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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한국은행 현금 인출기 앞에서,,

by 일본의 케이 201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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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을 오래하다보면 가끔 한국에서 치뤄야할 일상적인 업무들이

생각만큼 원활하게 이루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떼는 것부터 시작, 은행업무도 스탭에게 묻지 않고서는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내 스스로가 참 답답할 때가 많다.

 이곳 대사관에서 직접 서류를 뗄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려고하면

무슨 공증?이 필요했고, 그 공증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핸드폰이 꼭 필요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해외카드가 사용불가인 경우도 있었다. 

비행기 예약을 하는데도 결제를 위해 뭔가를 컴퓨터에 설치(다운로드)해야한다는데 

일본 인터넷은 한국에 비하면 약간 느린 것도 있고

내 노트북이 자꾸만 자동차단을 하는 통에 설치가 잘 되질 않아

한국에서 치뤄야할 금융관계 일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급하게 한국에 송금을 해야할 경우가 생기면 동생이나 후배에게 부탁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난 후엔 한국에 들어가 직접 만나 돈을 돌려주거나

못 만날 경우에는 은행에서 송금을 해야하는데 지난번

모 은행에 가서 창피를 산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같은 은행이면 수표를 입금시켜도 됐던 걸로 기억이 나서(입금 확인이 늦여지지만)

수표로 돈을 인출한 다음 송금을 하려고 했더니 수표는 안 된단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현금인출기 근처에 있는 스탭에게 도움을 받아 그럼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현금으로 보내시거나 통장을 가져오시면 일 처리가 빠르다고 하셨다.

통장은 언니한테 있고,,,, 내가 갖고 있는 건 카드뿐이여서 다시 현금으로 돈을 찾아

일단 100만원은 스탭의 도움을 받아 송금을 하고

나머지 100만원은 스탭이 방금처럼 하시면 된다길래 

똑같은 절차를 걸쳐 마지막 확인버튼을 눌렀더니

인출기에서 돈을 세는듯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지폐 투입구 뚜껑이 열리면서 만원짜리 100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나오기 시작했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래서 나도 모르게 저 쪽으로 가 있는 스탭을 손으로 부르며

[ 아저씨,,, 애가 돈을 토해요~~]라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그랬더니 스탭도 번개처럼 달려 오시고,,,,

내 주위에 계시던 분들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었다.

[ ............................]

돈을 집어든 스탭이 내 눈을 쳐다보며 한국말을 또박또박하게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통장일 경우 하루에 17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고

그래서 100만원 그대로 나온 것 같으니까, 70만원만 보내셔야 할 것 같다고

아주 천천히 모숀도 함께 섞어가면서 말씀을 해주셨다.

 마치 외국인에게 설명하듯,,,,,,,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그렇게 200만원을 보내야하는데 170만원을 입금시키고 은행문을 나서면서

내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갈 때마다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 이외는 특별히 가는 곳이 없어서인지

아주 일상적인 기본업무도 자꾸만 어설프게 처리를 하고 있다.

동사무소에 가도 지문으로 모든 걸 인식하고,,,, 

주민등록증 뒷면면 주소변경란도 투명 테이프에 글씨가 박힌 걸로

 멋지게 붙혀 주시고,,,,,,

내가 없는 사이 뭐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예전 기억으로 뭔가를 하려하면 장소도 바뀌고, 양식도 바뀌고,

시스템도 바뀌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를 때가 있다.

해외 장기거주자들도 나처럼 이렇게까지 헤매지는 않을텐데

 난 자꾸만 밀려나는 기분이든다.

시대에 맞춰 가지 못하고 뒤쳐져가는 느낌,,,,

작년엔 깨달음과 함께 택시 탔을 때, 아저씨가 나보고 한국말 잘 한다고 하셨다.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우리 엄마가

[ 오메~~, 한국사람한테 한국말 잘한다고 하시네~~]라고 웃어 넘기셨다.

택시 이외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이런 걸 답답해 하는 날 보고 깨달음은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들도 첨단화에 못 따라가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모르면 스탭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겠냐고,

자긴 무조건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더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난 비어버린 14년 전의 공백이 답답할 때가 많다.

솔직히 내가 싫은 건, 누군가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것도 그렇고

내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데 가족이나 친구,후배들에게

부탁을 하고 신세를 져야한다는 게 불편해서 더 싫은지도 모른다.

내가 시대의 흐름을 바로 바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늙었다는 이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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