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공항 도착로비에서
주연이가 도착할 시간보다 훨씬일찍 나와서 방황하듯 공항 터미널을끝에서 끝까지 걷고 되돌아오길 반복했다.만나면 무슨 말을 먼저 걸어야 할지 몰라자꾸만 답을 찾고 싶어 마냥 걸었다.[ 난 언니가 부러워 ][ 뭐가 부러운데? ][ 그냥,모든 게, 난 언니처럼 못 버틸 거야 ][ 가장 부러운 게 뭔데? ][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산 다는 것 ][ 그럼 너도 한국을 벗어나 ][ 난,,언니,,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그냥 죽기 전에, 문득 나도 언니처럼 한 번살아보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 그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죽어,그래야 니 삶에게 덜 미안하지 않냐? ] [ 내 삶? 미안할 게 뭐 있어..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럼, 지금부터는 열심히 살지 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
2025. 2. 27.
20년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그녀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던 건 정확이 6개월 전 어느 새벽이었다. 잠결에 메시지 알림 소리에 비몽사몽 전화기를 들여다봤더니 [ 케이야,, 나,,, 경미야 ]라고 왔다. 경미.. 경미.. 아,, 고교 동창 경미.. 2시 반이라는 이 새벽시간에.. 미쳤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메시지로 오랜만이라고 무슨 일이냐고 보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경미를 본 지 20년이 지나서인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조금 주저했었다. [ 케이가 맞는지 아닌가 긴가민가 했는데 정말 너였네 ] [ 응, 전화번호가 그대로니까, 잘 살지? ] [ 응,, 잘 살아 ] 뭣 때문에 전화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한 템포 늦췄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코로나로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었다는 얘기 했다. ..
2023. 12. 4.
남편이 주는 따뜻하고 특별한 생일선물
[ 샌 추카하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아,,,음력은 아직 멀었는데 ? 그래서 나오라고 한 거였어?] [ 응 ] [ 음력에 해도 되는데....] [ 매년 양력, 음력 두번씩 하니까 좋잖아 ] [ 응,,고마워...근데 케익은 없어?] [ 응, 케익 잘 안 먹잖아. 그래서 안 샀어.] [ ........................... ] [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 없어,,] [ 진짜? 필요한 거 없어? ] [ 응, 없어...] [ 그래도 뭐 갖고 싶은 거 있음 말해 봐. ] [ 아니야,,진짜 없어, 요즘은 그냥 어떻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노후를 맞이할까 그 생각들만 가득해.. 죽을 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만 늘어가는 것 같애 ] [ 맞아, 건강이 최고지, 오늘 케..
2016. 9. 28.
남편의 취중진담 속 한국인 아내
밤11시 50분, 초인종이 울렸다.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가방을툭 던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늦였네..술 많이 먹었어? ][ ............................... ][ 안 좋은 일로 마셨어? ] [ ............................... ][ 얼른 씻고 자][ 아니야,너무 술이 취해서 말이 잘 안 나와,혀가 꼬여서...]혀가 꼬였을 뿐만 아니라 다리도 풀려 흐물흐물 주체를 못하고 있었다.[ 옷은 갈아 입겠어? ][ 응,,]날 힐끗 쳐다보더니 술취한 자기 사진 찍는다면서얼른 고개를 숙이며 아이고,,,피곤해...진짜 피곤하다고허리를 꾸부정 꼬부린채로 세면대로 향했다. [ 힘들면 양치만 하고 자,,,][ 아니야,,괜찮아,,,] 몸 전체가 흔들흔들, 다리가 휭청휭청,,,..
2016. 9. 24.
남편의 못말리는 식욕
요즘, 서로가 많이 바쁘다. 그러다보니 퇴근도 늦여지고 퇴근 후 집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하는 날이 늘었다. 원래 4월이면 바빠지는 것도 있지만 최근 깨달음 회사가 맡은 일들이 좀 크다보니 일손이 부족해 새벽부터 작업을 하는 상황이고 저녁엔 접대도 늘어 술 마시는 횟수도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집 앞에 있는 쿠시카츠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깨달음의 저녁은 밥과 국과 반찬이 있는 식사가 아닌 술도 마시며 다양한 안주로 배를 채우는 식이다. 변함없이 깨달음 식욕은 넘쳐나고,,, 오늘은 비까지 와서 기름진 음식이 더 땡긴다면서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따끈한 스프가 먹고 싶다고 호르몬 나베(소내장 찌개)를 시키더니 갑자기 스탭에게 고추장을 달라고 했고 된장은 있어도 고추장은 없다고 하자 자기 가방에서..
201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