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영아, 미안한데 이 계좌로 이천만원만 보내 줘,
그 친구가 지금 어려운 것 같애,
자세한 설명은 2월에 한국 가서 할게 ]
[ 네,,지금 보낼게요]
[ 고마워 ]
이번에도 선영은 무슨 일이냐고,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선영은 늘 그랬다.
작년에 급하게 깨달음 공항 마중을 나가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 네, 나갈게요]라고
바로 대답을 해줬다.
내가 이곳 일본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한국에서만 해야할 일들로 답답해 할 때도
선영은 한번도 되묻거나 주저하거나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모두 해결해 주었다.
언젠가 물었다.
[ 넌,,왜 이유도 안 묻고 무조건 오케이야? ]
[ 언니가 한국에 오면 다 설명해 주잖아요,
그리고, 굳이 그 사정을 일일이 물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요. ]
[ 고마워..믿어 줘서..]
[ 아닙니다..]
그녀와의 관계를 아는 내 주위 친구들은
너무 부러워한다. 우리 둘의 관계를...
선영과 내가 오랜시간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깨달음은 남자들에게서 보이는
의리가 보인다고 했다.
내가 선영이와 통화를 마칠무렵 초인종 소리와
함께 한국에서의 소포가 배달되었다.
누구에게서 왔냐고 묻지도 않고 깨달음은
얼른 박스를 열었다.
[ 카드가 들어 있어, 당신 거랑 내 것 같애,
뭐라고 적혔는지 읽어 줘 ]
[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적혔어 ]
[ 아,,구정 선물이구나..근데 누가 보낸 거야?
선영씨가 보낸 거야? ]
[ 아니.. ]
[ 오메, 오메~~~봐 봐,
이거 임금님이 먹는 거 아니야?
대장금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전통과자지? ]
[ 응, 한과라고,,명절때 많이 먹는 거야 ]
만화에서 나올법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린 깨달음이
아이처럼 탄성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 당신, 침 떨어지겠다. 입 좀 다물어..]
내 말은 귀에 안 들어오는지 침을 튀겨가며
흥분해서 진짜 먹어도 되는 거냐고
몇번이고 되물었다.
[ 엄청 비싸겠다..장인이 만든 거 같은데 ]
손으로 조심히 살짝 눌러보며 천진스럽게 웃는다.
[ 하나 꺼내서 먹어 봐 ]
[ 아니야,,못 먹겠어.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 ]
[ 그냥, 먹어 봐, 이제까지 당신이 먹었던 거랑
많이 다를 거야 ]
[ 알아,,근데,,먹기에 너무 아까워..]
[ 그래도 먹어 봐,, ]
[ 아니,그냥 좀 보다가 천천히 하나씩 먹을거야 ]
[ 그래..]
[ 이 치마저고리 진짜 귀엽다, 근데 누구라고?
보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야? ]
[ 응, 언젠가 당신에게 박카스 보내준 후배야
당신도 알거야, 근데 한 번도 안 봤어..]
[ 아,,그 후배,,왜 일본에 놀러 안 와?]
[ 많이 바빠서 그래..]
깨달음이 우체부 아저씨에게 소포를 받아 들고
올 때 그녀가 보냈을 거라는 생각이 바로 스쳤다.
웬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확신이 있었다.
사람관계가 그런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엊그제 올린 내 블로그 글을 읽고 내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보낸 것이 분명했다.
조금만 아파하라고, 그리고 힘내라는 뜻으로..
( 내 삶이 날 속일지라도 ...)
http://keijapan.tistory.com/1060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좋은 인연을 형성하기 위해
먼저 내 마음을 열어 보였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되도록 거짓없이...
그리고 아직까지 계속 해왔던 건
멀리 살고 있지만 늘 그들과 연락을 하려고
노력을 했기에 지금의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에게 지속된 관심을 보이고 전화상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인맥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발전시켜 주는 존재 역시도 사람이였다.
좋은 사람을 만들어가는 건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드는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그녀들의 관심과 애정, 의리가 있어서
난 또 이렇게 든든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고 한다. 그러기에 더 좋은 사람으로
더 좋은 모습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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