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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일커플이기에 더 감사할 부분이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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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블로그 이웃님이 너무도 귀한 물건을 

보내주셨다. 직접 농사지으신 오미자액과

수세미액, 건오미자였다.

깨달음이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

잔기침을 많이 한다는 걸 블로그를

통해 읽어보시고 이렇게 보내주셨다.


기침에 좋다는 도라지액기스, 생강즙, 양파즙,

배즙, 무우, 당근도 갈아 모두 마셔보게 

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오미자는 처음 마셔보는 거라고 했더니

 복용방법까지 아주 상세히 적어 보내주셨다.


주말 아침, 장마시즌에 접어든 이곳 일본은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한차례 시원스레 뿌리는 장대비가 끝나고 나면

습도가 높아져 온 몸이 끈적끈적, 

불쾌지수가 아주 높다.

피곤한 우리 둘은 집에서 각자 뒹굴거리다

점심 때 거실에 나온 깨달음이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 알았어..만두랑 같이 구울게 ]

[ 한국 만두 있어? ]

[ 없어,,한국 만두,,]

[ 아,그렇지,,코리아 타운에서 파는 만두는

그 맛이 아니였지, 왜 한국에서 만든 

만두인데 그 맛이 안 나지? ]

[ 브랜드가 다른 거여서 그래,,

그냥 일본 만두로 구워줄게 ] 

[ 알았어..]

토마토와 숙주나물을 먼저 내고 만두가

잘 구워지고 냉면에 토핑을 올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주방으로 와서는 묻었다.

[ 나,,,비빔냉면도 먹고 싶은데,,,

두 개 먹으면 안 돼? ]

[ .................................... ] 



그래서 또 얼른 면을 번개같이 삶아

비빔냉면을 만들어 점심 상을 차렸다.

[ 와~~두 개다, 두 개~~]


냉면 한번, 비빔 한번, 번갈아 아주 맛있게

먹는 깨달음이 냉면에 들어있는

열무김치가 적당히 익어서 너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엄지척을 몇 번 한다.

[ 근데,,당신 이거 두 개 다 먹을 거야? ]

[ 응,,왜?]

[ 돼지...아니 배 나올까 봐 ,,,]

[ 아니야,,냉면은 돼지 안 돼~

만두는 자기가 먹어~~]

[ .................................. ]

[ 그래,,맛있게 먹어...]

거의 다 먹은 비빔냉면에는 숙주나물을 넣어서

돌돌 말아 깨끗이 두 그릇을 비웠다.


그렇게 배가 부르게 점심을 먹은 깨달음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 

오후 늦게 집에 들어온 깨달음에게

 이웃님이 보내주신 

오미자를 꺼내 천천히 설명을 했다.

[ 오미자가 뭐야? ]

 [ 음,,다섯가지 맛이 나는 열매인데 

일본어로는 모르겠어..]

 얼른 검색을 해서 오미자를 보여줬더니

처음 보는 거라며 자기도 이름을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신중하게 밀폐된 오미자병을 뜯어

컵에 조심히 붓는다.

[ 희석해서 마셔야 될 거야, 맛이 어때? ]

[ 맛이 괜찮은데,,좀 시큼해 ]

[ 응,,시큼하다고 그랬어..]

[ 이거,,왠지 잘 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 몸에 맞나 봐,,]

[ .................................. ]



[ 일단, 이 오미자를 착실히 마셔보고 난 다음에

이 수세미 액기스도 마셔보고 효과가 

좋은 것을 한국에 가서 주문을 할게 ]  

[ 음,,,진짜 잘 들을 것 같은 느낌이야,

이 액기스...,]

[ 다행이네,당신이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건

당신 몸에 맞다는 거겠지..]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컵을 비운 

깨달음이 감사를 전한다며

하트를 두가지 패턴으로 날려주었다.


[ 내 몸은 역시 한국 스타일인가 봐~

음식도 그러고, 뭐든지 내 입에 딱 맞는단 말이야

신기하지? 당신이 생각해도? ]

[ 응,,,]

기본적으로 뭘 먹어도, 뭘 마셔도 즐겁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깨달음의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깨달음에게는

늘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한다.

한국음식이 식탁에 오르는 걸 아주 

싫어하는 일본인 남편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많은 분들의 댓글을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는

냄새가 심한 청국장, 홍어까지

너무 맛있게 먹어주는 깨달음의 식성과

마음자세에 내가 크게 감사해야할 

부분임을 알았다.

다음주는 한국에서 먹은 맛이 나는

칼국수와 왕찐만두를 해달라는깨달음..

칼국수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왕찐만두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줄 깨달음을 위해

한번 도전해 봐야겠지..

어찌보면 작은 것이라 치부할지 몰라도

국제커플, 특히 한일커플에게는 아주 

크게 감사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음식문화의 차이로 오는 갈등들은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남편에게 감사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모아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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