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도착했을 땐 빗줄기가 약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두 분 모두 안방에도 작은 방에도 안 계셔서
슈퍼에 가신 줄 알았는데 2층에서 소리가 났다.
가방을 내려놓고 이층에 올라갔다.
청소기를 부지런히 돌리시고 계시는 어머님이
우릴 보고 깜짝 놀래시며 왜 빨리 왔냐고
지금 몇시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빨리 서둘러서 예정시간보다 좀
일찍 오게 되었다고 설명을 드리고 나서야
안심이 되셨는지, 청소를 미리 해두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남은 곳 청소를 마져하고
안방에서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안부를 묻고 가져온 선물들도 드리고,,,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이곳저곳 살펴드리고,,
우리가 온다고 하니까 서방님도
잠깐 막내딸과 들리겠다고 하셨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한시간 정도 했을 무렵,
서방님과 딸이 도착을 하고, 그 10분 후 초인종이 울렸다.
깨달음이 미리 주문해 둔 장어구이 정식들이 배달되어 왔다.
이렇게 두 형제가 만난게 2년전 신정설이였다는 얘기,,
꼭 오늘이 명절연휴 같다며
좀 이른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큰 딸 간호사는 황금연휴인데도 쉴 수가 없었고
파티쉐를 하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언니도
연휴 때는 손님이 더 많아서 쉴 수 없어
막둥이만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2년전에 봤을 때는 대학 3년생이였는데
이젠 사회인 분위기가 난다고 그랬더니
취업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맛있게 장어구이를 먹고
파티쉐가 만들었다는 케익들도 후식으로 하나씩 먹고,,
회사 얘기, 큰 딸의 남자친구 얘기들,,그리고
우리 이사 얘기들도 나누다 서방님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방님이 가시고 나자, 어머님이
테이블 틈에 끼워둔 돈을 꺼내시며
장어구이 값이라고 딸 몫까지 챙겼더라며
깨달음에게 6,000엔을 건네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형인 자기가 사는 건데
웬 돈을 놓고 갔냐고 그러자 한 명도 아닌 딸까지 두사람 몫을
형에게 내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랬을 거라면서
갑자기 어머님도 주머니에서 만엔을 꺼내 주셨다.
깨달음이 괜찮다고 거부를 하자
당신네 장어는 비싼 정식이였으니 분명 더 비쌌을 거라시며
얼른 넣으라고 테이블에 올려놓으셨다.
깨달음이 아니라고 안 받는다고 해도
안 받으면 당신 마음이 무겁다며 자리를 피하셨다.
내가 마지막 설거지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어머님이 우리들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를 보시며 자식들에게
돈을 너무 많이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깨달음이 안 받는다고 하면 나라도 꼭 챙기라고 하셨다.
그래도 모처럼 온 아들의 마음이니까
그냥 받으셨으면 한다고 그랬더니
여기 시골까지 오느라 교통비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선물도 사왔는데
밥값까지 부담을 줄 수 없다며 부모자식 간에도
받아서 좋은 게 있고 마음이 무거운 게 있다하셨다.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드리러 다시 내려갔더니
돋보기로 우리가 이사할 곳을 확인하고 계시던 아버님이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만엔을 주시면서
받는 거라고 어서 넣어두라셨다.
자식에게 되도록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부모마음이라시며,,,,,
우리방으로 돌아와 깨달음에게 만엔을 건네며 물었다.
예전에는 안 그러셨는데 오늘은 왜 돈을 주시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의아해하자 예전에도 실은 돈을 주셨단다.
[ .......................... ]
선물이든, 식사값이든 너무 비싸다 싶으면
늘 전액 돌려주셨다고 항상 있는 일이여서
자긴 별로 이상하지 않다며
남동생도 딸 몫까지 내 놓고 가지 않았냐고
일본 가정들 반 이상은 이렇게 주고 받을 거란다.
그래도 밥값을 각자 주시는 모습이 영 어색하더라고
부모자식간이고 오랜만에 와서
자식이 부모에게, 형제에게 밥 한끼 사는데
굳이 당신네 몫을 내는 게 거북스러웠다고 그랬더니
그냥 일본식이라 생각하란다.
밥 값이 오가는 상황을 보면서
이곳이 일본임을 다시 인식했다.
부모, 형제에게 식사대접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을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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