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돌아오던 날 깨달음은 바로 회사로
들아갔고 나는 밀린 빨래와 짐정리를 한 뒤,
잠을 청했다.
실은 지난주부터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여러가지 약을 복용중이다.
이 날 저녁, 깨달음은 늦게까지 거래처와
미팅및 술자리가 있어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은 여름맞이 대청소를 했다.
매주 청소만 하는 것 같다는 얘길 둘이서 하며,,
세월이 빨리 가는 거라고
조금은 허무한 농담을 해가며 청소를 했다.
[ 맨날 청소를 하는데 왜 이렇게 먼지가 많지?]
[ 몰라,,,]
청소기를 밀다가 잠시 손을 멈춘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청소기를 내팽겨치고
좌식의자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고 있는 깨달음..
[ 마음 가다듬고 있어?]
[ 응,,,청소가 하기 싫어서...]
[ 근데 왜 카페트랑 박스를 다 꺼내 놨어?]
[ 카페트도 바꾸려고 꺼냈는데 갑자기
귀찮아져서 잠시 쉬는 거야]
[ 그래..그럼, 맘에 내키면 다시 해..
쥬스 한 잔 줄까? ]
[ 아니..,점심은 뭐 먹어? ]
[ 당신 먹고 싶은 거 할게..]
[ 쫄면 먹고 싶다.,군만두에 돌돌 말아서 ]
[ ............................... ]
[ 재료가 없어,냉면밖에.애호박전이랑,,]
[ 그래. 그럼 냉면 해 줘.]
그렇게 점심을 먹은 후, 깨달음은 외출 준비를 했고
나는 작업 준비를 하다 거실에 가봤는데
깨달음이 깜짝 놀라더니 턱에 흘려내린
뭔가를 손등으로 바쁘게 훔쳤다.
[ 박0스, 다 마셨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서 났어?]
[ ................................ ]
[ 숨겨 놓은 거 몰래 마시는 거야? ]
[ ................................]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는 마치 정지화면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 이미 다 봤으니까 연기 그만하고 마저 마셔~
그렇게 안 움직이고 있으면 안 들킨 거야? ]
[ ........................... ]
[ 내가 안 본 걸로 해 줄테니까 박0스가 몇 명
남았는지만 얘기 해 봐.]
[ 두 병,,,내 책상 서랍에....]
로보트처럼 몸은 그대로 안 움직이고
입만 방긋거리며 대답을 한다.
[ 그래,,혼자 다 마셔,,어차피 당신 거니까..]
[ 아니,,오늘 청소도 하고 피곤하니까
한 병 마신 거야,,이거 마시고
또 회사 가서 힘을 내려고,,]
[ 알았어. 얼른 회사 가~]
[ 당신도 마시고 싶으면 내 책상 서랍에서
꺼내 마셔~그럼 힘이 날 거야]
그말을 남기고 깨달음은 출근을 했다.
5월에 접어들어 연휴였지만 우린 매우 바빴다.
노느라 바쁜 것보다는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마무리하고 수정하고 관리하느라
바빴고 마지막 시댁에 다녀오고 나서는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 것 처럼
둘다 솔직히 지쳐 있었다.
그래서 난 일주일채 약을 계속해서 먹어야했고
깨달음도 잘 버티어 왔는데
오늘은 박0스를 마셔야만 했던 것 같다.
정말 피곤하고, 노곤할 때만 마실 거라고
했는데 많이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오전에 청소할 때도 멍하니 앉아 있던
깨달음이 생각나 몸보신을 위해 뭘 해 줘야할까..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우리 부부에게 진정한 휴식은
한국에 가서 먹고 싶어했던 것을
맘껏 먹고 오는 게 최고의 휴식이 될텐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한국마트 사이트에 들어가
박0스, 냉동만두, 쫄면세트, 삼계탕에
넣을 재료들을 주문했다.
진정한 휴식은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는 일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린 한국에 가야 되는데..
갈 수도 없고,,그래서 피로가 축적되고 있다.
쉬는날이 더 피곤하다는 옛 어른신 말이
틀린 게 없다.
조금이나마 피로를 풀기 위함과
곧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서라도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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