탁비 청구를 위해 한국인
직원과 지금 협의중이라고 했다.
호텔 객실에 구비된 목욕타월이나 가운,
슬리퍼를 가져가려는 손님도 계셨다며
새 호텔이다 보니 탐이 나서 그랬을 거라고
웃으면서 얘기하는 매니저에게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담배꽁초는 물론 걸어가면서 껌, 사탕 껍질
그대로 버리는 일도 다반사고
식당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고, 음식을 들고
여기 저기로 자리를 옮겨다니며, 아이들이
뛰며 술레놀이를 해도 전혀 통제시키지 않고
부모는 부모대로 술을 마시며 이국의 밤을 즐기는
여행객들도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각 나라별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니 생활습관,
종교의식, 에티켓 등이 모두 다르기에
금지사항을 준수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금도
지키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셔 정말 안타깝다.
특히, 동남아로 여행오신 분들 중엔, 상대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반말하시거나 아주
거친 표현으로 그들을 막대하고 비하하는 걸 보면
참 못나게 보이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매너는 상대를 배려하는 의미가 크다.
내가 배려하지 않으면 상대 역시
배려해 주지 않는다.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면 감사하다는 인삿말,
잘못했을 때는 정중히 사과할 줄 알아야하고
부탁할 때도 예의를 지켜야한다.
상식의 일부분인 된 매너를 조금은 미리 알아두고
여행을 떠나면 서로가 얼마나 좋겠는가...
이제는[ 모르고 그랬어요]가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아직까지 유적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큰 목소리가 나는 곳을 보면 중국인과 한국인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은
어디서나 노랑, 빨강, 핑크로 된 원색의 등산복을
입고 계시기에 떠들고 웃고 큰 소리를 내다보면
두배로 눈에 띄고 두배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난 19일,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에티켓 수준 앙케이트에서
100점 만점 기준에 55점에 불과했다.
부끄러운 한국인의 행동 1위는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움(19.2%) 유흥업소 출입,
성매매(14.9%), 현지 에티켓, 매너를 인지하지
못함(13.7%) 개발도상국 여행 때 현지인에게
거만한 태도를 보임( 13.4%)로 나왔다.
이외에도 뷔페 음식이나 호텔 비품을 가져가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동, 호텔이나 식당에서
김치 등 한국음식을 섭취하는 걸로 나왔다.
우리가 어디에서나 목격했던 모습 그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극히, 일부분의 여행자에
해당되지만 그게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좋은일로 뉴스에 나오면
괜시리 뿌듯해지듯이, 반대로 추한 일로 입담이
오르면 같이 부끄러워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지난 9월까지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은
1963만 2010명으로 지난해 보다 17.7%가
증가했다고 한다.
해외를 떠난 여행객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의 얼굴이자 민간 외교관이다.
돈과 학문이 매너를 만드는 세상이면 좋으련만
아직 매너가 못 따라오다보니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못하고 내 나라에서 했던 습관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버리고 만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제발 하지 말고,
무질서한 행동, 고성방가, 음주가무 등 부끄러운
행동들은 같은 한국인을 욕먹게 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 가서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본 에티켓만이라도 지킨다면
훨씬 유쾌하고 즐거운 여행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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