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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남편이 아저씨임을 느낄 때...

by 일본의 케이 201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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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캐롤송과 K-POP이 흘러나오고

 옆에 있던 깨달음은 음악에 맞춰 고개로 장단을 맞추며 걸었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 입에선 술냄새가 풍겨나왔다.

코리아타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사람을 더 들뜨게 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 오면 명동냄새가 난다고 했던 깨달음 말이 문뜩 뇌리를 스쳤다.

후배와 만나기로 한 곳은 양념통닭집이였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는데 사람들로 붐비는 탓인지 발걸음이 자꾸 밀린다.

 

9시가 넘은 시간인데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세계 각국의 언어들이 들려오고,,,,

 간단하게 주문을 하고 맥주도 한 잔씩 시켰다. 

 

 [ 메리 크리스마스,,,]

일단 건배를 하고 깨달음이 후배에게 지난번에 준

오마모리(부적) 효력을 보고 있냐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러자, 덕분에 편안했다고 대답하는 후배.....

크리스마스인데도 후배는 마감해야할 일들이 많아 어제도 철야를 했다고 한다.

주문한 통닭이 나오길 기다리며 올 한 해 후배에게 있었던

황당한 일들을 다시 얘기하며 웃고 떠들고,,,,

한국방송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사연을 내봐라, 그럼 분명 채택 될 것이다,,

아니다 책을 내야하네,,,, 먼저 블로그를 만들어서 올려라,,..등등

그런 잡다한 농담들이 오가는 동안 맛있는 통닭이 나왔다.

후배가 좋아하는 것도 있고, 크리스마스엔 캔터키 치킨을 먹어야 한다는

깨달음의 고집으로 이곳을 택해 왔는데

한 입 먹어보니 힌국맛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한국은 치맥이 인기라는 얘기도 하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얘기로 이어지다가

실내의 대형 티브이에서 한국 젊은 가수그룹들이 춤을 추고 있는 걸 보고

깨달음이 갑자기 [강남스타일]의 싸이의 얘기를 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아무튼 예능계에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싸이의 춤을 흉내 내면서 흥이 났는지 자기 멋대로 웃기는 아저씨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후배랑 나랑 죽는다고 웃으며 동영상을 찍었더니 더 흥이 나서 팔을 흔들고 난리였다.

그렇게 한바탕 춤을 춘 다음에 맥주를 한 모금 또 하면서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데는 역시 한국사람들이 탁월한 것 같다면서

김연아 선수의 표정, 손끝에서도 예술의 혼 같은 게 묻어 있지 않냐고

예능쪽으로 우수한 인재가 많다는 둥, 일본 연예계 얘길 했다가

재일 동포 얘길 했다가,,, 한국 여행 얘길 했다가  아무튼 여러 얘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비록 3명밖에 모이지 않은 크리스마스 파티였지만 웃고 떠들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11시가 넘어서야 후배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작은 케잌 하나 사서 들어왔다.

깨달음에게 춤추는 자기 동영상을 다시 보여줬더니

한국의 가족들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이미 카톡으로 보내고 난 후였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 춤추는 걸 부끄러워하면서 오늘은 

왜 후배 앞에서 춤을 췄냐고 물어보니까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국에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자기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고 그래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였단다.

그리고 요즘엔 세상의 눈이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면서

입에 크림을 묻혀가면서 맛있게 먹으며

날마다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단다. 

여자인 나보다 달콤하고 새콤한 걸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

늦은 시간에 너무 먹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 했더니

 아까 통닭집에서 가져온 새콤한 무 좀 주란다. 느끼하다고,,,,

저런 모습 보면 완전 아저씨다... 춤도 아저씨 춤이였고,,,

내가 나도 모르게 아줌마가 되어 가듯, 남편도 점점 아저씨가 되어 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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