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나다,, 뭐더냐? 깨서방은 왔냐?]
[ 응, 엄마, ,,지금 테레비 보고 있어 ]
[ 내일 아침이 니 생일인디,,,생일 축하한다]
[ 내 생일이야? 몰랐네...]
[ 내일이 음력으로 9월 00일잉께 니 생일이제~]
[ 그러네,,, 날짜 가는 줄도 몰랐네..]
[ 아침에 꼭 미역국 끓여 먹어라~잉~]
[ 미역국은 엄마가 드셔야 하는데,,
나 낳으시느라 고생하셨으니까,,,]
[ 니가 크느라고 고생했제,,내가 한 것이 있간디...
아무튼, 내일 미역국도 묵고,
깨서방이랑 맛난 것이라도 사 먹어라잉~]
[ 아, 글고 깨서방꺼 배즙 주문 했났응께,
나오믄 택배 보낼랑께 그런 줄 알고 있어라~~]
[ 알았어, 엄마,,고마워요]
전화를 끊고 생일이여서 엄마가 전화하신거라
했더니 그러냐고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결혼기념일, 생일,,이젠 그런 것들에
나이탓인지 점점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날 저녁, 좀 늦은 퇴근을 한 깨달음이 케익을 사왔다.
그래서 와인 한 잔 하려고 간단하게 치즈 몇 개 준비하고,,
요즘 우리가 즐겨보는 히든싱어를 보면서
생일축하 건배를 했다.
서로 건강하자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바로
어제 보다가만 도플싱어 가요제를 보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깨달음에게 한 번 보여줬더니 [슈퍼맨이 돌아왔다]보다
훨 재밌다고 요즘에는 이 프로를 주로 보려고한다.
어쩌면 노래들을 이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일본도 가라오케 점수따기가 아닌 이런 프로를 했으면 좋겠다....
역시 예술, 예능계는 한국인들이 뛰어나다....
흥이 있는 민족, 세상을 즐길 줄 아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어디서 저런 사람들이 숨어 있었을까...
화면을 보면서 노래를 들어도 헷갈린다,,...
얼굴과 제스쳐도 닮아가는 것 같다...
무대 디자인도 한국이 훨씬 세련됐다...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말 많은 깨달음은 TV을 볼 때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거기에 술까지 마시면 더 세세한 분석을 하거나 평가를 한다.
그리고 마치 자기가 방청객이라도 된 듯
함께 참여하며 그 프로에 푹 빠져서 본다.
임창정씨 나올 때, 자기는 1번에 임창정이 들었네 마네..
자꾸 틀리니까 이번엔 화면을 안 보고
정신을 통일시켜 노랠 듣는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깨달음.
완전 참여형 시청자이다.
그렇게 1부를 보고, 2부를 보기 시작하면서 와인을 한 병 더 따고,,,
서로 슬슬 취해 오기 시작했는데 2부까지 다 보겠다는
깨달음의 고집으로 함께 보았다.
그러다, 드디어 깨달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
한국노래를 들리는대로 따라하다보니까
이상한 발음으로 윤민수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부르면서 몸을 비틀었다.
열창하는 윤민수처럼,,,
그런 깨달음을 보고 난 말없이 술 잔과 함께 접시들을 치웠다.
윤민수가 끝나고 이승환이 나왔을 때도 깨달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노래를 계속 따라했다.
[ 오또케 사라니 그래요(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너 마누 사랑해 (너만을 사랑해)
[ ....................... ]
그렇게 난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내 이름을 부르더니
자기 방에서 반쯤 몸을 빼놓고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한마디 했다.
[ 빨리, 자 !!!!!]라고,,,
그랬더니 더 삔질삔질 거리고 능글맞은 아저씨 춤을
한 번 더 추고는 문을 닫았다.
깨달음은 하루 하루를 아주 즐겁게 산다.
그런 깨달음을 볼 때마다 저렇게 사는 게 최고인데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나도 저렇게 하루를 밝고 청순하게 보내고 싶어서
깨달음의 성격이 부러울 때가 많다.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보니까
또 혼자 노래를 부르는 모양이다.
생일은 내 생일인데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는 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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