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도 많이 우울하다
긴쟈에서 깨달음이 기다리겠다고 했다.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밖에서 보자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다.카운터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깨달음이입구쪽에 날 보고 가볍게 손을 든다.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데 메뉴를 내밀며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자기는 술 잔을 들었다.적당히 주문을 하고 건배를 하는데깨달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나도 그냥 음식평을 하다가 변해버린 긴쟈거리, 예전에 우리가 즐겨 다녔던 야키도리(닭꼬치)집의 근황을 나누다 물었다. [ 오늘 여기서 미팅 있었어?][ 응 ][ 근데,,,왜 술 마시고 싶은 거야? ] [ 그냥,,,,,,]깨달음 회사에 옛직원인 니시무라 상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했단다. 내가 석사과정일 때 디자인 의례를 받고 깨달음 회사를 처음 찾아갔던 날, 내게 녹차를준비해..
2019. 10. 3.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의 모습
신칸센 창가에 후지산이 보인다며깨달음이 나보고 사진을 찍으란다.별로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했더니새해 처음보는 후지산은 행운을 불러주니까사진을 찍는 게 좋을거라고 했다.[ 깨달음,당신이 찍어..난 별로 관심없어 ][ 새해에는 뭐든지 처음 먹고, 처음 보고처음 가는 곳, 1월 1일날 꾼 새해 첫 꿈도그래서 중요한거야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지만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나고야에 도착, 시댁행 버스에 탔는데운전수 아저씨가 설연휴여서 예정시간보다더 걸릴 거라며 양해를 바랬다. 깨달음이 서방님과 명 번의 통화를 하고어머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도착했을 때병원에는 간호사 몇 명밖에 없었다. [ 엄마, 나 왔어 ]깨달음이 옆으로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불렀다.[ 음,,깨달음 왔구나,,미안하구나,, ]나를 쳐다보시고는 차..
2019. 1. 5.
날 울린 남편의 손편지
[ 어째, 지낼만 하냐? ][ 응,,엄마,,][ 밥은 언니랑 같이 먹냐? ][ 응,,][ 집은 괜찮고? 언니집하고 가깝다고? ][ 응,,][ 이참에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많이 먹고푹 쉬어라, 살도 좀 찌고,,][ 응,,엄마도 한번 놀러 와~][ 내가 뭐할라고 가것냐,,마음 편하게 푹 쉬면서 언니랑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녀라~] [ 응,,][ 근디,,깨서방은 혼자 괜찮으까 모르것어.. 이렇게 오래토록 떨어져 있어도 혼자괜찮을랑가 모르것다..혼자서도 밥은 잘 챙겨 먹것지? 깨서방,,][ 그 사람 나 없어도 잘 해 먹어..][ 그래,.여기 있는동안은 다 잊어불고니 몸이나 생각하고 지내라~][ 알았어.. 엄마,,]전화를 귀에 댄채로 츄리닝을 걸치고숙소를 빠져 나와 지는 해를 붙잡으려는 욕심으로 바다내음이..
2018. 6. 23.
반려견을 찾아 한국에 간다는 남편
지난달부터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애완견숍을 다니고 있다.실은 결혼초부터 한마리 키우자는얘기가 자주 나와 유기견센터도 몇 군데가봤지만 우리가 찾는 강아지는 없었다.깨달음은 한국의 진돗개나 일본의 시바견(일본 토종견) 중에 마메시바(시바견의 변종으로 아주 작게 개량된 품종)를 키우고 싶어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서정신적 안정과 스트레스 감소를 도와주고우울증, 스트레스, 대인기피증, 치매 등정신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대 ][ 알아,,근데 돈 주고 사는 건 좀 아니잖아,,][ 이왕에 키울거면 마음에 드는 얘로 키우고 싶어서 그러지, 당신도 어릴적에 키웠다며,나는 개와 고양이 다 키웠어. 반려동물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안정과 감정발달이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사회..
2018. 4. 8.
남편의 과한 선물에 담긴 진짜 의미
화이트데이, 그리고 결혼 기념일이 있던 3월,우린 간단한 식사로 모두 끝냈다.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없고,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여행을 갈까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그것도 그냥 다음기회로 넘겼다.아무런 욕심도 욕구도 생기지 않은 이유는 갱년기의 무기력증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2년전 오른팔에 왔던 오십견이 이번에는 왼쪽 어깨로 옮겨와서 자유롭게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모든 게 귀찮은 상황인 것도 한 못을 차지하고 있다.매년 기념일이면 뭔가를 선물해야한다고생각하는 깨달음은 아무것도 필요없다는내가 신경쓰였는지 자꾸만 뭐든지 말해보라고 했다.[ 필요한 거 없어,,솔직히 많이 귀찮고,,그냥 오십견이 빨리 낫도록병원이나 열심히 다닐거야,,] [ 그래,,그건 그것이고,,작년 크리스마스도 필요없다고 해서 선물..
2018. 4. 2.
남편들도 실은 결혼생활이 힘들다
친구가 갑자기 놀러를 왔다.그냥 휴식차 왔다며 연락을 해왔다.깨달음에게 레스토랑 위치를 알려주고우린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왜 갑자기 온 거야? 뭔 일 있어? ][ 그냥,좀 쉬고 싶어서..아내라는 자리에서...][ 왜 그래..싸웠어? ][ 아니,,싸운 건 아니고,,그냥 지치고 피곤해서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나처럼 결혼이 늦었던 윤희는 대학동창이다.6살 연하의 남편과 부산에서 살고 있는 윤희는가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며칠 있다가 홀연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곤 한다. 남편에게서 카톡과 전화가 오는데도 윤희는모른척 하고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 좀 심각해? ][ 음,,,결혼이 종이장 같으면 쫘악 쫘악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야,,요즘.... ]쫘~악 쫘~악..
2018.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