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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더 미안해요, 엄마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깨달음을 기다린지 1시간이 넘어가자 난 예약해둔 광주행 케이티엑스를 취소하고 마음을 비웠다. 하필 같은 시간대에 타항공사에서 3대가 한꺼번에 도착하는 바람에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심사를 통과해 나오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취소를 하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 금요일이라 티켓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광주를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지친 표정으로 깨달음이 입국장에 나타났다. 계단까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들이 넘쳐나 기다리는데 배가 꼬르륵 거려서 기내식 안 먹은 걸 후회했단다. 일단,,택시를 타고 동생이 어렵게 예약해준 케이티엑스를 타기위해 용산역으로 향했다. 광주행까진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차분히 식사를 하고 엄마에게 .. 2019. 12. 30.
블로거도 의외로 지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 내가 다음 블로그(Daum)를 시작할 때부터 찾아주셨던 분인데 늘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간단명료, 또한 심플함이 매력적인 그 분은 이번에도 그 분다운 멋진 선물과 신년카드를 보내주셨다. 짧은 인사말 사이의 공백에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내 블로그는 점차 빛을 잃고 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참이였다.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블로그를 언제 그만 두는게 좋을까,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게 좋은데 이미 때를 놓친 감도 있고 이렇게 매번 같은 일상, 같은 주인공들의 시덥잖은 얘기들이 언제까지 읽혀질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작년부터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낯선 것도 사실이다. 하.. 2019. 12. 24.
남편이 우울했던 이유가 있었다 출근하고 점심시간무렵쯤 깨달음에게서카톡이 왔다. 우리집 반대편에 있는 공원에 감을 놓아두고 왔다며 10년후에 큰 감나무가 될지모른다는 내용이였다.깨달음이 공원에 놓아둔 그 감은지난번 시댁에 갔을 때, 우리가 따 온 것으로떫은 맛이 강해 먹지 못하고 숙성될 때까지놔뒀다가 오늘에서야 버리게 된 것이다. 사람이 안 산지 2년을 훌쩍 넘기다보니시댁은 갈 때마다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요양원에 들렀을 때, 시어머니가 부탁한 기모노를 가지고 가야해서 들렀다. 앞마당은 정글처럼 변해있었고 화분들도흉하게 말라죽어 있었다. 올 때마다 깨달음이 물을 주곤 했는데 찬바람에 힘들었는지 무서운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날, 둘이서 딴 감을 새가 먹기 편한 장소에놓아두고 20개 정도를 가져왔었다.솔직히 난 그냥 모두 새들에게 주고.. 2019. 12. 15.
내 주변 일본인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송년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1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카무라 상, 이마다 상, 요시오카 상은 보란티어협회에서 알게 된 분들이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만남은 없었지만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가지, 세 분 모두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나카무라 상은 유튜브를 보고 김치나 나물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올 한해도 수고했다는 격려의 건배를 하고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자 블로그용 사진을 좀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아주 흥미로워했다. 블로그를 한지 7,8년이 되어간다고 했더니 그렇게 오랫동안 어떻게 해왔냐면서 한우물을 파는 스타일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인스타그램,.. 2019. 12. 12.
연말,,남편의 모습은 매번 똑같다 출근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 안되겠는지냉장고를 혼자서 끌어낸다.10년가까이 써왔던 냉장고가 요즘 상태가별로 좋지 않아 새 냉장고를 구입했고아침에 기사분이 오기로 했는데 작업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미리 자리를 마련해 비워두는 것도 있고 미팅 시간이 가까워져서 서둘러야 하는 것과무엇보다 내게 미안해서 뭔가를 하려는 눈치였다. [ 깨달음, 힘들어,,그냥 둬,,][ 아니,,이렇게 해두면 빨리 끝나잖아 ]드디어 기사분에게서 전화가 오고 10분쯤 지나두 분이서 새 냉장고를 가져오셨다. 우리가 사려고 했던 모델, 아니 내가 갖고 싶었던모델은 우리집에 들어올 수 없는 사이즈여서눈물을 머금고 포기를 해야했고 거실문을 통과 할 수 있는 사이즈로 골랐다.꽤나 망설였다. 김치 냉장고를 없애고 그냥 마음에 든 사이즈를 구입할 건.. 2019. 12. 9.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 퇴근을 한 깨달음이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는창고 속에 넣어둔 박스를 꺼내 나왔다.[ 뭐 해? ][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려고,,][ 왜? 갑자기? 작년에는 그냥 넘어갔잖아 ][ 올해는 하고 싶어서, 캐롤도 울리고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식들을 단다. [ 별을 제일 위에 다는 거지? ][ 응 ][ 사진만 찍지 말고 당신도 좀 달아 ][ ............................... ]일년에 한번뿐이 귀한 축제를 즐겨야 한단다.[ 깨달음,,당신,,많이 즐기고 살거든? ][ 더 재밌게 놀거야, 아 서울은 지금 영하로 내려갔다며? 춥겠다 ][ 응, 오늘은 첫눈이 내렸나 봐,,]빠르게 뒷마무리를 하고 저녁을 차리려는데깨달음이 전화를 들고 메모를 꺼낸다. [ 오머니, 깨서방.. 2019. 12. 4.
