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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청춘시절, 그리고 첫사랑...

by 일본의 케이 2018.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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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깨달음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주 친했던 대학 동창집에 가기 위해서인데

상복을 준비해서 입었다.

우리가 베트남 여행을 하던 둘째날, 동창의 

부고소식을 들었고 그날 사정에 의해 장례식에

참가하지 못했던 다른 몇 몇의 친구들과

함께 그 동창집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자고 했단다.

미망인이 된 아내분도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상심이 클텐데 친구는 가고 없지만

오랜만에 대학동기들이 모여 추모하자는 날이

바로 오늘이였다

[ 당신 울 것 같애..]

[ 울지는 않을 거야,,그냥 울적해..]

그렇게 집을 나선 깨달음은 오후가 다 되서야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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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앞에서 소금을 뿌리라며 기다리고 서있는 

깨달음 얼굴은 아침보다 훨씬 가볍게 보였다.

[ 근데,,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

[ 응,,괜찮다는데 이것저것 챙겨주더라구..]

 

타올, 화과자, 양과자, 수제과자와 

장례식례가 적인 인사말도 함께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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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 많이 나눴어? ]

[ 응, 대학시절 때부터 그 와이프도 우릴 봐와서

할 얘기가 많았어..]

돌아가신 그 동창분은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서 대학시절에도 시골에서 올라온

깨달음 같은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단다.

거기에 미망인이 된 지금의 아내가 

그 당시 항상 예쁜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서 학교에 찾아오면 친구들이 몰려가서 다 

먹어치워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 

참 속 깊은 여자친구여서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었단다.

자취생활을 했던 깨달음은 늘 여유가 없었고

아버님이 보내주는 적은 용돈을 불려볼 요량으로

 그 때 당시 파코를 다니면서 생활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돈이 잘 터지는 기계에 앉으려고

수업도 빼먹고 파칭코 앞에서 줄을 섰던 일,

용돈이 떨어져서 배가 고프면 같은 시골출신 

친구집에서 보내준 쌀로 밥통에 한가득 

밥을 해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반찬으로는

무우말랭이 뿐이였지만 거기에 간장을 적당히

 부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두그릇은

 거뜬히 먹었던 일.

먼저 간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너무

 많아서 얘기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 파칭코를 다녔어? ]

[ 응 ]

[ 근데, 난 항상 땄어. 자리를 잘 잡았기 때문에,

그렇게 2. 3배로 불린 용돈으로 대학 2년동안

지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끊었지..]

무슨 무용담을 얘기하듯 깨달음을 

코평수를 넓혀가면서 약간 흥분해 있었다.

지나간 얘기들을 풀어 놓다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고 젊어지는 느낌이 들었단다.

[ 그 와이프분도 다 기억하시겠네 ]

[ 응,,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어.

 얼굴 본지가 30년도 훨씬 넘었는데..

다 기억하더라구. 내 양복 입은 모습이

너무 낯설다고 그랬어..난 맨날 청자켓에

청바지만 입고 있었거든..,]

깨달음은 대학 4년동안 머리를 

길러 묶고 다녔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시댁에 가서

앨범사진을 보고 인정을 하게 됐고 사진 속

 단정히 뒤로 머리를 묶고 있던 깨달음을 

보면서 난 속으로 역시 어릴 때부터 여성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확신을 했던 기억이 있다.

[ 그렇게 친구집에 가서 얘기도 하고 아내분이랑

만나고 나니까 훨 마음이 편해졌어? ]

[ 응,,근데 주변에서 요즘 너무 많이

부고 소식이 들려오니까 사는 게 금방이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주에도 거래처 

사장님이 돌아가셨어..]

지난 10월, 깨달음은 이 동창분뿐만 아니라

참석하지 못한 장례식이 두 곳이 더 있었다.

부의금만 전달을 했는데 답례품을 집으로

보내 왔었고 이번에도 깨달음은 부주금만보낼 거라고 했다. 

 

공부를 특별히 잘 한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보통의 대학생이였던 깨달음은 

건축학도로서 착실히 대학을 졸업하고 

기술자격증을 따고 회사를 차려 지금까지

큰 변화없이 성실히 살고 있다.

파칭코를 그렇게 열심히 다닌 것도 몰랐고,

 무전여행을 하던 중에 어느 시골 역에서 

첫사랑의 여자를 만나 진한 사랑을 나눴다는

 것도 이번에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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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꼬셨어? ]

[ 아니. 내가 무전여행하느라고

잘 곳이 없이역에서 잔다고 하니까 그 여자가

한참 있다가다시 역에 나타나서는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그랬어..그래서 갔지..]

물어보면 물어보는대로 거짓없이 솔직하게

모든 걸 얘기하는 깨달음은 역시 순진한 건지

모자란 건지...알수가 없지만 

절친했던

 동창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않고

 함께 지냈던 청춘의 시간을 회상해보며

웃을 수 있어 먼저 떠난 친구분도 그렇게

 서운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인명은 재천이기에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지나칠 수 없어 먹먹하고

슬프지만 잠시나마 청춘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언제 잘못될지

모르니까 하루하루 재밌고 행복하게 살자고

깨달음이 손가락 하트를 보내온다.

남편의 청춘시절, 생각지도 못한 과거?를 들었지만 

그 풋풋함이 있었기에 지금에 

깨달음이 존재함을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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