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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인간의 본능

by 일본의 케이 201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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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병원냄새는 마취제처럼 사람 기분을 쳐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옆에선 꼬마들이 뭘 먹는 듯했고, 

 안내데스크 쪽에선 영어와 일어가 반 반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치료가 끝나고 2개월을 맞이하는 날,,, 매달 이렇게 혈액검사를 하고

내 몸상태를 체크해야만 한다.

[ 돈이고 명예고 아무짝에도 쓸데없응께,  건강에만 신경써라잉~~ 알았냐? ] 

힘주며 말씀하시던 우리 엄마 얼굴이 잠시 스쳤다.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 있던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주치의의 첫 질문은 체중이 몇 키로 늘었는지였다.

아직 1키로밖에 늘지 않았다고 하자, 대뜸 무슨 음식을 좋아햐냐고 물으신다.

[ .......................... ]

가리는 건 별로 없이 잘 먹는다고 대답하자, 소식하냐고 되물으셨다.

어릴 적부터 입이 짧아서,,,, 지금도 많이 먹진 않는다고 그랬더니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기본 중에 하나는 [먹는 것]에서 온다고, 

이제부터는 [ 먹는 즐거움]을 찾아보라신다.

맛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돌고

그걸 먹음으로써 성장 호르몬도 3배로 늘어난다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의 하나라며 억지로라도 먹는 버릇을 해야만이 위도 늘어난단다.

다음달에는 꼭, 꼭, 3키로 불려서 오라고 숙제를 내주시는 주치의.

원장실은 나오는데 다음달에는 모자도 벗고 오라신다.

[ .......................... ]

 

그랬다...먹을 수 있는 행복,,,

치료가 끝나고 제일 감사했던 건 먹을 수 있다는 것이였다.

치료중엔 먹고 싶어도, 배가 고파도, 먹을 수 없는 게 상당한 고통이였다.

눈 앞에 음식이 있는데 입이 거부를 하고, 뭘 입에 넣을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억지로 삼키면 토하고,,,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허기짐을 달랠 방법이 없음에 더 고통스러웠다.

빈 속에 약을 먹을 수 없어 무언가를 넣어야 했는데 먹지를 못했으니....

토하더라도 먹어야 한다고 주치의는 그랬지만 토하는 게 힘들어 아예 입에 대질 않았었다. 

 

 

25일이 월급날이였던 깨달음.

병원을 나서며 뭘 먹겠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와인 한 잔 하고 싶다고 날 불러 낸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인을 마시며 가재 다리까지 쪽쪽 발라 먹던 깨달음이 간장게장 먹는 것 같다고 좋단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그랬더니 회사에서 직원이 트러블을 일으켜서 짜증 났었는데

 맛있는 거 먹으니까 기분이 풀리고 술이 잘 넘어간단다.

병원에서 주치의가 했던 말을 해 줬더니 맛있는 거 더 많이 시켜야겠다고

메뉴판을 달란다.

[ ............................ ]

치료가 끝나고 외식을 할 때면 6개월간 먹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하나씩 먹어가자고

깨달음이 이것 저것 꽤 많은 양의 요리를 주문 했었다.

 다시 정상적으로 내 입을 통해 씹고 음미하고, 삼킬 수 있다는

극히 기본적인 기능이 되돌아 온 게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맛의 여부보다는[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절실히 느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고,,, 이런 당연한 기본기능에 대해 한 번도 감사하게 생각치 못했다.

주치의 말씀처럼 지금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깨달음은 옆에서 스탭에게 뭔가를 열심히 주문하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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