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5일, 늦은 저녁, 24시간 열린 구약소(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냈다.
이곳 일본은 먼저 혼인신고서를 내고 결혼식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해 10월 2일 우린 결혼식을 올렸다. 다음 주 25일이면 결혼생활 4년을 맞이한다.
결혼을 하고 뭐가 변했는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식사도 같이, 쇼핑도 같이, 잠도 같이 ,,,,,같이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을 땐 느끼지 못했다.
깨달음 팔짱을 끼고 목사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맞춰 걸어가면서부터 실감이 났다.
결혼이 주는 책임감과 중압감을....
내일부터 이곳은 3일 연휴에 들어간다.
결혼기념으로 국내 온천여행을 갈까, 2박3일 도깨비여행 같은 서울투어라도 할까라는
얘기들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행지를 얘기하다가 문뜩 당신은 나랑 결혼해서 좋았냐고 물었더니 자긴 좋았단다.
내 성격에 감정기폭이 좀 있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지금은 적응했단다.
자세하게 얘기해 보라고 그랬더니
분명 보통 여자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고,
성질이 좀 더럽지만, 그만큼 정도 2배로 많고, 모든 게 2배로 찐해서 자긴 좋았단다.
그리고 자길 예뻐할 땐 너무 부드럽고 상냥한데, 화 나면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어찌나 차갑던지 그 갭이 너무 커서 얼떨떨 했지만 지금은 그 대처방법을 터득해서 괜찮단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한국은 자기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기에 문화적인 이질감은 없었고
한국이여서, 한국인이여서 자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그래도 머릿속에 네지(나사)를 좀 풀고 살았으면 한단다. 성질이 급할 때가 많다고,,,
[ ..................... ]
그렇게 꽉꽉 조이고 살면 당신도 피곤하지 않냐고
좀 여유를 갖고, 그러러니하고 넘어갈 줄도 알아야한다면서
처음 결혼했을 때보다 많이 느긋해진 편이라서 다행이란다.
결혼 4년을 맞이하며, 오랜만에 둘만의 얘길 나눴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다 받아 들이려는 깨달음의 마음자세가 참 부럽다.
결혼 전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엔 한 쪽 눈을 감아라는 명언이 있는데
그는 잘 실천하고 있는 중인 것같다.
난 아직도 두 눈을 크게 뜨고 살고 있는데,,,,,머릿 속 네지(나사)를 풀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조금은 틀려도, 조금은 달라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부부의 아주 기본적 자세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잘해야겠다. 아주 많이...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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