몸이 불편한 자, 마음이 불편한 자 [ 구글 위치 확인 했어? 갈 수 있지? ][ 응 ][ 세미나 건물 반대편에 커피숍이 있어,간단한 조식도 팔 거야 ][ 알았어 ]아침, 7시, 세미나에 참석하는 날 위해초행길이라며 자기도 함께 일찍 집을 나선 깨달음,오랜만에 출석하는 세미나에 나보다깨달음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몇 시에 끝나? ] [ 예정은 12시인데 모르겠어 ][ 런치 같이 먹을까? ][ 아니,,][ 왜? 끝나면 회사쪽으로 오지? ][ 아니야, 정리할 게 있을 거야. 그니까바로 집으로 갈거야 ]세미나실에 도착해 받아든 자료를 읽어나갔다. 장애란 무엇인가,장애와 비장애인은 과연 뭐가 다른가,,오늘 우리가 다뤄야할 테마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끝없이 생각해야할 주제였다.한마디로 함축하기엔 참 어려운 단어임이 분명하다.난 어릴적부터 왠지모르.. 2019. 12. 2.
재혼,,그래서 더 어렵다 왠만해서는 한여름에도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 내가 오늘은 얼음이 둥둥 떠있는 것으로 목을 축였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모금 마셨더니 역시 괜한 짓을 했단 후회가 컸다. 걱정 반, 불안 반으로 그녀를 만났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처럼 이성적으로 얘길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적당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 주문을 하고 우린 그냥 그간 잘 지냈는지 서로의 생활을 물었다. 일 때문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녀가 스스로 얘길 풀어내길 기다렸다. [ 미안해요..갑자기,,] [ 아니에요,, 마침 시간이 나서 괜찮아요] 할말이 많았을텐데 그녀는 술 잔만 만지작거리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 깨달음님은 잘 계셔요? ] [ 네 ] 그 다음 그녀가 한 얘기는 자신이 시작한 작은 공방.. 2019. 11. 29.
왜 우린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가.. 오사카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인파속으로사라졌고 난 호텔로 발길을 옮겼다.평일인데도 사람들은 넘쳐났고 그 번화가 사람들 속에 나도 빨려 들어갔다.오후 늦게 부랴부랴 오사카에 온 이유는깨달음이 직접 확인해야할 현장이 있어서 코트만 걸쳐입고 신칸센을 탔다. 체크인을 하고 약속장소로 가는데 벌써어둑해진 밤거리는 조금전에 봤던 것과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쩍거렸다.깨달음과 예약석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정종으로건배를 하는데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는달달한 알코올이 뭔지모를 긴장감을 풀어준다.[ 깨달음,,이상하다,내가 긴장한 것도 없는데 술 한잔 들어가니까 몸이 풀리는 느낌야 ][ 추워서 그랬던 거 아니야? ][ 그랬나,,,,][ 당신, 요즘 공부하느라 힘든 거 아니야? ][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 [ 여기 맛있.. 2019. 11. 26.
