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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13

중년 남편들이 살아남는 길 친구가 또 소리 없이 소포를 보내왔다.우체국 큰 박스를 열어보니 필요한 것들이가득 들어있다.마치 깨달음 생일을 미리  알고 보낸 것처럼깨달음을 위한 것들이 많았다.목이 약해 늘 기침을 달고 살아서 항상챙겨 먹어야 하는 기침약,그리고 생강차, 도라지액기스 까지..친구에게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가통화를 했다.[ 어쩜 이렇게 꼭 필요한 것들만 보냈어? 마침깨달음 생일인데 너무 좋아한다, 자기한테생일선물 보낸 거라고 ][ 작년에 한국에서 너랑 마트 갔을 때니가 샀던 것들 그대로 기억해 내서 샀지 ][ 죽염치약이랑 청국장 가루, 정말 내가사려고 했던 건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했어 ][ 그러게,, 마트에 가니까 바로떠오르더라, 그래서 바로 샀던 거야 ]   우린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건강얘기 좀하다가 생일을 .. 2025. 3. 9.
이지메를 당했다는 친구에게 [ 항상, 같은 식사 메뉴를 시켜라고강요하는 것도 싫었어요 ][ 말로 하지 않고 눈으로, 턱으로지시한 적도 많았어요 ][ 처음부터 모를 거라고, 못 할 거라고 미리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게 싫었어요,저를 실험해 보는 것 같아서 ][ 내 여름 옷을 보고 너무 얇지 않냐고했을 때도 황당했어요 ][ 내 안경 닦는 천을 꼭 빌려가서는내가 주라고 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어요 ][ 노트북 바탕화면이 너무 야하다고바꾸라고 하는 것도 싫었어요 ] 20대 초년생인  요코야마(横山)는 내게 할 말을 모두 수첩에 적어왔는지가끔 말하다가 잠깐씩 펼쳐봤다.자기가 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귀에 거슬리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던 모든 대화와 상황들을 적어놓았는지 디테일한 하소연이 계속됐다.[ 퇴근하고 몇 시에 목욕을 하는지물.. 2025. 2. 3.
일본 속, 기브엔 테이크의 진실 5일간 여행을 다녀와서 봤더니택배보관함에 우리 집 물건들이 가득하다.뭘 이리도 보냈을까,누가 이렇게 보냈을까,새로운 이름들이 보이고,,내 앞으로 온 것도 3박스다.이제는 연하장도 생략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아직까지 인사치레를 중요시해야 하고싫어도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야 하는 문화는시대의 흐름을 개의치 않고유효 중이었다.일본은 기브엔 테이크가 철저하리만큼지켜지는 나라라 생각코 살아왔었다.하지만, 20년을 넘게 살아보니 그건 그저 인간관계의 깊이를보여주는 겉과 속이 다른 얘기였다.서로 잘 모르는 관계나 친분이 두텁지 않지만앞으로도 봐야 할 상황에 놓여 있으면억지로라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하지만 친해지면 친해질수록기브엔 테이크는 거의 없다.즉, 기브엔 테이크는 대략 두 번까지만오가고 그 이후는 사.. 2025. 1. 6.
일본 은행에서 남편이 겪은 일 집으로 도착한 서류를 들고 집을 나서기 전깨달음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 중이었다.전철을 타고 시부야에 내려 다시 통화를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오늘 중으로 인감도장을 찍어 반송해야 하는서류들이 있어서 내가 챙겨가야 할 게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인 것도 있지만 시부야역은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때를 지어사진을 찍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기상천외한 의상으로 한껏 뽐내며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들려오는 캐럴 소리에 크리스마스 예배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약간 갈등하며깨달음 사무실로 걸어 올라갔다.혼자서 뭔가 분주해 보이는 깨달음 표정이썩 좋지 않았다. 바빠서일 거라 짐작하고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무실로 배송된 서류와 내가 가져온 것을다시 점검하고 체크한 뒤에 도장을 찍은 후청구서에 적힌 금액을 .. 2024. 12. 24.
무제 구약소(区役所)에서 무슨 서류를 떼야하는지 정리한 메모장과 마이넘버카드,건강보험증도 챙겼는지다시 확인했다.조금 일찍 왔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번호판을 받아의자에 앉았다가 접수처에 계신 분께대략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물었더니1시간 이상은 걸릴 거라 말한다.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아 번호표를돌려드리고 그냥 반대편 창구로 넘어가서류만 떼서 나왔다.구약소 온 김에 마이넘버 카드와 보험증을하나로 묶을 생각이었는데 오늘은여의치 않았다. 은행에 들렀다 깨달음 회사에 문을 열자정면 테이블에 세무사가 서류들을 꺼내놓고깨달음과 대화중이었다.[ 저,, 제가 늦였나요? 30분 전이긴 한데..][ 아닙니다.제가 치바(千葉)에서 일찍 온 바람에정 상은 안 늦었어요 ][ 아.... 저는 늦였나하고,,,,.. 2024. 12. 5.
