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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26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 케이야, 잘 있어? 여긴 너무 덥다, 거기도 덥지? 오늘 참외 먹다가 너 생각나서.. 니가 참외 좋아하는데 거기서 못 먹었다고 그랬잖아 ] [ 아니야, 지금은 코리아타운에서 팔아, 근데 요즘 넌 무슨 반찬 해 먹어? ] [ 반찬? 음,,별 거 없어, 그냥 있는 거 먹지]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 난 무의식적이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같은 질문을 한다. [ 무슨 반찬에 먹었어? ]라고 그러면 누구는 남편이 좋아하는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두릅이 많이 나와서 두릅을 삶았다기도 하고 누구는 오징어볶음을 했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밥 하기 귀찮아 집 근처에서 닭볶음을 시켜 먹었다고 한다. 난 한국에서 돌아온 후부터 무슨 이유인지 체중이 줄고 있다. 더워지면서 입맛이 없어진 게 원.. 2023. 6. 17.
남편도 울고 엄마도 울고.. 도착시간을 훌쩍 넘어도 깨달음은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항공, 일본항공까지 같은 시간대에 도착을 했으나 코로나 전처럼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서 초조하지도 않았다.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나오는 깨달음 얼굴은 꽤나 밝아보였다. 바로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탔다. 지금껏 숙소는 김포공항을 편히 오갈 수 있는 5호선이 다니는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이번엔 KTX를 타야 해서 서울역으로 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깨달음이 먹방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가게에 찾아가 먼저 소주로 목을 축이고 주문한 꼬막을 먹었는데 한 번 먹어보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 왜? ] [ 맛이가 없어 ] 깨달음이 한국말로 하길래 들릴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일본어로 하라고 했더니 한국어로 해야 손.. 2023. 4. 15.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 퇴근을 한 깨달음이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는창고 속에 넣어둔 박스를 꺼내 나왔다.[ 뭐 해? ][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려고,,][ 왜? 갑자기? 작년에는 그냥 넘어갔잖아 ][ 올해는 하고 싶어서, 캐롤도 울리고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식들을 단다. [ 별을 제일 위에 다는 거지? ][ 응 ][ 사진만 찍지 말고 당신도 좀 달아 ][ ............................... ]일년에 한번뿐이 귀한 축제를 즐겨야 한단다.[ 깨달음,,당신,,많이 즐기고 살거든? ][ 더 재밌게 놀거야, 아 서울은 지금 영하로 내려갔다며? 춥겠다 ][ 응, 오늘은 첫눈이 내렸나 봐,,]빠르게 뒷마무리를 하고 저녁을 차리려는데깨달음이 전화를 들고 메모를 꺼낸다. [ 오머니, 깨서방.. 2019. 12. 4.
멀리 있는 딸과 친정 엄마 마침 참기름이 떨어져 지난번 한국에서엄마가 싸 주신 병을 찾아 꺼냈는데 얼마나 꽁꽁 싸맸는지참기름 병이 맞는지 긴가민가 했다.킁킁 냄새를 맡아도 모르겠고 한 손에 들고이러보고 저리 둘러 보고 있으니 엄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참기름이 몸에 좋다고 긍께 많이 먹어라,깨서방 나물 좋아한께 많이 넣어꼬숩게 만들어 줘라. 한병이믄 쓰것냐?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갈래? ]아니라고 작은 것으로 하나 받아왔는데 그 날일본에 돌아와 짐을 풀면서 깨달음이 한 병 더받아오질 그랬냐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비닐봉투 세장을 풀었는데 이번에는 신문지가 나온다. 신문지를 조심히 열어보니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냄새가 퍼져 나온다.이 참기름을 짜려고 깨를 사고, 기름집에서 행여나자신이 맡긴 국산 참깨와 중국산 참깨가 섞일.. 2019. 3. 22.
부모와 자식, 뒤늦은 참회 [ 깨서방은 들어 왔냐? ][ 아,엄마, 그렇지 않아도 지금 깨서방이랑엄마 교회 갔다오셨는지 전화하려고 시간 보고 있었는데 ][ 그랬냐? 마음이 통했는갑다. 이번에 아빠기일때 온다고 들었는디 몇 시 비행기여? ][ 오전 비행기인데 광주 도착하면 오후 5시가 넘을 거야 ][ 왜 그렇게 걸린다냐? ][ 응, 김포에서 광주행 비행기가 우리 도착하고 안 맞아서 못 타고, 케이티엑스 타고 가니까시간이 그렇게 걸리네 ]옆에서 깨달음이 엄마랑 통화하는 줄 알고내 옆으로 바짝 붙는다.엄마가 전화를 하신 이유는 이번에 우리가 오는 날에 맞춰 깨서방이 좋아하는 도라지 넣은 배즙을 미리 해 놓으실 생각이라고 하셨다.이젠 그럴 필요 없다고 아직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도 남았고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왜 그.. 2019. 2. 14.