어제는 남편을 위한 날 올해도 연중행사 중 하나인 쿠마테(熊手)를 사는 날, 토리노이치(酉の市)가 돌아왔다. 토리노이치는 에도시대때 중국에서 농민들을 위해 올리던 수확제를 기원으로 매년 토리노츠키(닭의 달-11월)의 토리노히(닭의 날)에 진행되는 축제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듯이 중국과 일본은 닭을 올렸다고 해서 토리(닭)가 되었다고 한다. 매해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표하는 수확제가 근대화에 접어들어 사업번창과 집안안정을 목적으로 바뀌었고 지는 해의 무탈을 감사하고 오는 해에도 복 많이 받고 잘 지내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변형되었다. 쿠마테(熊手)는 쿠마노테라고도 불리우며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에서 유해되었고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으는 장식품을 뜻한다. 갈쿠리에 행운, 장수, 금전운, 명예, 교통안.. 2019. 11. 21.
시부모님, 그리고 난 역시 며느리 나고야에 도착한 우린 바로 헤어졌다.깨달음은 현장에 가야했고 난 그 미팅이 끝날 때까지 시부모님께 드릴선물을 사야한다. 깨달음은 연말을 앞 두고, 미리 점검해야할 현장이 많아져이동, 출장이 잦아졌다.대략 몇시에 끝날지 예상은 하고 있지만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서로 따로따로움직이자고 미리 말을 해둔 터였다.나고야역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에는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쌓인 사람들로북적거렸고 나도 그들처럼 연말 기분을 사진 속에 담았다. 지하매장에 들러 좋아하시는 간식거리를 몇 가지 사고 소고기 덮밥도 사고,,깨달음에게 연락이 없어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정작 본인은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가끔 지나는 사람들이 날 힐끔 거렸다.쇼핑과 식사를 끝내고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고커피숍에 앉아 따끈한 코코아를 마시며.. 2019. 11. 18.
비우고 사는 연습 딜러에게서 전화가 왔다.차 밧데리가 방전되니 운전을 좀 하라고,,두달에 한번꼴로 딜러에게서 같은 내용의전화를 받는다. 깨달음은 운전면허가 없다. 그래서 운전을 해야하는 것도 나이고 차에 관한 모든 관리도 내가 해야한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맨션은 말 그대로 역세권, 역이 맞은 편에 있는 위치에 살고 있다.한국에 있을 때야 가까운 마트만 가도 차로움직였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교통이 편한 곳에살다보니 굳이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쇼핑을 하거나 장을 본다해도 차 없이도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그런데 우리가 차를 구입한 이유는 세금 대책?을위한 것이였기에 어떠한 목적과 필요성을 만족하기 위함이 아니였다. 그래서도 우린 차를 가지고 움직일이 많지 않다.차를 구입하고 시외를 몇 번 드라이브로 다녔는데 계.. 2019. 11. 15.
올해도 이렇게 감사를 표합니다 퇴근을 하고 깨달음과 쇼핑몰에서 만났다.연하장이 나온지는 알고 있었는데 내년이 무슨 띠인지도 모른채 매장으로 가서야쥐띠라는 걸 알았다.쥐 띠해를 맞이하는 신년 연하장이 즐비했고깨달음은 익숙하게 가장 일본스럽고,가장 복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 일러스트를신중하게 골랐다. [ 몇 장 사야 돼? ][ 몰라, 아직 ][ 작년에 몇 장 보냈지? ][ 50장은 넘었어 ][ 해외에도 보낼 거지? ][ 응 ][ 그럼, 완전 일본냄새 풀풀 나는 디자인으로 골라야겠다 ]연하장 종류가 다양해서 뭐가 좋을지 모르겠지만받는 분들이 일본스럽다고 느껴지는 그런 디자인이좋을 것 같다며 하나씩 꺼내 앞뒷면을 두루 살피는 깨달음. [ 가족들에게도 보낼 거지? ][ 응 ][ 그럼 100장정도 있어야하지 않아? ][ 그래, 그럼 넉넉하게 사.. 2019. 11. 13.
오늘까지만 아파하자 새벽에 나간지도 모르게 깨달음은 조용히출장을 떠났고 오전 일을 마친 난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으로 향했다.6월에 해야하는 정기검진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예약을 했다.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좋은 생각만 하자고 다짐하며 다독여도좀처럼 기분은 개운해지지 않았다.정기검진을 받는 게 그냥 싫었다. 뭐가 싫었냐고 묻는다면딱히 그 이유를 끄집어 낼 수 없지만 그냥검진을 하러 가기가 싫었다. 왜 이제서야 왔냐고 캐물어볼 간호사에게적당히 둘러댈만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고초음파를 하기 위해 온 몸에 발라대는투명하고 미지근한 젤리액도 싫고,체혈을 몇 봉이나 해야한다는 것도 싫었고환자들 가득한 대기실 속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잡지를 뒤적이며 내 이름이 불리워질 때까지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싫고,행여.. 2019. 11. 10.