전철 안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고있는 중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나 보고는양호하다고 덧붙였다.깨달음이 기다린다는 커피숍에 갔는데한국어 단어집을 보고 있었다.[ 깨달음, 공부하네.. 번역기 사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그렇지 않아도 오늘 당신이자동번역기 사 준다고 해서  미리 가서 살짝기능이랑 사용법을 체험해 봤는데 지금쓰는 어플이랑 별 다를 게 없더라고 ][ 그래도 번역기는 100개국 이상번역하는 기능이 있고 무엇보다 당신이한국어 공부하는 게 힘들고 능률이 안 올라산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근데.. 좀 생각해 보려고 ] 예정대로라면 지난주에 사려고 했던번역기인데 몸 컨디션이 별로여서 이번주에사주러 나왔는데 살까 말까 .. 2024. 11. 18.
남편의 자존감을 살리는 물건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바로고깃집으로 향했다.일본으로 돌아와 다시 주어진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지낸 우리는결혼기념일을 축하할 겸 겸사겸사가게에 들어서기 전에 작은 케이크를몇 개 샀다.일단 주문을 하고 간단히 기록용 사진만찍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촛불을 켜는데점장님이 생일이냐면서 가게 안쪽에 조명을 모두 끄시고는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시더니축하박수까지 보내주셨다. 새 케이크는 점장님께 맛보시라고 전해드리고우린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그리고 재빨리 고기를 구웠다.이번에 한국에서 고기를 먹을 기회가없었던 건 아닌데 먹지 못하고와서인지 굶주린 사자들처럼구워지는 데로 아무말없이빠르게 각자의 입으로 넣었다. [ 깨달음, 이제 기념일 같은 거 그냥 생략하기로하지 않았나,, 작년에도 이런 얘기했던 것 같은데 ][ 그러.. 2024. 11. 6.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진짜 이유 옛 동료인 우스이 (臼井)상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했다.실은 올 봄부터 꽤나 집요하게 연락이왔었는데 적당히 핑계를 대며 넘겼는데오늘은 미팅이 있어 움직이다 보니 우리 집근처까지 왔다길래  약속을 잡았다.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지금 만나는 게맞는지,, 아니면 끝까지 사양하는 게좋았을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커피숍으로 향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우스이 상이날이 선선해졌다는 통상적인 인사를하면서 오늘 아침 자기 남편과옷차림으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그리고 바로 이어서 자기 아들 얘기,, 또 자기 집 고양이와 옆집 고양이까지.,,그렇게 계속해서 주변 얘기를 하다가막간을 이용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스이 상, 괜찮아요,, 나한테 할 말있어서 .. 2024. 10. 14.
일본에서 더 살아도 될 것 같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우린 새로당선된 총리 얘길 했다.둘이서 정치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편인데이번 총재선이 있던 날, 내가 흘리듯했던 말이 깨달음에게 많은 생각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이 다카이치(高市) 가 당선되면일본을 떠날 거라 했잖아 ][ 응,, 아베 (安倍)총리 때도 참 일본에사는 게 싫었는데 아베보다 더 우익성향이진한 저 아줌마가 되면정말 일본을 떠날려고 마음 먹었지 ] 송이버섯이 들어있는 차를 가지고 온종업원이 고체연료에 불을 붙히고는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갔다.이시바 (石破) 새 총리가 당선되고 다음날새벽부터 방송사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앞으로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공약한 것들은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질의응답을 했었고 깨달음과 나는 조용히 차를 마시고 경청했었다. [ 그날.. 2024. 9. 30.
한국 여자를 좋아한 어느 아저씨의 고백 [ 내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갈 때마다 그녀와 칼국수, 수제비 맛집을찾아다녔어. 그 외 식사는 그녀가 좋아하는고깃집을 다녔는데 뭘 먹어도 그녀는정말 맛있다고 잘 먹었어.같이 롯데월드도 가고 근처 시장에서그릇 밖으로 나온 큰 뼈가 들어있는왕갈비탕을 같이 뜯어먹었던 기억도 나,,그녀는 늘 날 먼저 챙겼었어.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꼭 나와서기다려줬고 아주 작은 거,, 예를 들면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숟가락, 젓가락항상 먼저 놓아주고 한국말이 서툰 나를 위해눈치 빠르게 항상 통역도 잘해주고 그랬어. 그리고 늘 손을 잡거나 나한테바짝 붙어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어.아무리 더워도 꼭 내 손을 잡으려 했고그래서 난 정말,, 이 여자와 함께라면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각오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 2024. 9. 14.
