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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습이 좋다는 남편 예정대로라면 이번 주말에 할 생각이였는데오전에 들린 채소가게에 맛있게 생긴배추가 있어 김치를 담기로 했다.코리아타운에서 사 둔 꽃소금이 다 떨어져일본 소금으로 간을 하면서 만약에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내가 매번 이렇게 김치 담그는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곳에서 김치를 담는 이유는 우리가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깨달음 친구, 거래처, 내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일본인들은 찬바람이 불어오면 각종 나베(찌개)를 즐겨 먹는데 특히 김치나베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찌개중의 하나로 자주 식탁에 오른다. 김치를 보낼 때면 몇가지 요리 레시피를 첨부해서 보내는데 그래서인지 올해도 어김없이주변 친구들이 다들 김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기를 빼 놓은 상태에서 좀 쉬고 있는데 깨달음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2020. 11. 11.
남편은 날 미안하게 만든다 월급날이 꽤 지났지만 언제나처럼 깨달음에게 한 달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샀다. 25일은 서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한 달간의 시간을 돌이켜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 그냥 잊고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오늘 오후, 티브이를 보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깨달음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 깨달음,한 달간 수고 했어. 많이 늦였지만] [ 당신도 수고 했어 ] [ 이 날은 내가 한 달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 [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살 게] [ 아니야, 자주 하면 의미가 엷어지니까 지금이 딱 좋아 ] 10월은 계약취소가 많았던 잔인한 한 달이였다며 정말 위기감이 느껴져 세무사와 상담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 그래서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혹 회사가 힘.. 2020. 11. 9.
다시 살게 해 준 친구에게 올 해 손녀를 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껏 휴가를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던 친구가 손녀를 보기 위해 3개월이라는 긴 휴가를 냈었다. 이번 휴가동안 한국에서 날 만나게 되면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는데 코로나로 하늘 길이 묶인 탓에 가지 못하고, 이젠 그녀의 휴가도 끝이 나가고 있었다. [ 나,, 다음주면 다시 회사 복귀야 ] [ 그래,,너 쉬는 동안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외국인에게 입국허가를 완화시켜서 한국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언제 한국 들어 올 예정이냐는 물음에 막연히 내년쯤이라고만 대답을 했다. 어젯밤 꿈에서 날 봤다며 어릴적 모습 그대로 오랜만에 중학생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떠들고 놀았는데 갑자기 어른 되어서는 둘이서 쇼핑을 .. 2020. 11. 5.
우리 부부의 연말 준비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우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그 다음은 뭘 할까...어제도 그냥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빈둥거렸는데 오늘도그렇게 보내야하는 건지 서로 말은 뱉지않은 채 눈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나가자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 집 근처,,][ ................................ ] 깨달음은 점퍼를 입고 머리를 세팅한 다음턱으로 내게 옷 입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디 가려고? ][ 몸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어. 날씨도 좋고,당신은 안 심심해? ][ 심심해..근데 갈 때가 마땅히 없잖아 ] 코로나로 외출을 마음 편하게 못하게 되면서 영화관을 대신해 지금은 유넥스트에서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먹고 싶은 음식은 어플로 주문만 하면 바로 가지고.. 2020. 11. 2.
인간관계는 늘 복잡하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패턴이나 대화, 대인관계에 있어서 문제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이 조절되지 못한다.또한, 타인의 얘기보다는 자기 얘기가 우선이고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대화를 하다보면 늘 자기중심적인 얘기로끌어가며 타인과의 절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고 변명을 앞세우며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느슨하지만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또한, 손익이 밝아서 손해 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과거들만 기억해 행여 자신이 궁지에 몰리면 이길 수 있는 과거 기억들을 꺼내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든다.이런 사람들에게는 감정.. 2020. 10. 29.
남편을 잠 못들게 하는 한국 드라마 깨달음은 늘 새로운 상업시설이나 맨션, 빌딩 등이 완공되면 꼭 견학을 간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일과 밀접해 항상 견학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직원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건축물 찾아 다니며 사진 찍으러 다녔기에 지금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오픈한 맨션과 상업시설들을 보러 다녀왔다. 타워맨션과 함께 주변의 시설들이 하나로 조성된 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 주상복합 스타일이여서 영화관도 있고 레스토랑도 많아서 구성이 좋네, 주변에 유치원, 초등학교가 있어서 30대 40대 부모를 타켓으로 지은 것 같애. 근데..가격이 좀 있네...] 나한테 하는 얘기겠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깨달음은 여기저리 둘러 보았다. 날이 쌀쌀한데도.. 2020. 10. 26.