중년부부의 위기는 어디나 똑같다 이번주 월요일까지 이곳은 3일연휴였다.정작 연휴때는 둘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집에서 쉬다가 평일에 영화를 보러 나왔다.연애 시절에도 사 먹지 않았던 팝콘과 콜라를 들고 오는 깨달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왜 갑자기 팝콘이야? ][ 응, 그냥 우리도 젊은 애들처럼 놀아보려고 ][ ................................. ][ 먹어봐, 완전 맛있어. 영화관에서 왜 팝콘 먹는지 이제야 알겠어. 이 카라멜 맛 죽인다,손이 계속 가,,] 그렇게 영화를 보며 몇년만에 맛보는 팝콘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 저녁은 예약해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옮겼다.와인을 한잔씩 하면서 내년 서로의 스케쥴들을 얘기했다.회사일을 시작으로 우리가 함께 해야할 여행일정들, 언제, 어디가 좋은지 그런 얘길 나.. 2019. 11. 7.
이 글이 마지막입니다 지난 8월 10일, [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라는글을 올린 후부터 지금까지 총 16통의 메일을받았다.https://keijapan.tistory.com/1285(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한국이 이렇게 된 것은 일본 정부의 탓이 아닌현 정권의 탓이라는 분,불매운동이 도리어 한국에 미치는 악영향및모든 게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기에 우린일본이 하라는대로 따라해야한다는 분.내게 몰라도 너무 몰라 답답하다며 현정권이 얼마나 독재인지 유튜브 영상을20개나 링크해서 올려주시는 분,어제 받은 마지막 메일은 한 아이의 엄마인데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과일본에 살면서 알게 된 점을 낱낱이 비교해 자신의 선택이 왜 옳았는지 장황하게 긴 메일을 주셨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게 그 글을 올린 .. 2019. 11. 4.
조용히 남편을 응원한다 10월이 다 가고 이젠 딱 두달이 남았다.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가 다른 일들이 많아 요즘들어 부쩍 외식이 늘었다.바쁜 것도 있지만 나는 아주 개인적인 일로 머리가 무겁고 깨달음은 회사에약간의 문제들이 발생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이다.[ 오늘,,미팅이 있는데 그냥 난 빠졌어 ][ 왜? ][ 배상액을 책정한다는데 지불해야할 당사자인내가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그냥 금액 정해지면 통보해 달라고 했어 ][ 그랬구나...] 14년전, 깨달음 회사에 다녔던 친구겸 동료가지었던 개인주택에 말썽이 생겨서 깨달음 회사가변상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그 당시, 그 친구분은 전원주택을 전문으로 하시는 베테랑으로 전형적인 일본식 주택 설계가뛰어나서 그 분께 집을 지어달라고 하는 요청이끊이지 않을정도로 실력.. 2019. 11. 1.
남편의 고마운 생각을 듣다 어젯밤, 우린 서로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지난 태풍 때, 각 방안에 설치된 환풍기에서강풍과 빗방울들이 먼지와 섞여 뿜어 나오는 바람에새벽에 둘이서 자다가 놀라 번갈아 각자의 방에 들어가 먼지가 섞인 검은 빗물을 닦느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환풍기를 막으면 되는데 바람이 세기가 너무 강해서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둘이서 졸린 눈으로 벽과 침대까지 튀어버린 검은 빗물을 닦고 시트를 바꾸느라 아침까지 왔다갔다하느라 분주했다.그 일이 있고 난후 오늘은 아침일찍 새로운 환풍기로 교환하는 작업이 있었다. 우리가 깨끗히 지우지 못한 주변의 검은 빗자국은자기네들이 어떻게 해 드릴 수 없다는 말을하시길래 알았다고 깨달음이 일하시는아저씨를 안심시켜드리고 작업하기 편하게 커튼도 떼어드렸다. 아저씨가 옛 환풍기를 뜯고.. 2019. 10. 29.
