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의 월급 봉투를 받는 날.

by 일본의 케이 2015. 8. 29.
728x90
728x170

매달 25일은 월급날이다.

깨달음은 자기가 경영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이렇게 [급료]라고 적힌

봉투에 자기 이름까지 착실히 써서 생활비를 넣어서 준다.

그리고 그 외 들어가야할 특별한? 돈은 따로 봉투에 넣어 준다.

왜 [급료] 봉투에 넣어서 주냐고 물으면

매달 이렇게 직접 전해주어야

남편은 다음달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기고

 아내는 한 달간 남편이 수고했음을

가깝게 느껴지는 거라며 

지금도 직원들에게 한 명 한 명 이렇게

직접 전해주면서 [수고했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이렇게 귀한 월급을 받은 날은

 거창한 외식을 하는 날이다.

아니 내가 멋지게 한 턱 쏘는 날이다.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 앞에서 깨달음을 기다렸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날 본 스탭이

밖으로 나와서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 하더니

 왜 요즘  자주 안 오셨냐고 겸연쩍게 물었다.

실은 우리가 이사해서 자주 못 왔다고 하자 

그러셨냐고 많이 궁금했다며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반대편 신호등에 깨달음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걸 본 스탭이 얼른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다른 스탭들이 오랜만이라고

많이 반가워 해주었다. 먼저 와인을 주문하고

오늘은 실컷 시켜도 되냐고 한마디 하더니 주문을 하기 시작.

 

오랜만에 변함없이 정말 맛있다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아까 나와 대화를 나눴던 스탭이 와서

이사하셨다고 하던데 축하드린다고

서비스로 샴페인을 한 잔씩 가져다 주었다.

그걸 마시면서 깨달음이

아까 스탭이랑 무슨 얘기 했냐고 물었다.

오랜만이라고, 왜 가게 안 왔냐고,,,,

그런 얘기였다고 그러자, 내 얼굴이 완전

미소로 가득한 얼굴이였단다.

갑자기 뭔 소리냐고 쏘아 부쳤더니

그냥 너무 친한 척 하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단다.

자기한테는 요즘 잘 웃지도 않으면서

다른 남자 앞에서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좀 그랬다면서  눈을 내려깔고 메뉴판을 훑어 보더니 

또 열심히 주문을 했다.

[ ......................... ]

 

나는 배가 불러온다고 해도

자긴 아직 먹고 싶은 게 남았다고 열심히 먹길래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자기 사진 찍지 말란다.

왜 찍으면 안되냐고 하니까

많이 먹는다는 걸 소문낼 거냐면서

이제 먹는 사진은 올리지 말아 주란다.

 

그리고 맨날 우리가 외식만 자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별로이고

절약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음식 사진도 조금만 찍어란다.

[ ....................... ]

그러면서 생활비 얘길 했다.

 

지난달엔 생활비는 좀 많이 넣었는데 이번달에는

 예전 금액 그대로이니까 그렇게 알아라면서 

생활비에 대해 이제까지 적네, 많네,

따지거나 묻지 않아줘서 고맙단다.

[ .......................... ]

당신도 내 수입에 대해 터치 하지 않듯이

나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고 그랬더니

 [돈]은 좋아하면서 남편 돈에 관심이 없는게 신기하단다. 

깨달음은 결혼하고 지금껏 한번도

내 수입, 지출, 생활비 내력을 묻지 않았고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래서도 난 깨달음이 건네주는 생활비에 관해

불만, 불평을 하지 않았고

이상하리만큼 우린 서로의 돈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않고,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금전 때문에 서로 피곤해 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난 많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외식비용이 2만엔(한화 약 20만원)이 약간 넘었지만

한 달간 수고한 남편의 노고에 비하면

싼 편이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계산을 했다.

나보다는 10배, 20배로 고생한다는 걸 알기에....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