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었던 한 달 전부터 난 집에서
예전처럼 식사준비를 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아직 골절부분이 100% 붙지
않았다는 의외의 소견을 듣고 좀 쇼크였지만
시간이 약이니 조심하면서 기다리면 붙을 거라
믿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누룽지에 아침을 준비했고
그걸 말없이 먹던 깨달음이 나를 한 번 쳐다봤다.
[ 왜? 하고 싶은 말 있구나 ]
[ 아니야,,,]
[ 반찬이 별로 없어서 그러지? ]
[ 아니...꼭 그런 건 아닌데.. 왠지 허전해서.. ]
[ 그렇지 않아도 식재료를 사야 되는데
일단 몇가지는 주문했어. 근데 마트를 직접
못 가서 재료가 다 떨어진 상태야 ]
담당의로부터 뼈가 정상적으로 빨리 붙을 수 있게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서
외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상태였다.
[ 나한테 사 오라면 되는데 왜 말 안했어? ]
[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거 다 처리하려고... ]
깨달음은 결혼을 하고 내가 길들이길 잘 못해
밥상은 못해도 5첩이나 7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백반집처럼 나물, 볶음, 조림, 무침,
젓갈 등등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다양한 반찬들을 좋아한다.
반찬이 많이 차려진 밥상을 보면 먼저 행복감이
밀려오고 그것들을 하나씩 맛보면 입도
즐겁고 몸이 기쁨에 춤을 추는 느낌이란다.
그래서 반찬이 많은 걸 좋아한다.
그리고 특히나 한국에 가서도 엄마나 언니들이
차려주는 전라도식 밥상을 기억하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먹는 걸로 알고 있다.
https://keijapan.tistory.com/1310
또 깨달음은 반찬을 자기 숟가락에
올려 주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실은 내가 신혼 때 몇 번 해줬는데 그게
너무 좋았는지 지금도 한식을 먹을 때면
꼭 밥숟가락을 떠서 반찬을 올려주길 기다린다.
[ 깨달음,,, 그냥,, 당신이 떠먹어 ]
[ 싫어.. 올려줘..]
반찬을 올리는 건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거라는 걸
깨달음도 잘 알고 있지만 늘 해주길 원한다.
[ 올려 주면 좋아? ]
[ 응,, 엄마가 챙겨주는 거 같아서 좋아 ]
[ 당신 어릴 적에 엄마가 안 해줬어? ]
[ 응, 한 번도 ]
일본은 아이가 스스로 혼자 먹을 수 있게 되면
굳이 엄마들이 먹여주거나 그러질 않기에
한국 엄마처럼 좋아하는 반찬을 숟가락에
얻어주거나 한 숟가락 더 먹이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 그럼, 편식해서 안 먹고 그러면 어떻게 해? ]
[ 우리 동생이 편식이 심했는데 한번도
떠 먹여주거나 먹어보라고 강요하지 않고
내버려 두셨어, 어른 되면 먹을 거라면서,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 않아서인지 당신이
처음에 반찬 올려줬을 때 감동 받았어 ]
[ .......................................... ]
https://keijapan.tistory.com/1437
[ 근데, 당신은 왜 그래? 애도 아니면서 ]
[ 그냥, 해줘. 당신이 올려주는 건 반찬과 함께
사랑도 함께 주는 거잖아 ]
[ ............................................ ]
애정결핍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지만 지금도
내가 반찬을 올려주면 아주 좋아한다.
한국 친정에서도 내가 밥에 몇 번 올려주는 걸 보고
가족들이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는
깨서방도 웃기고 올려주는 너도 웃기다면서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희한한 부부라고 했다.
https://keijapan.tistory.com/1043
[ 한국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식에게 여러 형태로
참 많은 사랑표현을 하는 같아.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거잖아. 난,, 그런 말없는
표현이 너무 좋은 거 같아.
일본은 그런 게 거의 없으니까..,,]
밥에 반찬을 올려주는 것도 사랑이 담긴
표현이라 생각하고 있는 깨달음..
https://keijapan.tistory.com/1280
그리고 깨달음이 또 좋아하는 건 내가 식사를 할 때
꼭 자기에게 먼저 숟가락을 들게 하는 거였다.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들고 난 다음에
먹는다는 건 어른을 존경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관습이란다.
아주 작은 일로 여겼던 반찬 올려주기를
사랑으로 느끼고 연장자에게 먼저 드시기를
권하는 관습들이 좋게만 보인다는 깨달음.
내가 당연시 생각했던 것들이 외국인 시각으로 보면
많은 부분들이 다른 빛깔로 비춰지고 있었다.
출근하는 깨달음에게 내일부터 10첩 밥상으로
준비해주겠다고 했더니 함박웃음을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사람만큼이나 한식을
잘 먹어줘서 깨달음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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