나이 들었음을 실감하는 요즘 1. 멋 부리기가 힘들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양말을 챙겨 신는다.한껏 멋을 부려 칠부바지를 입고 현관문을나섰다가 발목과 목덜미에 스치는 찬바람에놀라 다시 들어와 머플러와 발목까지 가려진 청바지로 바꿔 입는다.20대 때는 칠면조라는 별명을 들을만큼 패션에 신경을 썼고, 나름 멋쟁이라는 소릴 들었던 내가 이젠 멋보다는 따숩고 부들부들한 소재로만들어진 옷들을 찾아입는다.멋내다 얼어죽는다는 말이 명언이라 합리화시키며 스스로의 나이듦을 곱씹는다. 신문 광고에 나온 건강식품이나 건강유지법, 뇌호흡, 반신욕, 숲속생활 등,,건강 관련단어들에 귀가 솔깃해진다.쉬는 날이면 온천이나 찜질방에 가고 싶다는생각이 자주 들고, 따끈한 국물이 있는 곳으로발길이 자꾸만 .. 2019. 10. 26.
이렇게 남편은 행복한 휴일을 보낸다 요즘 깨달음이 넋을 놓고 보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백일의 낭군님]이라는 프로인데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알게 된 이 드라마를마치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했고 오랜만에 보는 달콤한 로맨스에 젖여있다.난 많이 유치한 듯한데 깨달음은 그유치함과 뻔한 스토리이지만두 주인공이 꽁냥꽁냥하는 걸 보면웃음이 절로 새어나와 좋단다.[ 마약이야,,마약,안 봐야 되는데 이렇게한 번 보면 재밌어서 미치겠어, 어쩜 이렇게 잘 만들까, 참 대단해.. ]유치하면서도 순수함이 묻어나고 애절함도적절히 잘 섞어있어 볼수록 즐겁단다. [ 좀 만화 같지 않아? ][ 만화처럼 환상적인 면과 약간의 무모한 설정으로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게 재밌잖아 ][ 그게 재밌어? ][ 아니, 이 드라마는 더 그런면이 많다는 거야,해를 품은 달 같은 드.. 2019. 10. 23.
조카가 건넨 뜻밖의 선물에 감동받은 남편 한국에서 첫날, 엄마와 동생,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조카네로 갔다.이제 태어난지 50일이 갓 넘은 신생아를 보러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 당신은 이모할아버지야, 나는 이모할머니] [ 하버지? ] [ 응 , 할아버지 ] [ 당신도 할머니야? ] [ 응,,나는 이모 할머니..] 나도 이모할머니가 된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깨달음 역시도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다는 걸 생소하고 낯설어했다. 깨달음이 이 조카를 처음 만난 건 우리가 결혼전 도쿄에서였는데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니며 그리고 결혼을 하고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아이를 보기 위해 우린 이번에 한국에 간 것이였다.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를 지긋히 바라보는 깨달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으니까 사춘기때 만났던 조카가 이젠 엄마가 되.. 2019. 10. 20.
3박4일, 한국에서 남편이 즐긴 음식들 첫째날 김포공항에 도착하고보니 12시전이였다. 호텔로 가서 우선 짐을 풀어놓은 우린 바로 홍대입구로 향했다. 젊음의 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것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홍대는 깨달음이 늘 궁금해 하던 코스였다. 뭘 먹을까 둘러보다 사람들이 가득한 분식?집 같은 곳에 깨달음이 들어가잔다. [ 깨달음, 후회 안 하지? ] [ 응 ] 젊은 사람들이 많이 먹는 메뉴 같다며 짜장볶음밥과 명란크림우동을 주문하고 맛을 보는데 기대를 안해서인지 맛있단다. [ 근데, 홍대는 우리가 올 곳이 아닌 것 같애. 종로 3가는 우릴 반겨주는 느낌이였는데 여긴 우리랑 너무 동떨어진 것 같네.. ] 홍대를 직접 와 보고 나니 깨달음도 거리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조카.. 2019. 10. 17.
