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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287

그래, 내 팔자가 상팔자다 수원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왜 수원에 온다고 그래놓고 오지 않았냐고묻길래 깨달음이 변덕을 부려서 못 갔다고다시 사과를 했다.[ 깨달음은 항상 그래.. 그래서 내가 기다리지말라고 그랬잖아,,][ 그래도 혹시나 올 지 몰라서 스타필드주변에서 남편이랑 차 마셨거든, 난 오랜만에니 얼굴 볼 수 있나 했지..][ 진짜,, 미안,, 다음에 내가 혼자 갔을 때그때 꼭 보자~~ ]친구는 요즘 손주 커가는 재미로 산다면서나에게 노후를 어떻게 보낼 건지,한국은 언제쯤 들어올 생각인지,그런 것들을 궁금해했다. [ 부동산 일은 잘 해결 됐어? ][ 음,, 서울 아파트가 너무 비싸고,, 이래저래걸림돌이 많아서.. 잘 풀릴 것 같다가 시기가 안 맞고,, 그러네...][ 그렇구나,,그럼 너도 서울 말고 수원으로 와,수원은.. 2025. 5. 18.
사요나라, 서울의 마지막 밤 깨달음은 아침식사로 순두부와 비빔밤을 주문하고 내 뼈해장국을 반 이상 먹었다.달달하게 볶아져 나온 멸치와 어묵을 한 번씩리필하고 김치를 먹어보더니 한마디 했다.[ 여기 주방장님이 전라분이신가 봐, 반찬들이전라도 맛이 나, 당신은 모르겠어? ][ 알아,, 나도 맛보고 금방 알았어 ]우리가 들어온 이 식당은 24시간 영업 중이었고마침 우리 테이블 뒤편에서 직원들 아침식사를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주방장님이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요리와 설거지에 대한얘기를 나누는 걸 들었기 때문에깨달음이 말하기 전부터 바로 알았다.그나저나 깨달음도 이제 입맛은 완전한국인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맛 구별을제대로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은행에 들러 깨달음 통장 정리와환전을 해서 예금하려고 했는데 신여권이아닌 구여권도 같이 필요하다고 해.. 2025. 5. 11.
남편이 한국에서 쉬지 않고 먹은 이유. 아침 일찍 눈을 뜬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말을계속했고 부랴부랴 씻고 해장을 겸한된장찌개를 먹으러 갔다.식당은 언제나처럼 손님들이 가득했고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애호박나물을 맨 입으로집어 먹던 깨달음이 어젯밤 자기가 어떻게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풋고추에 막된장을 찍어 맛깔나게 먹고는아주머니에게 [ 고추 두개 주세요 ]라고 했다.뚝배기를 들고 국물까지 싹 비운 다음 디저트를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간 곳은안국역에 어니언이었다. 택시 안에서 어쩌면 2시간이상 대기할 수도 있다고미리 언질을 했지만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라도이번에는 기필코 먹을 거라고 했다.내 우려와는 달리 대기줄은 많지 않았고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빵이 진열된 코너를 돌고, 또 돌고, 넣었다가 다시바꾸기를 하길래, 그.. 2025. 5. 8.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 하코네(箱根)에 새로운 호텔 건축을 위해 부지를 보러 일찍 집을 나선 깨달음은실시간으로 사진으로 상황을 보고했다.로망스카(ロマンスカー)에 탔는데 자기 빼고모두가 외국인이라고 잠시 자기가 해외여행 온기분이 들었다며 비슷 비슷한 사진들을대량으로 보냈다.일 잘 보고 무사히 끝나면 연락주라고답장을 보내고 난 청소기를 꺼내 돌렸다.청소를 하면서도 왜 서방님이 갑자기 전화를했는지 궁금해졌다.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살아온 서방님이전화를 할 때는 늘 돈과 관련된 얘기가있었기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였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요양원이나병원비 같은 청구서가 나오면 항상 형인깨달음에게 연락을 해왔다.이제껏 나는 형제 일은 둘이 해결하는 게 맞다고생각해 왔던 터라 굳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자세하게 알려하지 않았다.우리 가족.. 2025. 4. 27.
한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일본인 원래는 함께 할 예정이 전혀 아니었는데깨달음이 뒤늦게 갑자기 합류하게 되었다.아주 예전에 한 번 같이 차를마신 적이 있어 초면은 아닌데늘 그렇듯 깨달음은 오래전처럼아주 친했던 사람처럼 오미야(大宮) 상과익숙하게 대화를 나눴다.[ 한국여행은 즐거우셨어요? 어디 어디 가셨어요? ]남편과 5년 만에 간 한국여행에서뭘 하고 지냈는지 깨달음이 궁금해하는것들을 조목조목 하나씩 설명해 주는오미야 상에게 왠지 고마웠다. 첫날은 남대문에서 유명한 찐만두와갈치조림을 먹고 저녁에는동대문에서 닭 한 마리를 먹었단다.찐만두가 생각보다 싸고 맛있어서 그 다음날도줄 서서 남편이 먹었다고 했다.[ 시위단체는 봤어요? ][ 우리는 그 근처는 되도록 안 가려고해서 잘 모르는데, 실은 안국역에 있는빵집에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 .. 2025. 4. 16.