돈 앞에서는 일본인도 똑같았다 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게 맡기게 된 이유는 도쿄에 사는 우리보다 시부모님과 가까운 곳(시댁과 1시간거리)에 있는 것과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을 포함해 행여나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되었고 서방님도 흔쾌히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다며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런 이유들로 깨달음은 시부모님의 재산은 동생에게 모두 줄 거라 했었고 나 역시 그렇게하라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시니까 받으시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번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 2020. 10. 22.
한국남자에게만 있다는 매력 참 오랜만에 만나는 미호 상이다. 서로 바쁜 것도 있고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를 주저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꼭 자길 만나주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만나서 얘기하겠다고만하지 다른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그녀가 우리집 근처에 미리 예약해 뒀다며 가게 주소를 보내왔다. 미호 상은 내게 한국어를 배운 일본인 중에 한 명으로 6개월정도 배웠다. 고등학생 아들과 단 둘이서 사는 미호 상은 40대 중반으로 밝고 천진하면서도 유머가 많은 여성이였다. 낮시간에 고기를 먹는 게 좀 부담스러워 커피숍에서 차를 한 잔 하고 싶었는데그녀는 이미 내게 아주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기다렸고 꽤나 들떠 있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간단히 안부를 묻고 코로나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2020. 10. 16.
결코 부러운 삶이 아닙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난 병원을 찾았다.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하는데 오른쪽 팔뒤꿈치가 좀 가려운 것 같아서만져봤더니 말랑말랑 뭔가가 만져졌다.예약전화를 했더니 정기검진외의 외래환자는코로나때문에 지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해아침에 서둘러 갔는데 대기만 1시간이라고 했다.코로나가 시작되고서부터 불안한 마음에 난 병원을 찾지 않았다.정기검진도 내년으로 미뤄놓고 조심조심하며지내왔는데 뜻하지 않는 일로 오게 되었다.기다린지 10분정도 지났을 때 엑스레이를 찍었고그후 48분이 지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2중마스크에 페이스쉴드를 장착하신 선생님과 환자인 내 거리가 1미터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로 대화를 하는 상황이 코미디 같아서 피식 웃음이 세어나왔다.[ 엑스레이상은 .. 2020. 10. 13.
남편의 짐을 조금 덜어주다 아침을 먹고 난후 출근을 하려던 깨달음이 무표정으로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2020년,굿디자인 어워드에 깨달음 회사에서 완공한 아파트가 디자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디자인컨셉과 포인트, 그리고 설계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 당신 사진은 없네? ] [ 나는 안 내지...직원들이 나와야지..] [ 그래도 축하해~~] [ 축하할 일 아니야, 100선에 들어야 하는데 100선에 못 들어서 별로야 ] [ 그래도 상 받았으니까 좋은거지 ] [ 하나도 안 기뻐 ] 정말 기쁘지 않다고 했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자기 생각대로 디자인변경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고 직원(디자이너) 의견을 존중해 주다보니 수정하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참았단다. 조금만 더 수정을 했으면 100선에 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 2020. 10. 9.
남편이 털어놓은 결혼생활 10년 호텔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깨달음은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는동안 난 로비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했다. 10월 1일부터 Go to Travel캠페인 대상을 도쿄까지 포함해서인지 호텔 로비엔 의외로 사람들이 붐볐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종종걸음을 하며 왔다갔다 분주했다. 맞은편에 피아노가 놓여있는 걸 보니 라이브를 하는 게 분명한데 연주자가 보이질 않았다. 실컷 사진을 찍은 깨달음이 돌아오자 우린 라운지 바로 들어갔다. 디너시간에는 라이브를 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런치를 예약했다며 깨달음은 다른 호텔정보와 함께 내게 이것저것 설명 해줬었다. [ 록폰기쪽은 디너에도 하는 것 같은데 거기는 다음에 가고 오늘은 그냥 이곳으로 만족해~] [ 응, 고마워. ] [ 경치는 괜찮지? ].. 2020. 10. 6.
