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에 글 올리지도 않으면서 왜 사진은 찍어?]
대뜸, 깨달음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 언젠간 올리려고,,,,]
[ 도대체 언제 올릴거야? ]
[ 내가 지금 바쁘잖아,,,알면서 왜 그래...]
[ 옛날에는 바빠도 올렸잖아...내가 당신 맘 다 알아,,,
지금 이웃님들 걸러내는 작업하고 있는 거지?]
[ .......................... ]
[ 아니,,, 5월에 세미나 참석도 있고
6월에 자격시험이 두개나 있고,
11월에 개인전 준비도 해야하고,,,그래서 시간이 없어...]
[ 알아,, 아는데 그 외에도 분명 이 블로그에
오는 이웃님들 선별하고 있는 것도 맞잖아..]
[ .......................... ]
깨달음이 내 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랬다. 새 글을 올리려고 하면 얼마든지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분들만이 남았으면 하는 심정이 더 컸다.
새 글을 올리지 않은지 한달이 지나가니
방문객 1,500명이 줄었다.
방문객이 줄면 줄수록 모든 게 명쾌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진짜]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져가서
좀 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도 글을 올리지 않았다.
집게 발을 들고 쭉쭉 빨고 있던 깨달음이 또 물어 왔다.
[ 근데, 진짜 언제 글 올릴거야?
내 팬들이 다 도망 가는 거 아니야?
깨서방 팬클럽도 사라져 버릴텐데......]
[ .......................... ]
어이가 없어 블로그 얘긴 그만 하고 그냥
식사나 하시라고 얘길 정리했다.
[ 여수의 그 식당은 리필도 자유잖아.....반찬도 많고,,
한국 꽃게는 살도 꽉 차있고 게맛이 풀풀 나는데..
이건 왜 이러지.....아무 맛이 없어...]
[ .............................. ]
[ 게딱지에 밥 넣어서 먹으면 금방 한그릇 먹을 수 있는데...]
[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냥 먹어,,,]
꽃게찜보다 두배가 더 비싼 킹크랩을 먹으러 왔지만
깨달음 입맛은 변함없었다.
[ 그때 형님들이랑 갔던 그 가게는 사시사철 꽃게가 있어?]
[ 몰라,,, 그러겠지..]
[ 당신은 그거 안 먹고 싶어?
매운 콩나물에 밥 비벼 먹으면 맛있는데......]
[ 다음에 한국 가서 먹으면 되니까
오늘은 그냥 이걸로 만족하세요..
그리고 당신이 먹고 싶다고해서 여기 온 거잖아...
그니까 그냥 한국 꽃게라 생각하고 먹어...
다음에 언니들에게 또 가자고 그럴게..]
내가 그렇게 달랬지만 깨달음의 불만은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터져나왔다.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케익과 편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 생일 축하합니다 ]
[결혼하고 6번째 맞이하는 생일이네..]
[항상 날 이해해 줘서 고마워.]
[항상 좋은 말로 격려해 줘서 고마워. ]
[항상 성실하게 일 해줘서 고마워.]
[올 한 해도 건강하고, 많이 행복했으면 해.]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어 갑시다.]
[ 생일 정말 축하해~]
깨달음이 피식거리며 어색한 표정으로
날 한 번 쳐다보더니 편지를 읽고 또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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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뭐든 적당한 게 좋다고,
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넘쳐남에서 생겼던 제 마음의 욕심과 책임을
여러분들과 함께 지려 했던게
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었음을 반성하며
한 달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저희부부는 이 블로그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을 많이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에게 감사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마음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걸 보답해 드리는 마음으로 다시 글을 올리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감사했던 것들만 생각하고 더 감사하기로...
깨달음이 그러더라구요..
날마다 와서 새 글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가시는 분들에게
더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라고...
왠지 명치 끝을 얻어 맞은 기분이였습니다.
머리 한구석에 풀지 못한 숙제처럼 맴돌았던 블로그,,,,
새 글을 올리는데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일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이렇게 버틸 수 있었음을
다시 상기하며 깨달았던 시간이였습니다.
매일 발길을 해주시고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주시는
수많은 분들, 그리고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더 이상 헛걸음 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시는 분도 바로 여러분들임을
늘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려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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