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새해맞이 대청소를 하던 날
깨달음이 자기 서랍에 넣어 두었던 돈을 꺼내왔었다.
작년 여름, 우리집에 엄마와 자매들이 왔을 때
집들이 기념으로 주고 갔던 돈봉투였다.
이사 축하의미로 한화보다는 엔화로 준비해준
엄마, 언니들 정성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
깨달음에게 모두 관리하라고 주었더니
정말 자기한테 다 주는 거냐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돈 봉투를 들고 깨춤을 추던
모습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금액들이 좀 컸던 것도 있고 그냥 내가 챙기기에도 뭐해서
주택 융자금 낼 때 보태라고 시원스럽게 깨달음에게 줬었다.
그런데 그걸 다시 꺼내와서는 돈을 세어보더니만
이 돈을 정말 자기 맘대로 써도 괜찮냐고
재확인차 물었다.
괜찮으니까 알아서 쓰라고 하니까
그럼 그냥 여행비용으로 쓰고 싶단다.
그 여행이란 게 2주후에 떠나게 될 크루즈 여행비용이였다.
결혼 5주년 기념으로 크루즈 여행을 가려고
작년11월에 예약을 했던 건데
모집인원 미달로 취소 되었다가
지난달 초에 연락이 왔었단다.
그래서 모든 잔금을 일단 자기 돈으로 치뤘는데
이 돈을 보니까 맘이 조금 달라졌단다.
[ .......................... ]
알아서 하라고 그랬더니 여행비를 이걸로 충당하고
남은 돈은 어머니 팔순 선물을 사드리잔다.
그렇게 하라는 내 말이 끝 나기도 전에
돈봉투를 챙겨 자기방에 갖다 두더니
바로 나와서 어제 봤던 판소리를 보여달라고 했다.
[국악 한마당] 프로를 얘기하는 것이였다.
판소리, 가야금 명인, 상고돌리기, 장구달인, 꼬마명창,,,,,
국무, 살풀이 춤까지,,,어제도 1편 봤는데
끝까지 못 봤던 부분을 틀어줬더니 춤사위를 따라하면서
[김 연아]선수의 손끝, 발끝은 바로 이런 전통춤에서부터
물려받은 거라면서 흉내를 내기 시작,,,
자기 손이 굵어서 곱고 가는 동선 표현이 안 되네 마네...
입고 있는 겉옷 끝자락을 잡고 춤을 추는데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혼자 보기 아까워 후배에게 카톡을 했다.
설 연휴, 어제까지 깨달음은 한국 TV 삼매경에 빠져 살았다.
여행 비용도 마련했겠다 돈 걱정할 것도 없이
너무 여유롭고 행복한 연휴를 보냈다.
보다못해 당신 올 해 목표가 뭐였냐고 다시 물었더니
지금 진행중인 교토, 오사카의 호텔 건축건이
무사히 끝나는 게 목표란다.
회사 일 외에 개인적인 목표을 말해보라고 하자
개인적이 목표은 특별이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한국어 공부]하는 거라면서
이것도 한국어 공부에 속하는 거 아니냐고
원래 설연휴때는 이런 프로를 보는게 맞다고
설특집 국악편이 올라왔으면 틀어달란다.
[ ........................ ]
설연휴를 제대로? 즐기는 중년 아저씨....
그냥 기분좋게 보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특집편을 틀어주고 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올 해도 깨달음 하는 짓?은 작년과 별반 다름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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