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후배에게 받은 카톡이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후배가 얘길해도 긴가민가 했다.
정말 결혼기념일인지...
그날 저녁 깨달음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깜빡했다면서
뭐 갖고 싶은 거 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아무 생각이 없다고 짧게 대답을 하고
우린 각자 할 일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난 10월에 들어서면서 유언장을 다시 정리하느라
온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 날은
아침 일찍 은행에서 예금액 전액을 인출했었다.
조직검사결과가 나오는 14일간 내가 할 수 있는
주변 정리는 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던 날들을 보냈었다.
저녁 퇴근길에 깨달음과 향한 곳은 어느 레스토랑이였다.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결혼 기념일은 훨씬 지나버렸지만 그래도
와인 한 잔씩 하며 축하해야하지 않겠냐고,,,
[ 결혼, 축하합니다]
둘이서 건배를 하고 와인을 한 모금했다.
쌉쌀한 뒷맛이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벌써,,,5년을 맞이하네,,,]
[ 응,,,,,난 10년정도 같이 산 것 같은데...]
[ 나도 그래....]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 정말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 음,,,별로,,필요한 게 없어,,,당신은? ]
[ 나는,,,,서류가방을 하나 더 사야겠는데...]
[그래,, 다음 주에 사러 갑시다]
또 대화가 끊긴채 우린 주문한 음식을 열심히 먹었다.
특별한 날이니 특별한 메뉴를 시켜서인지 맛있었다.
그리고 우린 자연스럽게 내년 결혼기념일은
서로 잊지 말고 잘 챙기자는 얘기,,,,
더 늙기 전에 세계여행을 해야한다는
얘기도,,, 그리고 건강에 대한 얘길 나눴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이니까
내년부터 결혼기념일 선물은 무조건 단기건강진단을
하는 걸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와 나와의 결혼생활 4년간 느낀 것들
앞으로 우리 부부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비결같은 게
있음 얘기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당신 성질이 많이 유해져서 난 요즘에 불만 없어,
근데, 가끔 눈으로 얘기하는 게 있어 무서워,,,
눈에서 나오는 파워가 너무 세서 살벌함을 좀 느끼게 하지만
그래도 진짜 마일드해져서 난 좋아,,,]
[ ..................... ]
[ 그리고 당신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게 보여...]
결혼생활도, 일본생활도,,..그래서 고맙게 생각해,,]
웬지 뜨금했다.
결혼생활 5년이 되도록 내가 아직까지 노력하는 모습이
배우자 눈에 비춰졌다는 게....
그랬다...
워낙에 혼자가 좋았고, 독신생활을 즐겼던 내가
결혼을 하고 둘만의 공동생활이 많이 힘들었다.
지금도 솔직히 힘든 부분이 있다..그래서 난 결혼이 안 맞는
사람이였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해보고 나니, 결혼이라는 자체가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했기에
노력을 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상대의 잘못이 아니기에 내가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일이였다.
이렇게 결혼기념일을 맞으면
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내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되뇌인다.
그래야 서로가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
옆에 앉은 깨달음이 내 와인 잔에 자기 잔을 부딪혔다.
그래서 한 마디 했다.
[ 피곤한 성격인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고,,,
그렇게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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