남편의 고집, 그래서 더 감사하다 이곳은 월요일까지 연휴이다.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면서 뭘 할까, 어디를 갈까 둘이 몇마디 나누다하코네를 가자는 의견일치를 봤다.지난달에도 아니 지지난달에도 갔었던하코네를 우리는 왜 자주 가려는건지알 수 없지만 신주쿠에 도착하는가 동시에깨달음은 백화점에서 모둠어묵을 사고나는 음료와 과자를 사서 하코네행 (箱根 )로망스카에 몸을 실었다.[ 우리 차로 갈 걸 그랬나? ] 깨달음이 자리에 앉자마자 그소리를 하길래 운전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아냐고말 나온 김에 당신은 왜 운전을 하지 않았는지왜 면허증을 안 땄는지 물었다.초등학교 1학년 때 큰 트럭에 받쳐 머리가 깨진 뒤로는 차가 무서운 것도 있고 더 솔직히 말하면자기는 운동신경이 좀 둔한편이여서 눈으로 신호를 보면서 핸들조작을 하고 또 백밀러를 틈틈히 확인.. 2019. 2. 11.
남편이 한국 장모님께 보내달라고 한 것 퇴근한 깨달음 손에 백화점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뭐냐고 묻기도전에 얼른 내게 보여주면서 북해도 이벤트에 잠깐 들러 장모님이 좋아하는 박하사탕을 샀다고 한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지난달에 보내드렸으니 11월달에 한국 갈 때 가져가겠다고 했더니 내일 당장 오징어랑 함께 보내드리란다. [ 왜? 지난달에 보내드렸다니깐 ] [ 그래도 또 보내드려~~] 저녁식사를 마치고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깨달음이 장모님께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 왜 그래? ] [ 아니...그냥,,,안부인사 드릴려고..] [ 엄마,,나야,, 잘계시죠? 한국도 이제 많이 선선해졌어요? ] [ 오냐,,,여기도 많이 선선해졌다. 거기는 아직도 덥냐? ] [ 아니..여기도 아침저녁은 선선해요, 별일 없으시죠? ] [ 응, 여기는 걱정할 것이 없다... 2018. 9. 4.
남편의 몸을 기쁘게 만든다는 이것 [ 이것 좀 까 줘..]TV를 보고 있는 깨달음에게 쟁반을 건넸다.[ 썩은 게 좀 있네..근데 우리도 이제부터 까져있는 먹으면 안돼?][ 왜? ][ 그냥...][ 귀찮아? ][ 아니야,,]아마 올 봄부터였던 것 같다.깨달음이 집안 일을 안 하려고 하고귀찮아했다.[ 다음에는 깐마늘 살 게..][ 아니야, 솔직히 좀 귀찮지만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까서 먹는 게 맛있어. 냉동해두거나 빻아 놓으면맛이 변하고,,.] 빻아서 냉동해 둔 마늘로 음식을 하면 깨달음은 귀신처럼 알아차렸다.그래서 조금은 귀찮더라도 필요할 때마다이렇게 매번 껍질을 깐다. [ 이거 다 까면 마늘 장아찌 담아줘..][ 이건 마늘 장아찌 담는 게 아니야, 햇마늘로 담아야지 맛있어..][ 언제 나와? ][ 아마,,지금 나오기 시작했을 거야 ][ 일.. 2018. 6. 7.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달래는 방법 봄이 와서인지 우린 입맛이 없다.난 나대로 그렇고 깨달음은 바빠서 술자리가늘었고 그로인해 외식이 많았다.오늘 저녁메뉴는 모처럼 깨달음이 좋아하는 오코노미야끼를 했더니 잘 먹고나서갑자기 한국은 봄철에 무슨 음식으로입맛을 돗구냐고 물었다.[ 봄 음식? 잘 모르겠어..,,,][ 어머니한테 전화 해볼까? ][ 뭐 드시냐고 물어보고 싶어서?][ 응,,,] [ 지난번 갔을 때, 어머님이 해주신 나물이랑 갈비, 낚지도 많이 먹고 올 걸,,][ 그 때,,충분히 많이 먹었거든,][ 아니야, 당신이 눈치 줘서 조금밖에 못 먹었어, 한국도 일본처럼 봄철에 나오는 봄 채소 같은 걸 많이 먹겠지? ][ 그러겠지...][ 나 나물 좋아하는데..][ 알아,,내가 해줄게 ][ 콩나물말고 봄철에 먹는 걸로 먹고 싶어][ 그럼 코리아타.. 2018. 4. 16.