참 고마운 일이다 너무 반가운, 아니 생각지도 못한 분에게서연락이 왔다.우리가 결혼하고 2년쯤 됐을 무렵 엄마와 함께 여수를 갔다왔는데 그때 다음블로그에서 한참 활동하시던 분과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깨달음이 너무도 좋아하는 간장게장으로유명한 곳을 데리고 가주셨고, 계산은 물론,선물까지 챙겨주셨 분인데 근 7년만에블로그에 공지된 메일주소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그날, 깨달음은 마치,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본 사람처럼 양손을 걷어붙이고 양념과 간장을 번갈아가며 손에 들고 쪽쪽 빨아먹는 모습을 보고 매울텐데 잘 먹는다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신 것이다.너무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저희가 신세를많이져서 꼭 갚아드리고 싶다고 또 여수에 갈 생각인데 그 때도 만나주시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 2020. 10. 2.
한국에서 온 추석 선물 이번주말, 이곳은 500명이 넘은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어제는 643명이였다. 코로나발생이후부터 우린 주말이 특별하지 않게 되었고 늘 즐기던 외식이며 문화생활은 단절하다시피 살고 있다. 모든 걸 집에서 해결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이젠 서로에게 자연스러워졌고 익숙해져가고 있다. 아무 일정을 만들지 않은 주말이면 깨달음과 나, 서로 자기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보낸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며 영화를 보다가 스르르 단잠에 빠질 때도 있다.오늘은 점심을 먹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깨달음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청소를 한다거나 정리를 하는 거라 추측이 되는데 어젯밤 추웠다는 얘길 했던 게 생각나 방문을 열어봤더니 역시나 가을용 이불로 바꾸고 있던 찰나였다. [ 이불 커버는 있어? .. 2020. 9. 28.
남편이 매일 사 오는 것들 결혼을 하고 신혼때부터 깨달음은 퇴근하는 길에 뭔가를 사들고 왔다. 신기해서 왜 사오냐고 물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거니까라고 말할 때도 있고 맛있게 보여서라던가 세일하길래라는 이유를 댔었다 결혼 10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깨달음은 변함없이 빈 손으로 들어오질 않는다. 주로 과일을 위주로 사가지고 오는 편인데 배추와 무를 사 온 날은 약간 황당해서 뭐 먹고 싶은 게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깍두기가 더 떨어질 건 같아서 사왔다고 했다. [ 배추는 왜 샀어? ] [ 음,,겉절이하면 맛있잖아,,] [ 겉절이 먹고 싶었어? ] [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배추는 나물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샀어 ] 회사를 나와 역 지하 백화점이나 옆 건물 상가에서 사온다는데 그래서인지 식빵을 사올 때도 있.. 2020. 9. 24.
어느덧 시작된 가을에서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갑자기 화창한 가을 날씨가펼쳐지자 깨달음이 얼른 나가자고 아우성이다.이곳은 내일까지 연휴이다. 다들 황금같은 연휴를즐기고 있었지만 우린 그냥 코로나니까 자중하자는의미로 집에만 있었는데 도저히 참기 힘들었는지깨달음이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어디갈 건데? ][ 가까운데 가서 가을을 느끼고 오자 ][ 알았어, 근데 당신 반팔로 나가? 쌀쌀할 건데 ][ 아니야, 난 이런 날이 좋아,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분명 반팔 입을 걸 후회할 거라 말해뒀지만깨달음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우리가 말하는 가까운 곳은 바로 오다이바이다.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보고 싶을 때, 쇼핑이 하고 싶어질 때면 오는 곳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서도 바람쐬기에는최적의 장소임에 자주 찾는다. 어슬렁.. 2020. 9. 22.
엄마에게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일요일인데 난 잠깐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오늘밖에 시간이 없다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그분이 약속장소로 지정한 우에노(上野)로 나갔다.간단히 차를 한 잔 할 거라 예상했는데역 근처 맛있는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 있다며그곳으로 가자고 하셨다.난 달달한 것들은 거의 먹지 않지만언제나처럼 그분의 의견을 존중, 한시간정도의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의 상처는 사람에게서 받고, 치유 또한 사람에게서 받아야하는 아이러니한 불변의 법칙에 약간의 진저리가 났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나머지 일들을 처리하고깨달음은 거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오후 5시무렵 내 방 문을 5센치정도 열고왼쪽 눈과 입술만 문틈 사이에 넣고서는 저녁엔 잡채가 먹고싶어요라고 했다.[ 왜? 들어와서 말하지 ][ 아니, 당신 공부하는 .. 2020. 9. 15.