시아버님이 하신다는 이별연습 아침 6시, 잠결에 바스락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신문까지 챙겨들고 모든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 손을 흔든다.[ 일어났어? 갔다올게 ][ 응,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전해 줘 ][ 알았어. 내일 늦게 돌아올 거야 ][ 음, 조심해 ]나고야 출장을 가는 길에 시댁에 간다고 했다.나도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나는 요즘 할일이 많다. 정신없이 오전시간을 보내고 간단히 점심을먹는데 깨달음에게서 현장사진과함께된장나베우동을 보내왔다.월요단식을 하고나서부터 식단에 신경을많이 쓰고 있는데 워낙에 면을 좋아하는깨달음이 나고야의 명물인 된장우동을뿌리치지 못하고 먹게 되었다며 맛은 좋은데괜한 죄책감이 들더라고 했다.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 버스를 탔다는 깨달음은 많이 피곤해 했다. 한숨 자라고 했더니 도면체크를해야.. 2019. 10. 14.
한일커플들은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역에서 두 분을 만났다. 블로그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매일로 서로 인사를 했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지난달에는 꽤 많은 대화를 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와 만남을 원하셨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내 성격탓에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거의 갖지 않았다. 7년이라는 시간을 채우는 동안 만났던 분은 한 분은 한국에서 두 분은 도쿄에서 만났었다. 만남을 주저했던 이유는 그 분들이 블로그나 다른 SNS를 하지 않고 계셔서 솔직히 어떤 분이신지 확인 할 수 없었던터라 쉽게 자리를 만들지 못했던 것도 지금껏 만남이 적었던 이유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오늘은 만나야 될 것 같았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보탬이 되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두분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둔 한국엄마로 메일.. 2019. 10. 11.
한국에 가면 남편이 밥을 안 먹는 이유 [ 오머니, 뭐 하세요? 교회 갔다왔어요? ] [ 오머니, 식사하셨어요? ] [ 오머니, 뭐 사갈까요? ] [ 오머니, 필요한 거 있어요? ] [ 오머니, 서울에서 만나요 ] 깨달음은 오늘도 엄마가 대답할 시간은 거의 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잊어버릴까봐 서둘러 묻고 전화기를 내게 바로 넘긴다. [ 아무것도 필요없응께 그냥 오세요, 과자도 필요없고, 진짜로 아무것도 필요없응께 ] [ 엄마, 나야 ] [ 응, 궁금했는디 마침 전화가 오네, 이번주에 배즙을 낼 생각인디 얼마나 가지고 갈래? 작년처럼 한박스 할까한디 부족 안 하것지? ] [ 엄마, 하지마, 우리 그냥 여기서 사 먹기로 했어 ] [ 왜? 내가 해주고 싶은디 ] [ 아니야, 엄마 하지마, 여기 코리아타운 가면 다 팔아, 배즙을 해도 우체.. 2019. 10. 8.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 잊고 있었던 건 아니였다.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고 우두커니 앉아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부의 얘기가 담긴 책 [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을 구입했는데책에 사인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냐는 친구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출간되고 나서 바로 샀다며 내게 인증샷도보냈는데 왜 다시 구입한 거냐 물었더니제자들에게 몇 권 나눠주고 싶어서라며 깨달음 사인을 꼭 받고 싶다고한다.그래,,우리가 책을 냈었지,늘 머릿속 한편에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오늘은 큰 맘 먹고 책의 후기를 찾아보았다.대부분 우리 블로그를 예전부터 봐 왔던 분들이구입해 읽으신 후 자신의 블로그나 책리뷰란에 적어 주셨는데 링크를 따라 클릭을 할 때마다 그분들께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블로그가 아닌 도서관.. 2019. 10. 6.
일본인들도 많이 우울하다 긴쟈에서 깨달음이 기다리겠다고 했다.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밖에서 보자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다.카운터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깨달음이입구쪽에 날 보고 가볍게 손을 든다.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데 메뉴를 내밀며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자기는 술 잔을 들었다.적당히 주문을 하고 건배를 하는데깨달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나도 그냥 음식평을 하다가 변해버린 긴쟈거리, 예전에 우리가 즐겨 다녔던 야키도리(닭꼬치)집의 근황을 나누다 물었다. [ 오늘 여기서 미팅 있었어?][ 응 ][ 근데,,,왜 술 마시고 싶은 거야? ] [ 그냥,,,,,,]깨달음 회사에 옛직원인 니시무라 상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했단다. 내가 석사과정일 때 디자인 의례를 받고 깨달음 회사를 처음 찾아갔던 날, 내게 녹차를준비해.. 2019.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