일본인 사위를 지켜보는 친정 엄마의 속내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려다보니 식탁에 막 삶아진 꼬막이 있었다.조금 식으면 깔 요량으로 드라이를 하기 위해 엄마방에 들어가 있는데 엄마가 깨서방이 꼬막을 까고 있다면서 케이한테 하라고 내 놨는데 깨서방이 야무지게 잘 깐다며깨달음 등을 다독거리셨다.[ 어째, 깨서방은 일본사람인디, 하는 짓이 한국사람같은지..모르것어..][ 내가 하려고 했는데..머리 말리고,,,,][ 뜨거울 것인디,,잘 까네..저 접시는 언제 챙겨서 가져갔다냐...참 대단하네...일본 집에서도 잘 도와주냐?][ 응, 보편적으로 잘 도와주는 편이야..]엄마는 깨달음이 두툼한 손가락으로 꼬막을 열심히 까고 있는게 신기한지 자꾸만 몇 번이고 쳐다보셨다. [ 안 뜨거워? ][ 괜찮아, 뜨거울 때 해야돼. 당신은 화장해~]그렇게 깨.. 2018. 3. 7.
남편이 한국에 가면 참기 힘들어하는 그것 [ 빨리 찍어~][ 알았어..][ 먹어도 돼? ][ 당신, 기내식 먹던 것 같던데 배 고팠어? ][ 기내식이 아니라 맥주만 마셨지..지금 점심 시간이 지났어, 배 고파... ]김포에서 광주로 가는 항공편이 줄어버린 탓에시간대를 맞출 수 없어 용산역에서 KTX를 타는 방법을 택했다. 유부초밥을 한 입에 넣고 어묵국을 마시면서바로 샌드위치로 손이 갔다.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쫙 벌리는 걸 보니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였다.[ 당신은 안 먹어? ] 그제서야 묻는다.[ 응, 별로 안 먹고 싶어. 당신 혼자 다 먹어, 나는 두유만 마실래 ][ 이 오뎅,,,은근 매워...][ 그래서 내가 사지 말라고 했잖아.지난번에도맵다고 안 먹어서..][ 나 그 두유 좀 남겨줘.. ][ .......................... 2018. 3. 4.
상당히 건방진 남편의 생각들 [케이씨~이리 와 봐] [ 왜 불러? ] [ 빨리 와 봐 ] 깨달음 방에 들어가보니 침대 위에 옷가지를 내놓고 결혼식에 뭘 입고 가는게 좋은지 골라달라고 했다. [ 당신은 양복 입으면 돼 ] [ 당신은 뭐 입어?] [ 나도 정장 같은 거 입지..] [ 크리스마스 날은 뭐 입어? ] [ 크리스마스 날 ? 그냥 입어~ ] [ 모처럼 크리스마스를 한국에서 보내니까 크리스마스처럼 입어야지..] [ 다시 말하지만, 결혼식 때문에 가는 거야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없어 ] [ 그럼, 어디에도 안 가? 뭐 먹을 건데? ] [ 몰라,,일본하고 똑같애~, 당신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 아니,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한국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서 그래..] [ 교회 가서 예배 보기도 하고,.. 2017. 12. 25.
나를 위해 남편이 한 기도 올해도 도리노이치(酉の市)를 다녀왔다.도리노이치는 11월 유일에 각지의 절이나 신사불각에서 열리는 개운초복과 사업번창을 기원하는축제로 애도시대부터 이어져왔다.한해의 무사함에 감사, 오는 해의 개운, 수복, 풍요와 다산, 재해를 막고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축제의 하나이다.이 날은 복과 부를 긁어모으기 위해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의 구마노테(熊手)를 사서 회사나 집안에걸어 놓기 때문에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가정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년마다 온 가족, 연인들이 함께 나와각양각색의 갈퀴를 산다.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각종 포장마차에서는추위를 달래기 위해 오뎅과 따끈한 정종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깨달음은 내게 가방을 맡기고신사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줄을 섰다.늦은 밤까지 방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 2017.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