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읽은 후배와 통화를 했다.
[ 언니,,그냥 내일 당장 오면 안돼요?
지금 그렇게 힘든데 왜 6월부터야? ]
[ 5월 28일까지 스케쥴 있어서 못 움직여..]
[ 가슴은 도대체 원인을 모른대요? ]
[ 응,,원인을 확실히 모르겠대..
그냥 호르몬 불균형으로 혈관이 과다하게
증가되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 그랬어
어째든, 악성이나 그런 건 아니래서 다행이야 ]
[ 아이고,,힘들어서 어떡해..계속 일이 생기네..
근데 먹는 것까지 힘드니... ]
[ 그니까,,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애.
내가 입이 짧아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닌데..
한 끼 먹으려면 내 손으로 모두 준비를 해야하니.
오죽하면 입원까지 생각을 했겠냐,,
근데,,입원을 해도 한국음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만 있을 것인데,,
내가 필요로 한 건 그런 휴식이 아니여서..
진짜 어제 콩나물을 먹는데
눈물이 안 멈추더라.... ]
[ 그니까..]
[ 지금 내가 뭐하는가 싶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 한국 같으면
뭐든지 배달을 시키기도 하고
시장이나 마트 나가면 입맛에 맞는 반찬 골라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그것도 할 수 없는
현재의 내 상황이 날 제일 힘들게 하는 것 같애.
그렇다고 깨달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그니까,,답답해 죽겠네요. ]
우린 그 뒤로도 20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눈물을 찔금 흘리다가 미친 듯 웃기도 하고,
옆에서 깨달음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귀를 내 쪽으로 자꾸만 붙였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자 깨달음이 묻는다.
[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했어?
울다가 웃다가 ]
[ 응,,가슴이 왜 그런지 그 원인이 뭔지
그런 얘기들이였어..]
[ 반찬 얘기도 했지? ]
[ 응,,아플 땐 먹는 걸 잘 먹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힘들다는 거지..
당신이 한국요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은데..]
[ 내가 못하니까 몸에 좋은 도시락 사 왔잖아 ]
[ 알아,,근데 나는 장어 도시락보다는
삼계탕, 추어탕, 감자탕 같은 그런 따끈하게
몸보신 될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는 거지 ]
[ 먹으러 가면 되잖아,,]
[ 당신도 먹어봐서 알지만 다들 어딜가나
한국 맛이 아니잖아,,]
[ 그러긴 해..한국하고 맛이 많이 다르지..
장어 먹으면 힘이 나는데...]
[ 나는 한국음식으로 만들어진 몸이여서
일본 장어로는 회복이 늦어지는 것 같애]
[ 그 말도 일리가 있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한국의 시장, 마트에 가면 반찬코너에
콩나물부터 시작해 시금치나물,
도라지무침, 깻잎조림, 장조림, 멸치조림,
어묵볶음, 쥐포볶음, 콩조림,감자볶음,
꽈리고추, 메추리알, 호박볶음, 도토리묵,
두부조림, 잡채,각종젓갈과 겉절이, 갓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나막김치, 물김치 등등
모든 반찬들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에 살다보면 이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땐 내가 직접 해 먹어야한다는게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한국 음식을 아주 잘하는 도우미 아줌마를
찾아서 부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코리아타운에 가서 이것저것 사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게 쉽게 바로 바로
되지 않는게 현실이기에 슬퍼질 때가 많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내가 아픈날부터 깨달음은 매일 저녁 퇴근을
하면서 우나기(장어)덮밥 도시락을 사왔다.
일본에서는 보양식이라면 장어가 최고라고
지난번 입원했을 때도, 아파서 힘들어할 때마다
장어도시락을 사오지만 아주 솔직히 말해서
장어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긴 하는데
연 3일 장어덮밥을 먹으려니
더더욱 한국음식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눈물에 콩나물을 무치고 김치 냉장고에 있는
창란젓도 무쳐서 밥을 먹던 저녁엔
깨달음과 둘이서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든 콩나물을 당신이
더 잘 먹으면 어떡하냐? ]
[ 나 원래 콩나물 좋아하잖아,,]
[ 당신이 한식 좀 배우면 안 돼? ]
[ 나 못해..그냥 당신이 만들어 줘...]
[ ............................... ]
이럴땐 깨달음이 정말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인지
의심스럽고 얄밉기도 하지만 먹고 싶은
반찬들로 배를 채운 날은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것 같다.
남들은 해외생활, 그것도 선진국에 산다고
부럽다며 동경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다.
하지만, 해외생활이 그곳이 어디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유학생은 유학생대로, 이민자는 이민자대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것부터 새롭게 터전을
잡는 것 역시도 쉬운 게 결코 없다.
물론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도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 나라 음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고,
구입할 수 있으며 싫든 좋든 내 가족과
가까운 거리에 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큰 가치와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이렇게 밖에
나와 살아봐야만이 뼈저리게 느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러겠지만
해외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을 수록
나물에 콩조림, 계란말이, 구운생선,
따끈한 된장국,그리고 김치가 있는
한국밥상을 자꾸만 떠올린다.
무심하게 차려져 있지만 그 속에 느껴지는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한국밥상,
아니, 엄마밥상이 그리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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