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애완견숍을 다니고 있다.
실은 결혼초부터 한마리 키우자는
얘기가 자주 나와 유기견센터도 몇 군데
가봤지만 우리가 찾는 강아지는 없었다.
깨달음은 한국의 진돗개나 일본의 시바견
(일본 토종견) 중에 마메시바(시바견의 변종으로
아주 작게 개량된 품종)를 키우고 싶어한다.
[ 반려동물은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서
정신적 안정과 스트레스 감소를 도와주고
우울증, 스트레스, 대인기피증, 치매 등
정신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대 ]
[ 알아,,근데 돈 주고 사는 건 좀 아니잖아,,]
[ 이왕에 키울거면 마음에 드는 얘로 키우고
싶어서 그러지, 당신도 어릴적에 키웠다며,
나는 개와 고양이 다 키웠어.
반려동물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안정과 감정발달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사회성, 공감능력,
이해심, 배려심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대 ]
[ 알아,,]
[ 요즘 여러 이유로 업다운이 심한 당신 기분을
조절해주는 건 바로 이런 귀여운
얘들과 접촉하는 게 가장 좋을 거야 ]
가게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얘가
있었는데 문제는 가격이
기본 50만엔(한화 약 500만원)을
능가하고 있어, 조금 저렴한 곳을 찾았지만
그곳 역시 모델처럼 생긴 애는 60만엔까지 하는
바람에 우린 몇 번이고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 그냥,,다른 애를 데리고 가면 안 될까? ]
[ 안 돼..나는 마메시바를 키우고 싶어]
[그럼,,저 금액 내고 사,,,]
[ 근데...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
우리가 고민하자 스탭이 다가와 설명을 해줬다.
생일, 출생지(사진첨부) 어미의 체중까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적으로도 절대로
크게 자르지 않는다며 언제까지나 귀여운
사이즈를 유지할 수 있으니 한번
키워보라고 자꾸만 권했다.
마메시바가 너무 비싸서 그냥 시바견으로
다가가 조심히 만져보고 서성거리자
또 귀여운 녀석을 건네 주셨다.
안아보니까 집에 데리고 가고 싶어진다며
깨달음이 얼른 다시 돌려드렸다.
마르티스도 50만엔이라는 금액이 붙어있었다.
[ 결정했어? 데리고 갈까? ] 내가 물었다.
[ 음,,역시 얼굴이 귀여운 얘들은 금액이
너무 세다.좀 더 생각해봐야될 것 같애..]
[ 너무 비싸? ]
[ 음,,,솔직히,,너무 비싸...]
우린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깨달음이 불쑥 묻는다.
[ 우리 그냥 한국 진돗개 살까? ]
[ 한국에서 살게 되면 그 때 사야지..]
[ 진돗개도 그렇게 비쌀까? ]
[ 몰라,,]
[ 진돗개 말고 한국에는 또 무슨 개가 있어? ]
[ 풍산개하고 삽삽개가 있을 거야,,]
[ 어떻게 생겼어? ]
우린 바로 검색을 했고 깨달음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너무 귀엽다며
내게 사진을 내밀었다.
[ 나, 진돗개로 정했어. 다음에 한국에 가면
무조건 진도에 가자, 너무 귀여워..
시바견 말고 그냥 진돗개 키울래...]
[ 일본으로 데리고 오는데 절차가 복잡할 걸? ]
[ 그래도 진돗개로 하고 싶어 ]
[ 생각보다 엄첨 비싸도 살 거야? ]
[ 응, 진짜 혈통을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지불해야지 ]
[ 그냥 한국에 가서 살게 되면 그 때 키워도
충분할 것 같은데...]
[ 아니야,,이 사진들을 본 이상,,진도에 바로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와~~~만지고 싶어~~너무 귀엽다,
정말 진도 가야되겠어~]
[ 알았어. 한국에 가게 되면 한번 가봅시다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반려견을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나는 아직도 약간의 거부감이 있지만
깨달음은 특히 진돗개는 혈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라도 오리지널을 구해야한다고 한다.
잘 키워서 일본의 시바견과 결혼?을 시켜
한일견을 만든다고 혼자 초딩같은 발상을
하며 웃고 너무 좋아한다.
[ 내 생각 좋지? ]
[ 굳이 하프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 한일견커플이지,, 생각만해도 너무 즐겁다.
우리가 그 하프 혈통을 꾸준히 지키면서
한일커플이나 한일관계에 좋은 일 하시는 분들께
분양을 하는 거야,,너무 괜찮은 계획 같지?]
[ ............................]
[ 이름은 한구기랑 일보니로 하면 재미겠다.히히,
근데 우리 언제 한국에 갈거야? ]
[ 몰라, 아직 예정 없어..]
[ 빨리 가서 얼른 데리고 오고 싶어 ..]
그렇게 한참 깨달음은 한국 사이트를 뒤져가며
진돗개를 검색하고 찾고 있었다.
[ 여기 완전 당신 닮은 얘가 있어, 봐 봐]
깨달음이 내민 핸드폰 속 강아지를 보고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 귀엽게 생긴 게 성질이 있잖아, 완전 당신하고
똑같애.. 어릴 때부터 이렇게 진돗개는
성질이 있구나,,역시 맘에 들어~,
얘를 내 핸드폰 바탕 화면으로 해 놓고
사람들에게 우리 와이프가 이런 느낌이라고
보여줄래.,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야,, ]
[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나 6월에 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한국 티켓 있는지 알아 봐 줘...가서 꼭 이렇게
성질 있는 놈으로 한마디 데리고 올거야 ]
난, 그냥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
한국에서 동물을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하는지 열심히 검색하는 깨달음은
이미 마음이 진도에 가 있는 듯했다.
언젠가부터 핵가족화 되어가고 독신의 삶이
많은 현대사회에 우울증, 외로움,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으로 현대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시대이다.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동물치료를 하는 것도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장애에
큰 효과를 나타난다고 한다.
반려동물과의 스킨십을 통해 분노와 불안한
심리상태를 안정시켜주고 사회성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깨달음이 나에게 반려견과 함께 하기를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문제들이
조금은 완화될 거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속 스트레스나 고통을 해소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기에도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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