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친정엄마가 불편해 하는 남편의 성격.

by 일본의 케이 2014. 10. 16.
728x90
728x170

 

알람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눈을 떴더니 새벽 5시.

첫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미리 준비해 둔 케리어를 챙긴 후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수속카운터에서 운항스케쥴을 확인해보니

오늘은 괜찮지만 우리가 돌아오는 날은 태풍이 동경쪽으로 올라오기에 

항공스케쥴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탑승을 하고 밖을 내다 보니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내가 불안해하니까 깨달음은 그냥 자연의 섭리에 맡기라며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더니 피식피식 웃어가며 만화를 보고 있다.

[ .......................... ]


 

엄마집에 도착하니 2시 30분,,,

현관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우리를 위해

늦은 점심상을 부지런히 차리고 계시는 엄마.

불고기, 병어구이, 각종 나물, 낙지, 전, 연포탕, 도토리묵, 전복, 꽃게찜, 명태코다리까지...

깨달음이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들을 모두 장만을 하신 모양이다.

깨달음은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막 구운 병어를 시작으로 낙지, 전복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일본 전복보다 부드럽고 향이 찐하다고 상에 나온 전복을 5개나 먹는 깨달음.

[ ........................... ]

 

 어느 정도 배불리 먹고 난 후에서야

[ 오머니, 식사하세요~빨리 빨리~]라고 엄마를 불러 밥상에 앉게 한 다음

 얼른 방에 들어가 선물을 꺼내 엄마에게 드리면서

[ 오머니, 감사합니다, 맛있어요]라고 얘길 한다. 

엄마가 가방을 받아 들더니 날 쳐다보고, 깨서방이 고집이 세냐고 물으시며

그렇게 사지말라고, 몇 번 약속을 하고, 다짐을 받았는데도 이렇게 선물을 사온다고

고집이 센 것 같다고 웃으신다.

깨달음에게 통역해 줬더니, 그렇다고 자기 고집 세다고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할꺼니까

어머님은 앞으로 사오지 말라는 말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다들 한바탕 웃었다.

 

식사가 끝나고 깨달음이 다시 옷을 챙겨 입으며 나보고도 옷을 입으란다.

아빠 추모관(납골당)에 가야한다고,,,

난 오후에 동생들 내외가 오면 같이 갈 생각이였다고 의아해하자

성묘는 밝을 때 가야한다고 저녁 되면 안 된다고 빨리 서둘러라고 나보고 눈치를 준다.

옆에서 보던 엄마가 올 초에도 갔다 왔고, 내년 추모식 때 가면 된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한국 오느라 고생했으니 방에 들어가 한 숨 자라고 몇 번 깨달음에게

권했지만 [안돼요, 안돼요]라면서 추석때 우린 못갔으니 더더욱 가야한다고

강경하게 대답하자, 엄마가 [ 우리 깨서방이 고집이 있네~~]라며 또 웃으신다.

 

 우리가 추모관에서 돌아왔을 땐 서울에서 내려온 동생 내외가 와 있었고

태현이를 보자말자 바로 방에서 태현이 레고를 꺼내 준다.

간단하게 생일케익도 불고, 맥주도 한 잔하고,,,

 

우린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또 물어보신다.

깨서방이 고집이 세냐고.....

매번 한국 들어올 때마다 이것저것 챙겨서 사온다는 게 상당히 신경 쓰일텐데

그래서 몇 번 사오지 말라고 당부를 해도 말을 안 듣는다고

진짜 다음부터는 못 사오게 하라고 나한테 야단을 치신다.

[ ......................... ]

말려도 안된다고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냥 엄마도 그러러니 하고

받아 들이시라고 그랬더니 가까이서 살면 당신도 깨서방을 맘껏 챙겨주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해 안쓰러운데 한 두번도 아니고 늘 이렇게 물건을 사오니

 미안한 마음에 마음이 편치 않으시단다.

 

거실쪽을 봤더니 깨달음은

 엄마에게 들려 주고 싶어 사왔던 일본의 트롯트 메들리 CD를 틀면서

일본의 엔카(트로트)도 한국에서 건너 온 거라고 재부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저 CD도 언젠가 엄마와 일본노래 얘기를 하다가 

일본 노래를 들으면 어릴적 생각이 나신다고, 멜로디가 한국 노래처럼

참 구수하고 애절하다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고 샀던 것이였다.

뜻은 모르시더라도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게 좋은 거라고

 엄마가 좋아할만한 노래가 들어있는 CD를 골라서 깨달음이 사온 것이다.

어느 누구나 그러겠지만 깨달음은 유난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심이 가는 사람에겐 끝없이 한없이 베풀려고 한다.

적당히 했으면 하는데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다 할려고 한다.

고집이 센 게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에 

엄마도 미안하고 불편하신 모양이다.

======================================

이웃님들, 죄송했어요.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문제가 발생 (태풍으로 인해)

모든 스케쥴이 얽히는 바람에 이제서야 새 글을 올립니다.

새 글이 없어도 늘 살펴 주심에 감사드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