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가족간에도 돈에 철저한 일본인

by 일본의 케이 2015.05.08


시댁에 도착했을 땐 빗줄기가 약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두 분 모두 안방에도 작은 방에도 안 계셔서 

슈퍼에 가신 줄 알았는데 2층에서 소리가 났다.

가방을 내려놓고 이층에 올라갔다.

청소기를 부지런히 돌리시고 계시는 어머님이

우릴 보고 깜짝 놀래시며 왜 빨리 왔냐고

지금 몇시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빨리 서둘러서 예정시간보다 좀

일찍 오게 되었다고 설명을 드리고 나서야

안심이 되셨는지, 청소를 미리 해두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남은 곳 청소를 마져하고

 안방에서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안부를 묻고 가져온 선물들도 드리고,,,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이곳저곳 살펴드리고,,

우리가 온다고 하니까 서방님도

잠깐 막내딸과 들리겠다고 하셨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한시간 정도 했을 무렵,

서방님과 딸이 도착을 하고, 그 10분 후 초인종이 울렸다.

깨달음이 미리 주문해 둔 장어구이 정식들이 배달되어 왔다. 

 

이렇게 두 형제가 만난게 2년전 신정설이였다는 얘기,,

꼭 오늘이 명절연휴 같다며

 좀 이른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큰 딸 간호사는 황금연휴인데도 쉴 수가 없었고

 파티쉐를 하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언니도

연휴 때는 손님이 더 많아서 쉴 수 없어

막둥이만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2년전에 봤을 때는 대학 3년생이였는데

이젠 사회인 분위기가 난다고 그랬더니

취업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맛있게 장어구이를 먹고

파티쉐가 만들었다는 케익들도 후식으로 하나씩 먹고,,

회사 얘기, 큰 딸의 남자친구 얘기들,,그리고

우리 이사 얘기들도 나누다 서방님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방님이 가시고 나자, 어머님이

테이블 틈에 끼워둔 돈을 꺼내시며

장어구이 값이라고 딸 몫까지 챙겼더라며

깨달음에게 6,000엔을 건네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형인 자기가 사는 건데

 웬 돈을 놓고 갔냐고 그러자 한 명도 아닌 딸까지 두사람 몫을

형에게 내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랬을 거라면서

갑자기 어머님도 주머니에서 만엔을 꺼내 주셨다.

깨달음이 괜찮다고 거부를 하자

당신네 장어는 비싼 정식이였으니 분명 더 비쌌을 거라시며

얼른 넣으라고 테이블에 올려놓으셨다.

 

깨달음이 아니라고 안 받는다고 해도

안 받으면 당신 마음이 무겁다며 자리를 피하셨다.

내가 마지막 설거지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어머님이 우리들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를 보시며 자식들에게

돈을 너무 많이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깨달음이 안 받는다고 하면 나라도 꼭 챙기라고 하셨다.

그래도 모처럼 온 아들의 마음이니까

그냥 받으셨으면 한다고 그랬더니

여기 시골까지 오느라 교통비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선물도 사왔는데

밥값까지 부담을 줄 수 없다며 부모자식 간에도

 받아서 좋은 게 있고 마음이 무거운 게 있다하셨다.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드리러 다시 내려갔더니

 돋보기로 우리가 이사할 곳을 확인하고 계시던 아버님이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만엔을 주시면서

받는 거라고 어서 넣어두라셨다.

자식에게 되도록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부모마음이라시며,,,,,

 

우리방으로 돌아와 깨달음에게 만엔을 건네며 물었다.

예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오늘은 왜 돈을 주시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의아해하자 예전에도 실은 돈을 주셨단다.

[ .......................... ]

선물이든, 식사값이든 너무 비싸다 싶으면

늘 전액 돌려주셨다고 항상 있는 일이여서

자긴 별로 이상하지 않다며

남동생도 딸 몫까지 내 놓고 가지 않았냐고

일본 가정들 반 이상은 이렇게 주고 받을 거란다.

그래도 밥값을 각자 주시는 모습이 영 어색하더라고

부모자식간이고 오랜만에 와서

자식이 부모에게, 형제에게 밥 한끼 사는데

굳이 당신네 몫을 내는 게 거북스러웠다고 그랬더니

그냥 일본식이라 생각하란다.

밥 값이 오가는 상황을 보면서

이곳이 일본임을 다시 인식했다.

