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우리 왔어....왜 문이 열려있지?...]
[ 엄마,,,,,,]
[ 오메,,,인자 오냐,, 아이고 깨서방 오셨어요~~]
[ 오머니,...오랜만이에요..건강하셨어요? ]
[ 아이고,, 여기까지 오니라고 고생했그만,,깨서방이,,,]
[ 엄마, 근데 왜 현관문 열어 놨어?]
[ 아, 니기들 올 시간이 됐응께 얼른 들어오라고 열어났제..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냥 열어 놨다~~]
식탁에 나물들이 올려져 있고 참기름 냄새...
그리고 매운탕 냄새 같은 게 집안 가득했다.
짐가방을 방에 넣고 옷을 갈아 입는데
주방에서 [탕,탕] 소리가 나니까 깨달음이 얼른 달려나갔다.
깨서방 온다고 뭘 해줄까 생각하시다가
전복이랑 생낙지 사셨단다.
내가 꼬막을 까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엄마가 퍼주신
생태탕을 왼손으로, 오른손으로는 삶은 낙지를
집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걸 보시고 엄마가
[ 오메, 배가 많이 고팠는갑네...양손으로 먹는 것이...]라면서
반찬 그릇들을 깨달음 쪽으로 전부 밀어 주셨다.
양손으로 먹는 건 나도 처음 봤다.
아직 반찬 덜 나왔으니까 천천히 먹으라고
했지만 이미 깨달음 귀는 막힌 상태였다.
꼬막에 양념장을 올리려고 하니까 못하게
내 손을 탁 쳤다. 그냥 먹는게 맛있다고,,,
[ ....................... ]
밥보다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는 깨달음이
이날은 밥 한공기, 국, 그리고
전복 두마리, 생낙지 두마리를 홀로 배 불리 먹었고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깨달음과 엄마는 외출 준비를 했다.
우리가 갔던 날이 마침 장날(말바우)이였고
깨달음이 사고 싶어 하는 걸 살 시간이 이날 뿐이였기에
어두워지기 전에 시장으로 가야했다.
택시를 타고 장에 갔을 땐, 오후 5시가 다 되어갔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슬슬 집에 가실 준비를 하고 계셨다.
깨달음도 광주 올 때마다 오는 이 장날이 이젠 익숙해져서
어디에서 무얼 팔고, 어디가 맛집인지 대충 알고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붕어빵을 사서 엄마랑
둘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웃겼다.
방금 전에 밥을 배불리 먹고 왔으면서도
어쩜 저렇게 맛나게 먹는지....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 아저씨가 퇴근 준비를 하고 계셨다.
깨달음이 이곳에서 꼭 사고 싶어했던 건 문어다리였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문어맛이 제대로 나는
이 [한국산]문어다리를 일본에 있을 때부터
꼭 살 거라고 노래를 불렀다.
국산이여서 가격이 좀 센편이긴 했지만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이니 좀 많은 양을 주문했더니
아저씨가 서비스도 많이 주셨다.
택시 정거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군밤도 하고,,,
집으로 돌아 온 엄마와 나는 반찬거리를 정리하며
과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은
언제들어갔는지도 모르게 엄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카메라를 갖다 대니까 깜짝 놀래면서 다리를 접었다.
과일은 나와서 거실에서 먹으라고 하니까
엄마가 그냥 방에서 쉬라고 하라면서 과일상까지
깨달음에게 갖다 주자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맥주도 한 병 주시면서 저녁은 뭘 먹을까 싶다고
집근처 고깃집을 갈 것인지, 추어탕을 먹을 것인지,
아구찜을 먹을 것인지, 뭐가 좋은지
깨달음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
깨달음은 맥주를 마시며 [응답하라 1988] 재방송을 보며
또 귀가 막힌 상태였고.....배 안고프다는 소리만 계속했다.
재방이 끝나고 본방이 시작된다는 걸 알자
밖에 나가면 이 드라마를 못 보니까
그냥 집에서 먹자면서 잠시 생각하는듯 하다가
맥주도 있으니 통닭시켜 먹자고 해서
[양동통닭]에 전화를 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내 귀에 대고 양념과 후라이드 반반으로 해달라고
단무지도 많이 주라고 추가주문을 했다.
[ .......................... ]
그렇게 통닭이 오자 엄마가 접시에 덜어서 먹어야 한다고
나보고 접시를 가져오라고 하시자
손으로 그냥 먹어야 맛있다고 봉투를 찢은채로
거침없이 손으로 집어 먹으니까 엄마가 막 웃으시면서
작은 목소리로 깨서방이 집에서도 이렇게
소탈하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까탈부리는 스타일은 아니고 특히
우리집에 오면 완전 자기집처럼 편해서 자연스럽게
저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니까
편하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렇게 세명이서 치맥을 즐기며
[응답하라 1988] 을 보다가 깨달음이 울었다,,아주 슬프게...
그걸 본 엄마도 따라 울고,,,
우리 엄마는 아직도 깨서방의 저런 모습을 보면
진짜 일본사람인가 하고 헷갈릴 때가 있으시단다.
그렇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다음
가져 온 선물들을 풀어 설명해 드리기도 하고
엄마가 숙제처럼 매일 하시는 수도쿠( 숫자퍼즐)를
체크해 드렸다.
서로 샤워를 하고 난 엄마방에서 화장품을 바르고 있는데
방에 들어가 자겠다고 했던 깨달음이
엄마방으로 또 와서는 전용? 큐숀을 놓고 들어 누웠다.
피곤할테니까 얼른 자라고 하니까
자기도 그냥 엄마방에서 주무실 때까지 있을 거라고
또 열심히 티브이를 봤다.
그런 깨달음을 보시고서는 엄마가 혼자말을 하셨다.
[ 일본사람인디 어째 저렇게
소탈하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지 모르것어....
나물도 잘 먹고, 김치도 잘 먹고, 뭐든지 잘 먹고,,,..
아까 드라마 봄시롱도 징허게 슬프게 울드만,,,,
어째 일본사람인가 모르것어....]
[ .......................... ]
엄마세대에 갖고 있는 일본인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서인지
깨달음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엄마는 좋으시면서도
정말 일본인인가 의심이 많이 가시는 모양이였다.
일제시대의 일본인과는 너무도 다른 일본인...
그것도 당신의 가족으로, 사위로 맞은
깨서방을 보면 하는 짓이 귀여우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다가도 정이 가고,,,,,,
엄마랑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깨달음은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자기 얘길 하는 줄도 모르고 아주 편한 얼굴로 자고 있는
깨달음을 보고 엄마가 이불을 조심히 덮어 주시며
[한국 음식도 잘 먹고, 울기도 잘하고,
사람 챙기는 것도 잘하고, 자상하고, 마음도 여리고,
영락없이 한국사람인디....]라고 또 중얼거리셨다.
엄마는 외국인 사위 깨서방을 통해 일본인의
여러면을 보고 체험하시고 계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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