부부싸움을 푸는 남편만의 방법 아침 일찍 거실로 나가보니 내 노트북 위에 편지가 놓여있다.열어보지 않아도 분명 반성과 후회, 사과의내용일 거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다.부부싸움이 있는 다음날이면, 깨달음은 늘 이렇게 곱게 편지를 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특히 자신이 많이 잘 못한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면어김없이 반성문?과 같은 편지를 쓴다. 첫 줄부터 [미안해요]라고 시작된 걸 보니아주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기가 내 입장을 잊은 채 이기적이였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글이 적혔고 중간엔 [사랑해요]라고 급하게 써넣은 듯한 문구도 나왔다.그리고 마지막장엔 00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자신의 진심을 얘기할테니 꼭 나와달라는 부탁도 첨부되어 있었다.그래서 나간 곳은 게전문집(かに道楽) 이였고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맞은편 대기.. 2020. 9. 10.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준 한국요리 코리아타운이라 불리우는 신오쿠보역 개찰구에 들어서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9월이 시작된 첫주말, 여전히 한여름처럼 33도를 향해가는 날씨탓에 그녀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만나자고 몇 번이고 약속을 미루고 미뤘는데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며 그녀가 지난주에 전화를 했었다. 런치를 같이하고 싶다고 그녀에게 난 식사는 다음에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차를 마시기로 했다. 40대후반인 메이짱은 돌싱이며 내게 그림치료 수업을 1년정도 받았었다. 3년전 이혼을 한 후로 보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에 빠지면서 혼자서 한국여행을 두번 다녀왔고 요리에 관심을 보여서 내가 한국요리를 이것저것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녀는 커피숍에 가기 전, 사고 싶은 게 많다며 한국마트.. 2020. 9. 6.
남편이 춤 추던 날 깨달음은 매장을 건성으로 둘러보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굳이 필요치 않다고는 했지만 막상 보니 마음이 흔들린듯 보였다. [ 깨달음, 여름용이 필요없으면 저쪽 편에 겨울용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둘러 봐 ] [ 그럴까...] 다시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천들을 만져본다. [ 깨달음,,한벌을 사더라도 좋은 것으로 사 ] [ 굳이 좋은 거 필요없는데..] [ 아니야, 좋은 것으로 해, 특히 양복은 좋은 걸로 해두는 게 좋아 ] 깨달음이 치수를 재고 있는동안 난 먼 발치에서 훔쳐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코로나로인해 긴급사태선언을 했던 일본에서는 자국민외에 일본에 거주중인 외국인을 포함, 1인당 10만엔(한화 약 백십만원)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우리에겐 20만엔이 지급되었고 깨달음은 그 돈을 한국에 갈 예정.. 2020. 8. 31.
삼시세끼..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지난 연휴기간에도 우린 외식을 하지 않고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했다.연휴때도 그렇지만 주말에도 늘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는 우리는식사시간도 별 차이가 없다.침대에서 늦게까지 뒹굴거리다가 아침은 적당히 커피한잔으로 떼우면 서로가 편할텐데 깨달음은 쉬는 날도 꼭 아침을 챙겨먹어야하고나 역시 커피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할 수 있는체질이 아니다보니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한다.아침은 대부분 밑반찬으로 만들어둔 반찬을 꺼내고 미소시루(된장국)와 샐러드,우유, 그리고 생선을 굽거나, 날마다 생선굽기가 귀찮아지면대신 어묵으로 대신할 때도 있고 전날 저녁으로 먹고 남았던 음식들을 올리기도 한다. 아침에 먹는 미소시루에는 주로 미역이나버섯류, 양파, 유부, 두부를 넣고 끓인다.신혼초에는 아침에 꼭 낫토를 챙겨 먹었는.. 2020. 8. 24.
남편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지난주, 신문응모에서 당첨된 서프리멘트(supplement;영양보조식품)가 도착했다.참깨에 들어있는 지용성 리그난 성분의 세사민 캡슐이였다.늘 그렇듯 깨달음과 똑같이 응모했지만 나만 당첨이 되었고 우편함에서 가져올 때부터 뽀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겐 이런 행운들이 전혀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왠지 게임에서나한테 진 것같고, 역시 자긴 운이 없는 사람임을 재확인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다운된단다. [ 깨달음, 이거 당신이 먹어, 나보다 더 세사민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 아니야, 난 그런 서프리멘트 안 먹어도 건강해]여러말 하지 않고 포장을 뜯어 깨달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자긴 이 세사민이탐나는 게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행운들이부럽다며 다시 내게 돌려주고는 복용해보고 .. 2020. 8. 20.
