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장애인들의 보호시설인 재활원에서 보란티어 활동을 시작했던 게 내 나이 24살 때였다.
난 장애인들을 볼 때마다 이들은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참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난 멀쩡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마음에 장애를 가진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고
자꾸만 비툴어져가는 마음들, 자꾸만 타락해져가는 내 양심들을 보며
장애의 정도가 커 가고 있음을 느꼈었다.
그래서도 더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곳 일본에서도 보란티어 생활을 했다.
연세드신 분들에게 그림치료를 해드렸을 때
그 분 중에 몇 분이 내가 한국인인 줄 알고 조심스레 자기도 [재일동포]라는 털어놔 주신 분들이 계셨다.
유일하게 아는 노래는 [아리랑]이라고 나에게 들려주신 분도 계셨다.
한국지도를 그려달라고 하신 분도 계셨고
자기 고향 [제주도]에 관한 얘기도 해주셨다.
죽기 전에 한국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몸이 불편해 못 갈 것 같다고....
또 어느 날은 도화지에 검게 색칠을 한 뒤, 한국 김이라고
한국 김은 진짜 맛있다고 밝게 웃으시기도 하셨다.
그렇게 봉사를 하고 돌아오면 보람도 많이 느끼는 한편, 마음 한 구석이 알싸해졌던 건
한국에 관한 얘기를 하실 때마다 그 분들 눈빛에서 슬픔이 느껴졌었다.
봉사는 봉사로 끝내야 하는데 내가 감정이입을 해버린 탓인지 자꾸만 눈에 밟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 손과 발이 그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봉사란 결코 그분들을 위한 게 아닌,
결국엔 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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