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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218

일본에 신사가 많은 진짜 이유 봄이 시작되고 초여름에 들어서는 오늘도이곳은 매주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지금부터 여름을 향해 시작될 마츠리 (祭り)는신을 모신 오미코시(お神輿 신을 모신 가마)를어깨에 메고 동네를 행진하는 행사로요즘은 주말마다 볼 수 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시나가와진자(品川神社)와 주변에있는 다른 신사에서 마츠리(祭り)가 있어오후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동네 축제라고는 해도 모든 격식은 어느축제와 다를 바 없이 다 갖추고 있다.신사에 가까워지자 피리소리와 북소리가 들려왔고 마츠리 특유의 활기와 전통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이상하게 절로 흥이 났다. 어딜 가나 골목골목 즐비하게 늘어선 야타이(屋台)에서는 달달한 딸기시럽 향기가풍기고 야끼소바를 볶으면서 나는 소스냄새가섞여 마츠리 분위기를 고조시.. 2025. 6. 8.
일본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 서로에게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정했는데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빨리 도착한 우린 호텔 로비에서 그녀를 기다렸다.나가오카(長岡)상은 모 협회에서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60대 후반 여성이다.몇 번의 식사를 같이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남편분도깨달음과 같은 업계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그래서 오늘은 깨달음도 함께 동석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정 상이랑 협회까지택시로 오신 적 있죠? 그때 잠깐 인사했던기억이 있는데 ][ 네..맞습니다. 집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택시로 갔던 날이었을 겁니다 ] 작년 어느 날, 협회 앞에서 만났던 기억을상기시키며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눴다. 평일이어서인지 레스토랑은 한산했다.[ 이 호텔은 자주 이용하시나 봐요 ]깨달음이 묻자 나가오카 상이 비밀을.. 2025. 5. 21.
모두가 그냥 버티고 산다 한국에 가져온 열무김치와 얼갈이, 그리고묵은지를 챙겨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도록랩으로 돌돌 말아 두 겹으로 싼 후보냉가방에 넣어 집을 나섰다.한국에서 돌아오면 한 번 보자고 인사치레로했던 말인데 그녀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고만나기를 원했다.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에 대한책임을 져야할 것 같았다.한국을 다녀오고 나면 이래저래 할 일들이늘어나서 마음이 어수선한 상태인 걸그녀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도 나를 보자 늘 하는 소릴 한다. [ 케이짱은 자식이 없어서 좋겠다, 난 자식이라고하나 있는데도 10명만큼이나 힘이 들어 ][ 케이짱은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좋겠다.우리 남편은 곧 정년퇴직하면 백수 되는데노후를 어찌해야할지 걱정이야 ][ 케이짱은 시부모님 안 계셔서 좋겠다, 난 가까이 살아서인.. 2025. 5. 15.
극우와 극좌에 흔들리는 일본과 한국 2주 전, 매운 짬뽕을 먹으며 한국에 가서뭘 할 건지 쉬지 않고 내게 말을 했던 토모짱.탕수육까지 주문해 맛있게 먹을 때만 해도 그녀의 심경에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토모짱은 내 블로그에도 두어 번 등장한 인물로배용준을 시작으로 한류 드라마를좋아하고 그렇게 한글을 배우고코리아타운을 일주일에 한번씩 갈 정도로한국에 관심도 많고 애정하는 인물이다.일본어가 통하는 강남 피부과에 예약을 했고시간이 되면 눈썹 문신도 하고 싶다고 했다.또 쇼핑 리스트는 물론 찜질방까지 가는 버스 번호등, 아주 철저히 준비한 메모장을내게 보여주며 10년만의 한국행에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그런데 오늘 라인이 왔다.그렇게 기대했던 한국행을 취소했는데 그 이유는대충이랬다. 한국이 불안정한 상태(정치적)인 것과윤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2025. 4. 20.
여자가 바람을 피울 때.. 근 1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살이 좀 찐 것 외에 별 반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낮에는 덥고 조석으로는 추운 묘한 날씨를핑계삼아 우린 시원한 생맥주로 건배를 했다.무슨 일인지 식욕이 솟구쳐서 요즘자기 전에도 주전부리를 먹는 바람에살이 쪘다는 아키 짱은 내가 주문한 구운 통닭을 먼저 맛보고 싶어 했다.[ 케이 짱, 왜 안 먹어? ][ 실은 아침을 늦게 먹어서,, 아키 짱다 먹어도 돼. 나는 괜찮아 ]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케이팝이소음처럼 들리는 건 옆 테이블에 앉은주부 6명이 떠드는 소리에 섞여서였다.아키 짱은 야채와 매운 통닭 한 조각을절인 무에 돌돌 말아 맛있게 먹었다.   [ 케이 짱, 기쁜 소식 알려줄까? ][ 뭔데? ][ 나,, 이혼 준비 중이야 ][ 진짜?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2025. 4. 9.