부모, 형제에게 식사대접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을련만,,,,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33

    이전 댓글 더보기
  • 김동일 2015.05.08 13:07

    한국은 어버이날입니다

    새로운 일본에 문화를 봅니다
    답글

  • 위천 2015.05.08 13:50

    매사에 사리구분이 정확한 일본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 인줄은 몰랐네요
    부모와 형제간에도 각자가 부담하는 문화라.... 다시 생각해 볼 상황이네요
    이렇게 되면 타인과의 관계는 얼마나 철저한 분별이 있어야 할까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요
    답글

  • 늙은도령 2015.05.08 17:58 신고

    읽었겠지만, <국화와 칼>을 보면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이 든 분일수록 일본의 전통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요?
    답글

  • 봉꾸 2015.05.08 19:10 신고

    일본이 네덜란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네요!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답글

  • 꼬마 2015.05.09 07:03

    저는 오히려 무척 좋아보이네요.
    한국은 너무 당연하단듯이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리 가족끼리라도 부담이 될꺼 같으먄 배려하는거잖아요. 너무 계산적인 부분은 불편할수도 있지만 저는 그 마음은 좋은거 같아요.
    답글

  • ellie 2015.05.09 08:46

    캐나다시돌에서 식당을하는데 이곳도 그래요. 부모나 자식들이 같이와서 식사를해도 따로 많이 냅니다. 그렇다고 정이 없는건 아니구요. 처음에 저도 많이 이상했지만 가족끼리의 정은 무지 돈독해 보입니다. 일끝나고 갈데가 없어 다들 일찍 들어가는 분위기라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한국보다 더 많은것같아요..
    답글

  • 레몬구리 2015.05.09 09:59

    우리의 정과는 다른 문화... 생소하지만 존중하고 싶네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그러면 전 서운할것 같아요 그게 우리문화니까 그런거겠지요 이사준비하신다고 분주하시겠어요 힘내시고요! 저도 이번주말 겨울옷 정리 해야 겠어요
    답글

  • 2015.05.09 10:50

    저는 이런거 좋은것 같아요. 전 부모님을 너무 사랑하지만 사랑하는것과 별개로 경제적으로 힘들때가 있잖아요 받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기보단 안받더라도 주시는게 나은것 같아요. 그리고 비단 부모가 주시는거 아니라도 자식들도 성인이 됐으면 부모님이 그냥 주시는거라도 일정금액 돌려주시는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차갑고 정없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들었던 깨지는것보다는 덜 마음아프지 않을까요?
    답글

  • 지랭 2015.05.09 11:34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평소에도 메인에 뜨면 열심히 보게되어요. 일본은 생각보다 여행으로 갈 때 느끼지 못한 새로운 문화가 많은 나라네요.
    답글

  • minji8786 2015.05.09 12:27

    저희 부모님도 어떤것에는 마음이 좋고 어떤것에는 부담을 느끼실까요?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생각를 하게되네요.

    답글

  • 타누끼 2015.05.09 12:53

    전 서로 부담안가게 식사값 치르는것이 훨씬 좋읍니다.
    답글

  • 기타 2015.05.09 15:57

    일본의 문화에 많이 공감이 되네요 서로가 부담을 안주려고 하는 부분이 맘에 들어요 어설픈 한국의 정문화때문에 고부갈등이 심한듯합니다
    답글

  • 민들레 2015.05.09 17:32

    많이 당혹스러웠겠어요
    일본의 문화가 그렇다니 어쩔수 없지만...
    답글

  • 이종순 2015.05.09 18:03

    우리 시모보다 백배 천배 낫군. 우리 시모는 돈이라면 다 긁어 가려고 눈이 벌개서 난리인데~ 참 부럽네
    답글

  • 정이 없어 보이는 것도 같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하는 맘이 좋아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용돈 드리고 나면 집에 갈 때 이것저것 챙겨주서나 여비를 좀 주시기도 하니까, 그런거랑 좀 비슷해 보인다고 할까요?^^
    답글

  • 한국며느리 2015.05.10 02:55

    정 문화가 변질?된것인지...당연히 해야할 도리인냥 염치없이 바라고 또한 의무감으로 치부할땐 이건 아니다는 느낌. 차라리 이럴땐 합리적인 이해관계가 더 나을정도ㅜㅜ
    답글

  • 음악하하하 2015.05.10 14:45

    우리부모님도 그래요~ 농담으로 우리 맨날그래도 봉투하나로 돌고돈다고~ ㅋ
    답글

  • 금동이 2015.05.10 20:35

    깨달음님 부모님들 인성이 보입니다. 자식에게 부담주지않으려는 마음이 좋게 생각되네요.
    답글

  • 서민 2015.07.20 16:22

    명절이나 집안일로 고향 한 번 다녀오면 백만은 기본인데 늘 업그레이드 된 것을 바라는 어른들과 조카들의 용돈이 부담스럽고
    눈에 띄게 돈 쓰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을 가끔은 가재미 눈으로 봅니다
    그런사람들을 치켜세우는 분위기에 질려서 지갑닫았습니다
    일본의 경우가 부럽군요
    답글

  • 애기엄마 2016.11.05 18:12

    저희 시모께서 좀 본받으셨음하네요... ㅠㅠ. 저 몰래 남의편에게 돈 돌려달라고 하셨다네요... 결혼할때 해 주신 전셋값을..... 그럼, 전 신혼때 장만한 신혼살림들을 제 부모님께 돌려드려야허나요??? 시모의 방법이라면, 그러고 싶네요.... ㅠㅠ.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