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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 장모님께 남편이 부탁한 것

by 일본의 케이 201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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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케이에요 잘 계시죠?

 오늘 태풍이 그 쪽으로 간다는데

어머님 괜찮으세요? ]

[ 응,,지금은 괜찮은데 오후 12시까지 00초등학교에

있는 임시 대피소로 모이라고 했는데

우린 그냥 집에 있을려고 한다..]

[ 왜요? 어머니, 대피소에 가시는 게 더 편하지 않으세요? ]

[ 음,,, 나는 괜찮은데 아버지가 거기까지 걸어가는 게

힘들어서,,,집에 계신다고 하시네..]

[ 큰 집에 00삼촌은 왔다 가셨어요?]

[ 음, 어제 저녁부터 몇 번 왔다 갔어..

그니까 그렇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거야,,,]

[ 그래도 제 생각은 대피소에 가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여긴 00삼촌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렇게 전화해 줘서 고마워~,

아, 그리고 지난주에 보내준 김이랑 초코파이 잘 받았다.

우린 맨날 받기만 하고,,,미안해서 어쩌지,,, ]


 

 아침 일찍 시댁에 전화를 드렸다.

태풍 18호가 시댁쪽을 강타한다는 뉴스와 함께

피해 지역 주민들은 피난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머님집 앞 집에 사시는 큰 집 조카분이

날마다 들여다보고, 두 노인분들 챙겨주시고는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두 분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애만 탄다.

다리가 불편해서 걷기가 힘드신 것도,,

요실금이 심하신 것도,,, 쪼그려 앉아 있는 것도,,

이 모든 게 대피소에 가셔도 맘이 편치 않으시기에

가기를 마다 하신 것 같았다.

 

저녁에 퇴근한 깨달음에게 전화드렸냐고 물었더니

안 했단다.

왜 안 하냐고? 걱정도 안 되냐고 째려보니까

태풍이 한 두번 온 것도 아니고 부모님들은

대처방안을 알고 계시고, 앞 집에 사촌형이 있으니 괜찮단다.

[ ....................... ]

여러말 하지 말고, 어서 전화 드리라고

이럴 때일수록 아들이 전화를 드려야지 심적으로

안심 되실 거라고 어서 하라고 하니까

웬 종이와 볼펜을 들고 오더니

 침대에 누워 갑자기 한국말을 가르쳐 달란다.

장모님한테도 전화하겠다고,,,,

우리 엄마한테는 조금 있다 해도 되니까

 빨리 어머님께 먼저 전화하라고 눈에 힘을 줬더니

굳이 안 해도 되는데 그런다고

껄적지근한 얼굴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묻고, 조심하시라는 말

몇마디 하고는 금방 끊는 깨달음....

할 말을 잃고 쳐다보니까

다음은 장모님한테 전화할 거라고

자기가 일본어로 적은 것을 한국어로 가르쳐 달란다.

 

[ 오머니, 깨서방 입니다,

 [ 오메~~, 깨서방인가,,잘 있는가?]

[ 식사 하셨어요? ]

[ 나는 먹었네,,,깨서방은 드셨는가? ]

[ 오머니, 한국도 비가 와요? ]

[ 아니,,,여긴 날이 좋은디,,,거긴 비 온가? ]

[ 어머니, 부탁이 하나 있어요]

[ 뭔디? 뭐든지 말해 보소~]

[ 오머니, 배즙 만들어 주세요]

[ 오메,, 알았네, 내가 그렇지 않아도 생각은 하고 있었네

배즙 많이 만들어 놀랑께 걱정 하지마소~]

[ 오머니, 감기 조심하세요]

[ 깨서방도 감기 조심하고, 일 너무 무리해서 하지 말고,,]

[ 오머니, 보고 싶어요, 힘내세요]

 그러고는 나에게 얼른 전화기를 넘겼다.

 

엄마랑 통화를 할 때는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라고

그래도 말귀를 잘 못 알아먹어서인지

건성으로 넘어가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깨달음...

우리 엄마한테 배즙을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했던 거였다.

깨달음은 환절기에 잔기침을 많이 한다.

그래서 엄마가 도라지 넣고 고아준 배즙을 늘 보내주시는데

지난 번 보내주신 것도 여름철엔  마시지 않아

 김치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었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다시 마시기 시작하더니만

부족할까봐 엄마한테 부탁을 한 것이였다.

배즙 해달라고,,,,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냉장고에 아직도 많은데 뭘 부탁하냐고 그랬더니

어머님이 도라지를 준비하고, 고를 내고,

일본에 부치고 그러면 넉넉잡아

한 달은 걸릴 거라고 그래서 미리 말씀 드린 거란다.

배즙은 가을이 시작돠는 지금부터 마시기 시작해

한 겨울에도 빠짐없이 마셔야 기침도 하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린단다. 

기침 나올 때 따끈하게 한 잔 마시면

바로 기침이 멈추더라고 완전 자기 몸에

딱 맞는 보약? 이라며 꼭, 꼭, 마셔야한단다.

[ ............................... ]

그건 그렇고 어머니한테도 좀 살갑게 하라고 하니까

원래 남자들은 자기 부모한테 대면대면 한다면서

자기는 자기 부탁을 모두 들어주는

장모님이 더 편하고 좋단다. 

깨달음이 우리 엄마한테 잘 하는 이유는

자기 나름대로 계산된 게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서운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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