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이곳은 공휴일이였다.
아침에 깨달음은 여느날과 같은 시간을 보냈고
나도 내 할일을 하고 쉬었다.
10시가 막 지났을 때, 외출복을 갈아 입은 깨달음이
나보고 나가자고 했다.
인터넷 검색하다가 한국영화 좋은 게 있는 것 같아
예약해 두었다고 근데 상영시간이
10시 40분이니까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 .......................]
왜 그걸 이제야 얘기하냐고 투덜거릴 시간도 없이
바로 씻고 옷을 걸쳐들고 집을 나왔다.
5분전에 도착한 우린 조심조심 자리를 찾았다.
작은 상영관이여서인지 관객들이 가득이였다.
처음엔 웃기 시작했고,,점점 가다가 울기 시작...
제일 먼저 울었던 건 깨달음이였다.
아직 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별로 안 슬픈데 운다는 생각에
힐끔 힐끔 쳐다봤는데도 깨달음 눈물은 계속됐다.
크라이막스에서 아버지가 치매였다는 사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주위사람들이 협력한 것이 밝혀지고,,,,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니까 안심이 됐는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리까지 내면서 울었다.
난 좀 뭉클하긴 해도 눈물까진 나오지 않던데....
사람들도 다들 눈물을 닦느라 수건, 티슈를 꺼내고,,,
앞에 아저씨도 한참 눈물을 닦으셨다.
상영관을 나오는데 깨달음이 얼마나 울었던지
눈,코, 입 모두 빨갛게 부었길래 웃겨서
카메라를 갖다 대니까 거울 좀 줘보란다.
뭐가 그리도 슬펐냐고, 너무 많이 울더라고 하니까
나보고 피도 눈물도 없다면서
저런 영화를 보고 눈물을 안 흘리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을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우린 그 길로 바로 라면을 먹고 다음 상영관으로 옮겼다.
오늘은 영화보는 날로 정했으니까
다음영화도 한국영화를 예약했다고 했다.
제목이 뭐냐고 하니까 러브스토리란다.
[무뢰한]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난해한 것도 아니고,,단순한 것도 아니고,,
뭐가 메시지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세상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래도 [사랑]이라고 하기엔,,좀 내용이 엷은 것 같고,,,
두 주인공들이 사랑을 했네, 안했네...
집으로 가면서 얘기를 주고 받다가
왜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은 남자를 찔렀는지
굳이 찌를 필요는 없었다고 그러자 깨달음이
한국여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한국여성들은 사랑할 때도 격하게
헤어질 때도 격하게 감정표현하는 경향이 있단다..
자기가 나랑 살아보니까 애정표현이
다이렉트라는 걸 느꼈다면서 영화속 상황이였으면
당신도 분명 자기를 찔렀을거라며
영화에서는 한 번 찔렀지만 당신은 3,4번 찌를 것 같단다..
[ .......................... ]
할 말을 잃고 깨달음 얼굴을 빤히 쳐다봤더니
첫번째 [ 장수상회]에서는 한국영화의 진가인
[가족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나서 너무 좋았고
[ 7번방의 선물] 다음으로 슬펐단다.
두번째[ 무뢰한]은 한국남녀의 독특한 사랑방식을
격하게 표현했지만 그것 역시도
한국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기에 자긴 참 좋단다.
주말에는 [상의원]을 상영하니까 예약해 둔다면서
또 실컷 우는 슬픈 영화가 있으면 보고 싶단다.
깨달음은 아니 일본인 눈에 비친
한국영화는 받아들이는 감성이 다른 것 같다.
느끼는 감정들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지만
유난히 깨달음은 매장면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 감정이 전반적으로 메마른 것도 있겠지만
깨달음이 순수해서 더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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