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어를 들고 주위를 둘러 봤더니
반대편 쪽에서 깨달음이 손을 흔들며 겸연쩍게 웃었다.
깨달음은 이렇게 마중 나오는 걸 좋아한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다길래 굳이 나올 필요 없다고 그랬는데도 나와 있었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뭔가 좀 변한 것 같다고
혼자서 뭐 맛있는 거 먹었냐고 물었다.
[ ............................ ]
자긴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 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단다.
바람이 차가워서 근처 우동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맛있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면서
나 없는 동안 집에서 먹는 게 귀찮아 외식을 자주 했는데 이상하게 맛이 없더란다.
똑같은 메뉴를 시켰는데도 혼자 먹으니까 별로 맛을 못 느꼈단다.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였을 거라고 그랬더니 아니라며
왠지 날도 춥고 쓸쓸해서인지 맛이 없었단다.
그러면서 역시 뭘 하든지, 혼자보다는 둘이 좋은 것 같다고
입 안 가득 우동 면발을 빨아 넣었다.
그러냐고 난 근데 아직도 둘보다 혼자가 더 낫다는 생각이들더라고
원래 외로움을 안 타서인지 그런 것 같다고 흘리듯 말했더니
특유의 실눈을 뜨며 날 쳐다보더니만
당신은 아마 인간들이 사는 이 지구가 적성에 안 맞는 거 아니냐고
어느 별에서 온 [ 우주인]이냐고 묻는다.
무슨 [우주인]이냐고 그냥 외로움을 잘 안 타는 체질이라고 그러자
그래서 카톡을 해도 별 반응이 없었냐고 뭘 먹어도 별로 맛이 없다고 보냈더니
답장을 안 한 이유가 그런 이유였냐고 따지듯이 또 묻는다.
[ ......................... ]
당신도 가끔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고 단지 그런 거라고
그리고 솔직히 혼자가 편하지 않냐고 누군가 함께 있는 게 귀찮은 건 사실이고
인간은 원래 [혼자]라고 난 단지 [혼자임]에 익숙한 것 뿐이라고 했더니
자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까지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
나보고 감정 콘트롤이 고장난 게 분명하단다.
[ ............................ ]
인간은 원래 외로운 동물이라고 그래서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희노애락은 잘 표현하면서 왜 [외로움]은 못 느끼냐고 이상하단다.
[익숙해짐]의 차이라고 다시 설명을 해도
은근 서운했는지 계속해서 인간은 둘이여야하고,,셋이여야한다고,,,자기 기분을 털어 놓았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남자고 깨달음이 여자같은 성향을 많이 보인다.
가끔 우리 부부는 서로 남,녀가 바뀐게 아닌가 우스게 소릴 할 때도 있다.
깨달음은 만약에 자기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나 처럼 무뚝뚝할 것 같은 남자는 쳐다도 안 볼 거라고 그랬다.
깨달음은 뭘 해도 같이 하려한다.
근데 난, 아직도 둘 보다는 혼자가 훨씬 익숙하게 느껴진다.
유학시절,,, 친구가 물었다. 외롭지 않냐고,,,난 이렇게 대답했다.
외로운 게 아니라 괴롭다고,,,
그 때부터였을까,,,,그 시절 [외로움]을 느낄 심리적 여유도 없었던 것 같고,,,.
그래서 [외로움]을 잊고 살았을까,,,,
아님, 둘이 있어 더 좋은 걸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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