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텃밭이 풍성해졌다.
씨를 어떻게 뿌릴지 몰라 대충 뿌린 탓에
너무 빽빽하게 자라 간격을 만들기 위해
통을 새로 사서 분리를 시켰다.
꽤 많은 양을 뽑아냈는데 아주 많이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다.
날이 더워 잎파리들이 타들어가는 걸 보고
수확을 하기로 결정, 깨달음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깻잎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따고 있는 깨달음.
상추는 양이 적으니까 좀 더 놔두기로 하고
오늘은 깻잎과 파만 뜯었다.
삼겹살에 상추쌈을 해 먹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혼잣말을 하면서
깻잎도 따긴 땄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뭘 해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단다.
그렇다고 타들어가는 잎들을 그냥 둘 수는 없고,,,
밭일?을 해서 덥다고 샤워를 하고 나 온 깨달음이
저녁 메뉴로는 소면을 해달라고 했다.
샤워하면서 문뜩 생각났다고
향긋한 깻잎을 올려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단다.
바로 주방으로 가서 먼저 소면을 삶는 동안
깻잎은 가늘게 썰고, 파도 쫑쫑 썰고, 생강도 좀 갈아 놓고,,
호박 부침개에도 깻잎 두 장과
남은 파를 넣어 저녁을 준비했다.
그렇게해서 차린 저녁상이
미역초무침, 청경채나물, 호박부침개, 삶은 소면, 김치
그리고 오늘의 주역인 깻잎을 썰어 놓았다.
상을 차리기가 무섭게 면에 깻잎을 몇가닥 놓고
쯔유에 찍어 먹는 깨달음.
일본에서 여름철에 많이 먹는
기본 메뉴이긴 하지만 깻잎과 김치를 올려 먹으니
한국풍이라고 해야할 이중국적의 저녁상이 되었다.
깻잎하고 같이 먹으니까 완전 맛있다고
손놀림이 빨라지는 깨달음.
부침개에는 익은 김치를 올려 먹고
면에는 깻잎을 올려 먹고,,,
2인분 삶은 면이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팍팍 줄어들었다.
내가 생깻잎을 못 먹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뺏길 염려가 없으니까
아주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먹었다.
열무김치를 올려 먹으니까 맛있다고
한 번 먹어보라고 하니까
비빔면이였을 때 열무김치랑 같이 먹는거라고
참기름 넣고 고추장 넣고 비벼주면 몰라도
그냥 면에는 안 먹겠단다.
[ ......................... ]
이 날, 깨달음은 부침개를 2장 먹고,
소면도 거의 혼자 다 먹고 난 후
다음엔 깻잎을 가득 넣은 부침개를 해먹자며
깻잎요리는 뭐가 있냐고 물었다.
깻잎김치, 깻잎장아찌, 깻잎 부침개, 깻잎 볶음.
깻잎 주먹밥, 깻잎 김밥, 깻잎 무침,,,,
그리고 쌈 싸먹을 때나 비빔밥에도 들어가고,
깨잎말이 튀김도 있고,, 탕에도 들어가고,,,,
듣고 있던 깨달음이 깻잎이 그렇게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냐면서 전용 통을 하나 더 사서
깻잎만 계속 키워보잔다.
[ ......................... ]
아무튼, 이 남자는 못 먹는 게 없어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얄밉고 귀찮을 때가 있다.
오늘은 작은 깻잎 17장을 뜯어 15장은 채를 썰어 먹고
나머지 2장은 부침개에 넣고,,,
텃밭이라하기엔 너무도 초라하지만
싹이 나고 조금씩, 조금씩 키가 클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고
베란다 바람과 함께 코끝에 묻어나는 깻잎향은
내 향수병을 달래주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다양한 요리에 넣어 먹기엔 조금 시간이 필요하지만
텃밭의 깻잎 하나만으로도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는 내가 있다.
고마운 깻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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