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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자식들도 실은 많이 아프다-2

by 일본의 케이 2015.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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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우린

증명 서류들을 챙겨 시댁으로 향했다.

아침 설거지를 하고 계시는 어머님을 본 깨달음이

자기가 하겠다고  어머님을 주방에서 내 보냈다.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하니까 몇 개 안 되니까

자기가 하면 된다면서 나보고 문방구에서

포스트잇을 사다달라고 했다.

포스트잇을 사서 집에 와보니

어머님은 무릎 때문에 재활병원에 가시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고 계셨고

깨달음은 아버님께 재산상속의 명의변경이

언제, 외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조카인 다카시형님에까지 

 토지의 상속자가 되어 있는지 

기억을 더듬을 수 있도록, 20년, 30년전에 

있었던 차용증, 내용증명서 등을 꺼내 설명을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 설명을 하고,

서류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후,

우린 삼촌네 아들이 살고 계시는 앞 집으로 옮겼다.

깨달음이 방문할 거라는 말을 어머님이 전날 해 두어서인지

다카시형님은 거실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깨달음보다 8살 위인 다카시형님은 지금 혼자 사신다.

 아내가 뇌졸증으로 의식불명인 상태로

4년전부터 병원신세를 지고 계시고

자녀분들도 다들 출가를 해 혼자서

아내의 병간호를 하고 계신다. 

깨달음이 가져온 서류를 하나 하나 설명을 해 드렸고

자기 집이 압류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많이 놀래하셨고,,, 압류 된 날짜를 보고

자기 아내가 쓰러지던 해, 그 해 있었던

여러 일들을 떠올리시고는 크게 낙심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 전편 보기  http://keijapan.tistory.com/772 )

 

 [ 깨달음,,, 난 이제 어떡하면 좋으냐?

 어디에 가서, 누구한테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냐? ]

[ 변호사를 선임해야겠지? 법무사인가?,,

깨달음,,, 난 어떡하냐,,,왜 내가 몰랐을까,,,

우리 부인이 언제 이렇게 돈을 빌려 썼을까,,,

어디에 썼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

어깨가 축 쳐진채로 깨달음에게 여러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난 조용히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깨달음이 자기가 아는 세무장과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이번 연대보증 건은

안 들은 걸로 하겠다고 얘기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 아버님께 다시 알기 쉽게 설명을 드리고

연대보증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걱정말라는 말도 덧붙혔다.

어머님은 그래도 조카여서인지 약간 짠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고

깨달음은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냥 못한다고 똑부러지게

얘기하라고 못을 박았다.

저녁은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스테이크를 시켜 먹고

우린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동경으로 돌아오기 전에 인사를 드리고 갔을 때

어머님과 아버님은 어제 우리가 놔 둔 서류들과

깨달음이 날짜와 내용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둔 증명서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계셨다.

[ 아버님, 어머님, 내년 초에 다시 올게요,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 음,,,이번에 케이 얼굴 본 게 마지막일지 몰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케이 얼굴 봤으니까...]

[ ....................... ]

아버님이 헤어질 때마다 항상 하시는 말씀인데

이 날은 왠지 더 가슴에 파들어 오는 느낌이였다.

[ 그런 말씀 마시고, 이 용돈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드시고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새우튀김도 사 드시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바로 또 올게요~

제가 다음에 올 때는 용돈 더 많이 드릴게요~]  

 집을 나서는데 어머님이 또 밖에까지 나오시려고 하니까

깨달음이 무릎에 무리가 되니까 나오지 마시라고

못 나오시게 어머님을 손으로 밀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는 길....

깨달음을 힐끔 쳐다봤더니 표정이 어두웠다.

 많이 아플 것이다.

어찌 해드릴 수 없음에 아프고,,,

이것밖에 해 드릴 수 없음에 아프고,,,

함께 할 수 없는 죄스러움에 아프고,,,

언제가 찾아 올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음에 아프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둔 자식들도 실은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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