중년 남편들이 살아남는 길 친구가 또 소리 없이 소포를 보내왔다.우체국 큰 박스를 열어보니 필요한 것들이가득 들어있다.마치 깨달음 생일을 미리  알고 보낸 것처럼깨달음을 위한 것들이 많았다.목이 약해 늘 기침을 달고 살아서 항상챙겨 먹어야 하는 기침약,그리고 생강차, 도라지액기스 까지..친구에게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가통화를 했다.[ 어쩜 이렇게 꼭 필요한 것들만 보냈어? 마침깨달음 생일인데 너무 좋아한다, 자기한테생일선물 보낸 거라고 ][ 작년에 한국에서 너랑 마트 갔을 때니가 샀던 것들 그대로 기억해 내서 샀지 ][ 죽염치약이랑 청국장 가루, 정말 내가사려고 했던 건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했어 ][ 그러게,, 마트에 가니까 바로떠오르더라, 그래서 바로 샀던 거야 ]   우린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건강얘기 좀하다가 생일을 .. 2025. 3. 9.
이지메를 당했다는 친구에게 [ 항상, 같은 식사 메뉴를 시켜라고강요하는 것도 싫었어요 ][ 말로 하지 않고 눈으로, 턱으로지시한 적도 많았어요 ][ 처음부터 모를 거라고, 못 할 거라고 미리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게 싫었어요,저를 실험해 보는 것 같아서 ][ 내 여름 옷을 보고 너무 얇지 않냐고했을 때도 황당했어요 ][ 내 안경 닦는 천을 꼭 빌려가서는내가 주라고 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어요 ][ 노트북 바탕화면이 너무 야하다고바꾸라고 하는 것도 싫었어요 ] 20대 초년생인  요코야마(横山)는 내게 할 말을 모두 수첩에 적어왔는지가끔 말하다가 잠깐씩 펼쳐봤다.자기가 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귀에 거슬리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던 모든 대화와 상황들을 적어놓았는지 디테일한 하소연이 계속됐다.[ 퇴근하고 몇 시에 목욕을 하는지물.. 2025. 2. 3.
일본 속, 기브엔 테이크의 진실 5일간 여행을 다녀와서 봤더니택배보관함에 우리 집 물건들이 가득하다.뭘 이리도 보냈을까,누가 이렇게 보냈을까,새로운 이름들이 보이고,,내 앞으로 온 것도 3박스다.이제는 연하장도 생략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아직까지 인사치레를 중요시해야 하고싫어도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야 하는 문화는시대의 흐름을 개의치 않고유효 중이었다.일본은 기브엔 테이크가 철저하리만큼지켜지는 나라라 생각코 살아왔었다.하지만, 20년을 넘게 살아보니 그건 그저 인간관계의 깊이를보여주는 겉과 속이 다른 얘기였다.서로 잘 모르는 관계나 친분이 두텁지 않지만앞으로도 봐야 할 상황에 놓여 있으면억지로라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하지만 친해지면 친해질수록기브엔 테이크는 거의 없다.즉, 기브엔 테이크는 대략 두 번까지만오가고 그 이후는 사.. 2025. 1. 6.
일본 은행에서 남편이 겪은 일 집으로 도착한 서류를 들고 집을 나서기 전깨달음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 중이었다.전철을 타고 시부야에 내려 다시 통화를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오늘 중으로 인감도장을 찍어 반송해야 하는서류들이 있어서 내가 챙겨가야 할 게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인 것도 있지만 시부야역은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때를 지어사진을 찍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기상천외한 의상으로 한껏 뽐내며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들려오는 캐럴 소리에 크리스마스 예배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약간 갈등하며깨달음 사무실로 걸어 올라갔다.혼자서 뭔가 분주해 보이는 깨달음 표정이썩 좋지 않았다. 바빠서일 거라 짐작하고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무실로 배송된 서류와 내가 가져온 것을다시 점검하고 체크한 뒤에 도장을 찍은 후청구서에 적힌 금액을 .. 2024. 12. 24.
무제 구약소(区役所)에서 무슨 서류를 떼야하는지 정리한 메모장과 마이넘버카드,건강보험증도 챙겼는지다시 확인했다.조금 일찍 왔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번호판을 받아의자에 앉았다가 접수처에 계신 분께대략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물었더니1시간 이상은 걸릴 거라 말한다.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아 번호표를돌려드리고 그냥 반대편 창구로 넘어가서류만 떼서 나왔다.구약소 온 김에 마이넘버 카드와 보험증을하나로 묶을 생각이었는데 오늘은여의치 않았다. 은행에 들렀다 깨달음 회사에 문을 열자정면 테이블에 세무사가 서류들을 꺼내놓고깨달음과 대화중이었다.[ 저,, 제가 늦였나요? 30분 전이긴 한데..][ 아닙니다.제가 치바(千葉)에서 일찍 온 바람에정 상은 안 늦었어요 ][ 아.... 저는 늦였나하고,,,,.. 2024. 12. 5.
