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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 눈에 비친 한국 교회의 모습

by 일본의 케이 2018.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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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오늘, 당신 교회 갈 거야? ]

[ 아니, 안 갈거야 ]

[ 내가 맛있는 점심 사줄게 ]

깨달음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같이 가겠다고

정장 자켓을 꺼내 입었다.

[ 캐주얼하게 입어도 돼..]

[ 아니지,,교회에 가는데 정장을 입어야지..]

부활주일과 그 다음주, 그리고 이번주에

 깨달음은 나와 함께 교회를 나갔다.

부활주일에 나온 이유는 단순히 예수님이 어떻게

부활했는지가 궁금해서 나갔던 것이고

이번주는 내가 맛있는 점심을 사준다고 했기에

따라나선 것이라고 자신이 크리스천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주는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 

어린이 찬송을 흥얼흥얼 잠시 따라하면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 왜..사람을 쳐다 봐,,]

[ 어떻게 기도하나 보려고,,,]

예배가 시작되고 주기도문를 암송할 때는

항상 입을 굳게 다물고 따라하지 않는다.  

찬양단의 찬송이나 트럼펫 연주가 있는 날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음악으로서 즐기는 듯 했다. 

목사님 말씀을 열심히 듣다가도 심심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맛있게 뜯고, 

주변을 또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다가

누군가가 졸고 있다고 나한테 보고?를 한다.

내가 그런 소리를 못하게 옆구리를 치면

잠시 가만히 목사님 설교말씀에 귀기울린다. 

부활절엔 세례자에게 빵과 포도주가 건네졌고

그걸 먹고 제자리에 돌아오는 나를 향해

깨달음이 먹고 마시는 흉내를 내서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나올 뻔 했다.


헌금시간에는 사람들이 얼마를 내는지

곁눈질을 하고, 헌금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찼는지 빼꼼이 내다보기까지 했다.

[ 하지마,,가만히 있어...]

[ 궁금해서...]

예배를 모두 마치고 교회를 나올 때면

성도들의 교제를 돋기 위해 서로가 

악수를 나누는데 설교시간 내내 졸았던

사람하고는 악수하기 싫다둥, 내 상상을 

초월한 말을 해서 날 당황스럽게 했다. 

교회를 빠져 나오자마자 마치 수업이 끝난 

아이처럼 뭐 먹으러 갈 건지, 

뭐 하고 놀 건지를 묻는다. 


식당으로 향하며 깨달음이 물었다.

[ 오늘 목사님이 서로 사랑하라고 했잖아, 

 난 싫은 사람도 사랑하라는 뜻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는 것,

내가 상대에게 받아 기분 좋은 일을 상대에게 

그대로 해주는 게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 당신도 알았어? 

[응,,나도 어떤 사람이라도 미워하지말고 

사랑하라는 뜻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어..]

[ 당신도 교회를 헛 다녔네, 서로 사랑하라는 

뜻을 잘 몰랐다는 거야? ]

[ 응,,,]

딴청만 피우고 설교말씀을 제대로 안 들은 것 

같았는데 아주 바로 들었다는 생각에 의아스러웠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 오늘은 뭘 기도했어? ]

[ 비밀이야,,]

[ 말해줘 봐..]

[ 신사에서는 부모님 건강하시라고

교회에서는 당신이 행복하라고,,했지..]

[ 사업 잘 되라는 기도는 안 했어? ]

[ 하나님이 너무 바쁘시니까 간단하게만

했어..그래야 들어줄 것 같아서...]

[ ........................ ]


[ 우리 교회 괜찮지? ]

[ 응,,목사님 말씀이 알아듣기 쉬워서 괜찮았어]

[ 한국에서도 교회 갔잖아,,역시 일본어로 

설교를 들으니까 편했던 거 아니야? ]

[ 한국 교회하고는 근본적으로

 많이 틀린 것 같았어]

[ 근본적으로? 뭐가 틀려? ]

[ 일본 교회는 순수한 믿음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았는데 한국 교회는 어떤 목적의

수단으로 교회나 성도를 이용하기도 하잖아,,]

[ 무슨 소리야? ]

[ 가끔 뉴스보면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학연, 지연처럼 같은 교회 출신이라든가,,

뭐,,그런 인과관계가 맺어서 문제를 일으키잖아.

돈, 권력, 명예와 같은 세속적 가치를

따지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는게 한국 교회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 지난번 광주에서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도 파벌이나 종파싸움 

같은 걸 했잖아..목사님이 둘로 나뉘어져

서로 배타하고 경쟁하고 그랬다며..]

[ ........................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 여러 선교단체에서도 유난히 한국 교회는

학교별, 종파별, 지역별로 나눠져서

 활동하고 싸운다고 그러더라구 ]

[ 누가 그런 소릴 해? 당신이 어떻게 알아? ]

나도 모르게 따지듯 물었다.

깨달음 친구 중에는 절실한 카톨릭 신자가 한명 있다. 

한국의 기독교에 대한 공부도 좀 하신 분으로 

 내가 새로운 교회를 찾고 있을 때부터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한국 교회의 

실체와 현황들에 대해 많이 나눴다고 했다.

[ 헌금도 보니까 여러가지가 있던데

특별헌금, 감사헌금, 건축헌금, 선교헌금 등등

 성경적인 의미의 헌금을 내는 게 아닌

교회의 재정을 불리기 위해 헌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돈 없는 사람은 교회를

다니기 불편하게 만드는 거잖아,,..]

너무도 막힘없이 술술 털어놓는 깨달음의

 한국 교회의 이미지가 조금은 쇼크였다.


[ 당신, 나랑 여기 교회 몇 번 같이 온 

이유가 뭐였어? ]

 [ 한국 교회에 비교할 생각으로 온 것은

전혀 아니였어. 난 원래 크리스천이 아니고, 

크리스천이 될 생각도 없으니까. 그런데

 당신이랑 몇 번 나와서 보니까 한국보다는

모든 면에서 아주 투명하고, 정말 말씀과 

믿음을 중요시하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무신론자인 깨달음이 이렇게까지 

깊숙히 한국교회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무슨 말로 내 생각을 정리해야할지 잠시 

주춤거리다 내가 입을 열었다. 

[ 알아, 교회에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존중받고 하나님 앞에 모두가 죄인인데

사회적 능력이나 재능으로 신앙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사회적 약자에게 

더더욱 관심을 갖고 베풀어야 하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히 문제가 있어..예수님의 성품을 닮은 

목사님과 성도가 되어야 하는데...

나 역시도 잘 안되고 있어...]

이 말을 끝으로 우린 더이상 

교회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깨달음 입을 통해 들었던 한국교회의 모습들이

너무 리얼해서도 잠시 할 말을 잃었던 게 사실이다.

안 보는듯, 모르는 듯 하면서도

깨달음은 모두 꽤뚫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는 길이 쉽지 않지만

이렇게 지켜보는 이가 가까이 있으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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