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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한국 장모님을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

by 일본의 케이 201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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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들었을까? ]

[ 당신이 부탁한 배즙이잖아, ]

[ 아,,그렇지. 근데 엄청 무겁네 ]

[ 응 23키로나 되더라구,,,]


얼른 하나를 마셔보는 깨달음.

[ 엄청 달아,지금까지 배즙하고 좀 다른 것 같애

진짜 달고 진해 ]

다 마시고 난 포장지를 천천히 훓어 보더니

인삼이 그려졌다며 인삼이 들어간 거 

아니냐고 묻는다다.

[ 아니야, 도라지야,]

[ 이 뿌리는 인삼 아니야? ]

[ 아니야,, 자세히 봐 봐, 도라지야 ] 


샤워를 마치고 나온 깨달음이 한국어 노트를 

꺼내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적힌 곳을

펼치더니 전화를 걸었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

[ 오메 깨서방이네, 소포 잘 받았어요?]

[ 네 ]

[ 도라지를 많이 넣어서 맛이 찐할 것이네

그거 마시믄 올 겨울에 감기는 안 걸릴 것이여]

[ 오모니,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모니, 안 추워요?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아, 사탕 샀어요,

 다음주에 만나요, 서울에서 ]

 늘 그렇듯,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무조건

 한꺼번에 하는 버릇이 있는 깨달음은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 아따,,지난번에 보내준 사탕도 남았는디 

뭐덜라고 또 샀을까모르것네..

글고 한국은 징허게 추운께 따숩게 하고

와야하네, 알것는가? ]

이미 전화기는 내게 옮겨져 있는데 엄마는 

한국 날씨와 옷차림을 단단히 

하라는 당부를 하고 계셨다.


20키로가 넘은 무거운 배즙 박스를

혼자 우체국에 가서 보내시느라 

고생했을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아니라고,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이런 일하는 것뿐이고, 깨서방이 한국에 와서도

항상 잔기침을 하는 게 마음에 걸리셔서

목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내주는 것이라신다.

전화를 끊고 깨달음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 말을 건넸다.

[ 이 배즙 다 마시면 다음부터는 그냥

코리아타운에서 주문해서 마셔야겠어.. ]

[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어? ]

[ 그냥 너무 무겁고,여러가지 번거롭게 어머님께

 해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그리고 이 배즙은 나만 마시잖아, ]

[ 진작에 그러지 그랬어 ]

[ 장모님이 직접 해 주시는 배즙을 마시는 게

참 행복했는데 내 행복만 생각하고

어머님 힘들 거라는 걸 생각 못했어 ]

[ 그럼, 내년부터는 주문해서 마시면 되겠네 ]

이렇게 얘기가 끝났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나에게 배즙을 만들 수 없냐고 물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띵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뭔 소리? 즙을 내려면 낼 수는 있는데

이제 배즙까지 집에서 만들었으면 하는거야? ]

 내 목소리가 도전적이여서인지

깨달음이 약간 눈치를 살폈다.

[ 아니,,언젠가 당신이 나 감기 걸렸을 때

배 중탕 같은 거 만들어 주고,

사과도 갈아주고 했잖아, 그러니까 

배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러면 어머님이 고생을 덜 해도 될 것 같아서 ]

[ 하려면 뭐든지 하지, 그대신 대량으로 즙은

못 만들어도 어느 정도는 만들어 둘 순 있지,

근데 누가 귀찮게 집에서 일일히 즙을 내서 먹겠어.

즙내는 곳, 고내는 곳, 한약방이 곳곳에 

있는데..그냥 사서 먹는게 엄마도 편하고

나도 편해.. ]

[ 그러긴 한데..어머님이 또 보내실 거 같아서 ]

[ 아니야, 이제 여기서 구입하겠다고 말 할거야]

[ 그래,,그럼,,꼭 말씀 드려..

근데 어머님 목소리에 힘이 없었어,

감기 걸리셨을까? ]

[ 아니, 교회 다녀오시느라 찬 바람 맞아서 

그러실거야 ]

이번에 어머님깨 사탕 외에 뭘 사가지고 가는게 

좋은지 생각해보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장모님을 밀어드리는 깨달음)


우리 엄마는 깨달음이 어눌한 한국어로

건강을 묻고, 외롭지 않으시냐고 묻고

아프지마시라고, 감기 조심하라고 하는 말들이

많이 고맙다하신다.

다른 사위들에게도 정이 가지만 유난히 

깨달음은 짠한 마음이 간다고 그래서도

더 챙겨주고 싶다고 하셨다.

[ 뭐가 짠해? ]

[ 한국말도 제대로 못해서 본인도 답답할 것인디

집에 오믄 이물없이(허물없이) 밥도 잘먹고

맛있다고 글고 뭐든지 고맙다고 한께 더 정이

 가드라..잘 해준 것도 없는디 장모라고 

챙겨주고 신경쓰는 것을 보고 있으믄

 내가 더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드라,

사는 것도 틀리고 모든 것이 불편할 것인디

전혀 그런 기색도 없이 식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여~ 

깨서방이 한국말을 자유롭게 못해도 얼마나 

사람들을 세세하게 잘 챙기고 그러드냐,

사람이 응큼하지 않고 순수한 데가 많아서

나는 깨서방이 착하고 이쁘드라,

긍께, 깨서방한테 잘해라 잉~]

마지막에는 꼭 깨서방한테 잘하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 우리 엄마.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 우리 엄마는

깨달음을 통해 실천하고 계신 것 같다.



내 방에 들어가려는데 깨달음이 다시 나와서는

 한국이 추우니까 따뜻한 다운자켓이나 쉐터를

 사드리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엄마가 은근 까다로워서 사가지고 가도

마음에 안들어하실 거라고 했더니 지난번처럼

엄마가 자주 가시는 롯0백화점에 가서

자기가 골라주면 된단다.

[ 알았어.. 얘기해 볼게 ]

[ 그리고 어머니한테 나 낙지볶음 먹고

싶다는 말도 해 줘. 아까 깜빡 했어 ]

[ 당신은 우리 엄마가 진짜 편한 가 봐,

뭐 해달라는 소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와]

[ 내가 맛있게 먹는 걸 어머님이 좋아하시고

내가 말 안해도 맛있는 거 준비해 주시잖아 ]

[ ....................... ]

 깨달음은 우리 엄마를 솔직히 

시어머니보다 더 편안해 하고 좋아한다.

이렇게 되는 데는 사위와 장모사이에

 측은지심의 마음이 있어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말도 잘 못해 불편할 외국인 사위를

짠해하고 깨서방은 늙은 노인이 

혼자 계신 것을 짠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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