누가 변호사 아들을 때렸는가 새벽녘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어 둔 탓에바람결이 차가웠는지 잠에서 깼다.어젯밤 잠들기 전부터 머릿속에서맴돌았던 변호사라는 직업.내 주변에는 법조계 사람들이 별로 없어친근감이 형성되지 않지만 변호사는구체적으로 무슨 일을주로 하는지 검색을 해봤다.내가 소속된 단체는 꽤나 크다.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같은 뜻을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회원이되었지만 단체에서 벗어나면모두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하나의 개인으로 돌아간다.사건의 발단은 올 초였다.단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소송사건이 일어났다.아이들끼리 장난치며 놀다가 발생한 일인데어느 아이는 구타를 당한 피해아동이되었고 다른 아이는 구타를한 가해아동이 되었다.그저 놀다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선생님들은입을 모았지만 일이 자꾸만 크게 번졌다.그 중심에는 피해아.. 2024. 8. 30.
한국 가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내 아파트 조합에서 서류가 도착했다며사진 찍어 보내주신다 하셨다.한국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 없이 하루도 그냥 지낼 수 없다시며일본도 많이 덥냐고 물으신다.[ 엄마, 여기도 너무 너무 더워요,한국도 일본만큼 덥다던데 밖에 나가지마시고 돈 아끼지 말고 에어컨꼭 틀고 지내셔야 돼 ]여기 일본에서는 홀로 사시는 노인들이절약한다고 창문 열어두고 부채질하면서지내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하루에도10명이 넘게 응급실에 실려가고 있으니절대로 전기세네 뭐네 생각지 말고시원하게 지내시라고 당부드렸다.[ 응,, 인자 돈 안 아끼고 쓴다,,일본도 많이 더운갑네..][ 응,,평균 36도, 37도야,,][ 깨서방도 더운디 고생하것네..][ 사무실에만 있어서 괜찮아 ][ 그래도,, 엊그제,,테레비 봤냐? 일본 .. 2024. 8. 10.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나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거라고꿈에도 생각을 못해 봤다는 토모코는약속날을 기다리며 혼자 많은 상상을 했단다.깨서방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일본을 떠나는 것인가,자기한테 뭔가를 부탁할 게 있는가,, 이렇게 6년이 넘어서 만나자고 연락이온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인데그게 뭔지 생각을 하고 또 해봤지만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단다.그래서 남편에게  케이짱에게 무슨변화가 생겼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언젠가 내가 보내준 오이김치 얘기를하면서 한국 식당 같은 걸 차린게아니냐고 하더란다.  듣고보니 그것도 조금은 일리가 있을 것같은데 식당을 차렸을까 하다가도나와 이미지가 매칭되지 않았단다.[ 토모코,,,,몇 년 만이지? ][ 정확하게 6년 반이야 ][ 정말 오랜만이다, 하나도 안 변했네][ 늙었지..이 주.. 2024. 7. 24.
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깨달음 회사는 창립 때부터 대학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사무실을 요코하마에서 시부야로 옮겨 오면서 후배들을 고문으로 남기도하고 모두가 독립을 했다. 그들중에 깨달음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 온 마쯔다 상이 요즘 많이 힘들다. 나와 동갑인 마쯔다 상이 올 초에 이혼을 하고 시골에서 요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는데 지난달부터 부쩍 깨달음 회사에 나타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단다. 딸 두명도 일찍 시집을 가서 혼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서 직원들 일을 같이 하기도 하고 맛집에서 피자를 서너 판씩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그런 후배 모습이 안쓰러워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깨달음 말에 의하면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았다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 없.. 2023. 12. 7.
일본 교회도 똑같았다. 모태신앙인이었던 나는 내 본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흐름으로 어릴적부터 엄마가 다니던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렇게 크리스천이 되었다.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강요? 가 섞인 세례를 성인이 되고서야 받았다. 늘 내 자신에게 자문을 했던 건 난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말씀대로 행하려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들이 날 따라다녔다. 그래서도 세례를 받는데 주저했지만 습관처럼 교회는 다녔고 내 필요에 의해 주님을 찾을 때가 많았다. 이곳 일본에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교회에 소속하지 않은 채로 그냥 게스트처럼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인으로 소속되어 있진 않지만 몇년을 성실히 다니는 나에게 등록을 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꽤나 계셨지만 그럴 때마다 난 어.. 2023.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