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떠나오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증심사 입구에 있는 사찰음식집에 갔었다.
깨달음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나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가게였다.
처음 와 본 언니, 동생네도 다들 만족해 했었고
즐비하게 놓인 음식 사진을 찍어 깨달음에게 보냈더니
바로 알아차리고 [ 너무해~]라며
우는 이모디콘을 보내왔었다.
그날 저녁, 미안해서 전화를 했다.
아내 없이도 잘 먹고, 잘 자고 있냐고
혼자서 자유를 만끽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유는 자유인데 뭘 해도 재미가 없단다.
주말에는 그냥 회사에 가서 일 했다면서
기침을 연속해서 하길래
감기 걸렸냐고 물으니까
마음의 감기가 걸렸다고 외로워서 걸린 감기란다.
[........................... ]
마음의 감기가 걸린 사람이
상차림 보니까 진수성찬이더라고
다이어트중이라는 걸 잊였냐고 그랬더니
혼자 먹는 게 웬지 쓸쓸해서
여러가지 풍성하게 식탁을 꾸미고 싶어
이것 저것 많이 만들었단다.
깨달음이 아침, 저녁으로 보낸 메뉴들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만들어 먹었단다.
귀찮으니까 그냥 사 먹는게 편할 거라고 해도
집에서 먹는게 좋다면서 재료 사서 들어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장식하는 게 은근 재미가 있었단다.
양이 너무 많으니까 한 접시는 줄이라고 그러자
냅 두란라면서 못 먹고 남긴 건 다음날 먹으니까
만들 때 많이 만들어 놓는 게 좋다고 했었다.
참 다양하게도 먹었다.
저녁메뉴에는 사시미가 자주 올라가 있고
야채 샐러드에 있는 작은 상추와 잔파는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걸 뜯어서 먹었단다.
내가 없어도 아주 살림?을 잘하는 깨달음이다.
공항에서 날 배웅하러 나온 깨달음에게
나 없는 동안 뭐 할거냐 물었었다.
그랬더니,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말라면서
자긴 이제 홀몸, 자유의 몸이라고
아주 들뜨고 상기된 목소리를 했었다.
결혼 5년째 되니까 이 남자도 자유를 원하고 있다는걸
목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대충 뭐 할거냐고 재차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할 거니까 한국에 있는동안 자기는 신경쓰지말라며
마치, 나몰래 비밀스런운 짓?을 할 것같은
응큼한 미소를 짓길래
그렇게 자유가 필요했었냐고?
아니, 많이 답답했었냐고 그러니까
인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었다.
다음날 소풍을 떠나는 초딩처럼
삔질삔질 거리며 곧 다가올 자유의 시간을
기다리는 깨달음 표정이 얄미워서
군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역시, 결혼 년수가 늘어가면 갈수록
남자도,여자도 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아내가 없어도 남편들은
잘 해먹고, 잘 자고, 자유로운 영원이 되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마음의 감기가 걸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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