전철 안에서 소리 죽여 웃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후각이 조금씩 돌아오고있는 중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나 보고는양호하다고 덧붙였다.깨달음이 기다린다는 커피숍에 갔는데한국어 단어집을 보고 있었다.[ 깨달음, 공부하네.. 번역기 사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그렇지 않아도 오늘 당신이자동번역기 사 준다고 해서  미리 가서 살짝기능이랑 사용법을 체험해 봤는데 지금쓰는 어플이랑 별 다를 게 없더라고 ][ 그래도 번역기는 100개국 이상번역하는 기능이 있고 무엇보다 당신이한국어 공부하는 게 힘들고 능률이 안 올라산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근데.. 좀 생각해 보려고 ] 예정대로라면 지난주에 사려고 했던번역기인데 몸 컨디션이 별로여서 이번주에사주러 나왔는데 살까 말까 .. 2024. 11. 18.
남편의 자존감을 살리는 물건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고 바로고깃집으로 향했다.일본으로 돌아와 다시 주어진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지낸 우리는결혼기념일을 축하할 겸 겸사겸사가게에 들어서기 전에 작은 케이크를몇 개 샀다.일단 주문을 하고 간단히 기록용 사진만찍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촛불을 켜는데점장님이 생일이냐면서 가게 안쪽에 조명을 모두 끄시고는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시더니축하박수까지 보내주셨다. 새 케이크는 점장님께 맛보시라고 전해드리고우린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그리고 재빨리 고기를 구웠다.이번에 한국에서 고기를 먹을 기회가없었던 건 아닌데 먹지 못하고와서인지 굶주린 사자들처럼구워지는 데로 아무말없이빠르게 각자의 입으로 넣었다. [ 깨달음, 이제 기념일 같은 거 그냥 생략하기로하지 않았나,, 작년에도 이런 얘기했던 것 같은데 ][ 그러.. 2024. 11. 6.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진짜 이유 옛 동료인 우스이 (臼井)상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했다.실은 올 봄부터 꽤나 집요하게 연락이왔었는데 적당히 핑계를 대며 넘겼는데오늘은 미팅이 있어 움직이다 보니 우리 집근처까지 왔다길래  약속을 잡았다.무엇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지금 만나는 게맞는지,, 아니면 끝까지 사양하는 게좋았을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커피숍으로 향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우스이 상이날이 선선해졌다는 통상적인 인사를하면서 오늘 아침 자기 남편과옷차림으로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그리고 바로 이어서 자기 아들 얘기,, 또 자기 집 고양이와 옆집 고양이까지.,,그렇게 계속해서 주변 얘기를 하다가막간을 이용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스이 상, 괜찮아요,, 나한테 할 말있어서 .. 2024. 10. 14.
일본에서 더 살아도 될 것 같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우린 새로당선된 총리 얘길 했다.둘이서 정치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편인데이번 총재선이 있던 날, 내가 흘리듯했던 말이 깨달음에게 많은 생각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이 다카이치(高市) 가 당선되면일본을 떠날 거라 했잖아 ][ 응,, 아베 (安倍)총리 때도 참 일본에사는 게 싫었는데 아베보다 더 우익성향이진한 저 아줌마가 되면정말 일본을 떠날려고 마음 먹었지 ] 송이버섯이 들어있는 차를 가지고 온종업원이 고체연료에 불을 붙히고는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갔다.이시바 (石破) 새 총리가 당선되고 다음날새벽부터 방송사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앞으로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공약한 것들은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질의응답을 했었고 깨달음과 나는 조용히 차를 마시고 경청했었다. [ 그날.. 2024. 9. 30.
한국 여자를 좋아한 어느 아저씨의 고백 [ 내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갈 때마다 그녀와 칼국수, 수제비 맛집을찾아다녔어. 그 외 식사는 그녀가 좋아하는고깃집을 다녔는데 뭘 먹어도 그녀는정말 맛있다고 잘 먹었어.같이 롯데월드도 가고 근처 시장에서그릇 밖으로 나온 큰 뼈가 들어있는왕갈비탕을 같이 뜯어먹었던 기억도 나,,그녀는 늘 날 먼저 챙겼었어.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꼭 나와서기다려줬고 아주 작은 거,, 예를 들면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숟가락, 젓가락항상 먼저 놓아주고 한국말이 서툰 나를 위해눈치 빠르게 항상 통역도 잘해주고 그랬어. 그리고 늘 손을 잡거나 나한테바짝 붙어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어.아무리 더워도 꼭 내 손을 잡으려 했고그래서 난 정말,, 이 여자와 함께라면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각오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 2024.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