일본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이지메의 실태 8월 15일 이곳은 한국의 추석과 같은 오봉이였다. 8일부터 시작된 긴 연휴가 오늘로 끝이 났지만올 해는 코로나때문에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60%이상이였고 어쩔수없는 개인 사정으로 꼭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뵙거나 성묘를 가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휴 중반무렵, 성묘를 위해자신의 고향 아오모리에 귀성한 60대 남성의 집에 손글씨로 쓴 종이가 놓여있었고그 내용은 [이런 시기에 도쿄에서 왜 왔냐 ][알만한 나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어서 돌아가라]고 적힌 유인물이였다. 이 남성은 고향에 내려오기 전, 자비로 PCR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고고향에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런 비난받아야하는 게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던 초창.. 2020. 8. 17.
중년부부의 휴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추석연휴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우린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코로나때문에 외출은 삼가하고 있고외식은 아예 생각을 못해서 아침에 눈을 뜨면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거실에서 한국 오락프로나 유튜브 영상을 같이 좀 보긴 하지만 역시나서로 각자의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게많아졌다. 그렇게 휴가의 끝자락이던 오늘 오후, 깨달음 방에서사부작,사부작하는 소리가 들렸다.청소는 오전중에 했는데 뭘 하는지 알 수없는비닐소리, 상자를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뭘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더니 왜 왔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깨달음,,뭐해? ][ 심심해서 옷 정리 중][ 뭔 옷? 이 봉투는 뭐야? ]안 입어서 버려도 될 옷들을 일단 넣어뒀는데정리하다보니 버리기 전에 내게 물어봐야할 게있어서 밖에 꺼내두었단다... 2020. 8. 15.
자신의 부모, 형제라면 그럴수 있을까 일요일 아침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아빠를 모신 추모관이 침수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형제 단톡방에 글을 올린 것이다.추모관측에서 늦은감은 있지만 연락이 왔었고오빠가 바로 다녀온 모양이였다.집중호우로 인해 강이 범람하고 도로가 막히는 이런 재난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한국에서는 일어나고 있다.갈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유튜브를 통해침수피해와 상태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유골함은 괜찮은지 직접 확인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냐고 물었더니 1층 보호자만 입장이 가능한데 수백명이 대기중이여서경찰의 통제중이라고 했다. 아빠 유골함은 불행중 다행으로 지하가 아닌 1층, 바닥에서 170센치정도 높이에 모셔서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는데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행여나 침수가 .. 2020. 8. 12.
연휴이지만 외식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8월8일을 시작으로 이곳은 오봉(추석)연휴에 들어갔다.16일까지 연휴이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도쿄뿐만 아니라 전국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보니 60%이상은 귀성을 하지 않고 자숙을 택했다고 한다.우리도 매년 이맘때면 시부모님을 만나러갔었는데 올해는 요양원측에서 면회사절을 하는바람에 가질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10일가까운 황금같은 연휴를 집에서 보내는 걸로 무언의 합의를 봤다. 매일 300명 넘게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감염자가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딘가로 휴가를 떠난다는 것도위험도가 높아 내키지 않아, 굳이 어딜갈까라는얘기조차도 서로 꺼내지 않았다.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며 코로나가 위협하고있으니 쉽게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2020. 8. 10.
이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국 영사관앞은 언제나처럼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혐한이 시작되면서부터 일본경찰들은 의무적?으로이렇게 한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근무중이다.그래도 버스가 한 대인 걸 보니 최근엔 우익들도코로나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7월에 한국에 들어가야했는데 가지 못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지금 언니가 대신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서 인감증명을 한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위임장을 받아야해서 영사관에 온 것이다.내 일을 대신 부탁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고언니를 귀찮게 해야하는 내 입장이 싫고,여러모로 내 일로 인해 주변사람에손을 빌리는 게 너무너무 싫은데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는 일본인 여대생들.. 2020. 8. 7.
일본살이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 깨달음이 출근하며 현관문을 닫자마자 난 설거지를 후다닥 해치우고 잽싸게 청소기로 거실만 대충대충 밀어냈다. 그리고 전날 챙겨둔 사진과 여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물 한병, 책 한권을 밀어넣고 집을 나섰다. 출입국관리국에 가기 위해 서두른다고 서둘렀건만 도착했을 때는 10시 20분이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너무 낯설어서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바리게이트가 쳐져있는 곳으로 졸졸 따라갔더니 건물 입구에서 번호표를 한장씩 나눠주었다. 코로나로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를 15분 간격으로 들여보낸다고 한다. 나는 1시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번호표를 받고 2시간 반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잠시 멍했다. 집에 다시 다녀올까,,아니 커피숍에 가 있을까,, 여러 생각하며 일단 번호표를 부여잡고 .. 2020.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