일본에서 지켜본 대통령 파면 나라 걱정에 잠을 못 잔다는 옛 조상님들의말씀이 뼛속 깊이 파고들었던  122일간.해외에 살고 있다는 알량한 이유로탄핵시위에 참석하지 못하고 그저마음으로만 응원을 했다.남녀노소, 특히 젊은 청년들이 밤새워가며응원봉을 흔드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그러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내가 이곳에서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았더니선결제라는 걸 알게 되었고각 단체에 후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나 몰라라 하기에는 젊은 청년들에게 너무 미안해함께 힘을 모으지 못한 마음을 어떻게든표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참여를 해야만이내 스스로가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태어난 자랑스런 한국인이라고그리고 어른이라고 당당히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다.수개월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핵을 외치셨던 국민 .. 2025. 4. 6.
남편이 말하는 일본 여성의 특징 스고이(すごい)카와이!! (可愛い)스고이....(すごい) 카와이!! (可愛い)혼토? (本当)우리를 사이에 두고 양 옆 테이블에는남녀 대학생 5명, 직장인 혼성 4명이 앉아술을 마셨다.대학생들은 최근에 찍은 사진을 서로 보고,보여주기를 반복했고 왼쪽 편 직장인 테이블에서는새로 산 아이돌 그룹 굿츠와 게임 액세서리를꺼내놓고 자랑했다.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손뼉까지 쳐가며웃는 두 테이블. 분명 양 옆 테이블에서는각자 다른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들려오는 소리는 똑같았다.스고이(すごい)카와이!! (可愛い)스고이....(すごい) 카와이!! (可愛い)혼토? (本当)시끄러운 게 약간 귀에 거슬리긴 했는데깨달음은 다른 이유에서 짜증이 나 있었다.일본 여자들은 카와이, 스고이, 이 두 단어로 대화가 이뤄진다며 대학.. 2025. 3. 30.
럭셔리 크루즈 아스카Ⅱ 를 타다. 꼭 타고 싶었던 아스카Ⅱ를 드디어 타는 날,아스카Ⅱ호는 5만 톤급, 길이 241m에 달하는 국제크루즈로 일본의 대표적인 럭셔리 크루즈 선이다.럭셔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본의 전통과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실내디자인과승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취지에서 승객수에 비례할 정도로많은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요코하마 선착장에서 기다리다룸 스타일에 맞춰 차례로 타면 되는데깨달음이 스위트룸석에 잘못 섰다가 얼른내 쪽으로 달려오더니 어쩐지 회장님 같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며 지금껏 우리가탔던 크루즈 중에서는 사이즈가 가장 작지만승객들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라 일단방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나와서로비층에서 웰컴 드링크를 가볍게 한잔씩마시고 선내를 돌아보는데 깨달음이 자꾸만고개를 갸.. 2025. 3. 16.
중년 남편들이 살아남는 길 친구가 또 소리 없이 소포를 보내왔다.우체국 큰 박스를 열어보니 필요한 것들이가득 들어있다.마치 깨달음 생일을 미리  알고 보낸 것처럼깨달음을 위한 것들이 많았다.목이 약해 늘 기침을 달고 살아서 항상챙겨 먹어야 하는 기침약,그리고 생강차, 도라지액기스 까지..친구에게 고맙다는 카톡을 보냈다가통화를 했다.[ 어쩜 이렇게 꼭 필요한 것들만 보냈어? 마침깨달음 생일인데 너무 좋아한다, 자기한테생일선물 보낸 거라고 ][ 작년에 한국에서 너랑 마트 갔을 때니가 샀던 것들 그대로 기억해 내서 샀지 ][ 죽염치약이랑 청국장 가루, 정말 내가사려고 했던 건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했어 ][ 그러게,, 마트에 가니까 바로떠오르더라, 그래서 바로 샀던 거야 ]   우린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건강얘기 좀하다가 생일을 .. 2025. 3. 9.
요코하마에서 들은 남편의 과거 요코하마(横浜)는 깨달음에서 조금은 특별한 곳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선배 회사에서 건축사로일을 시작하고 자기 회사를 처음 차렸던 곳이이곳 요코하마인 덕분에 어딜 가나젊은 날의 진한 추억들이 묻어있다고 했다.버블시대(1980년대 후반) 였을 때는 매일 밤,유흥을 즐기며 모든 업소의 언니? 들과아주 친한 소통이 많았다는 요코하마.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깨달음과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듣는우리 부부는 역시 내공이 쌓인중년임이 틀림없었다.요코하마역에서 야마시타공원(山下公園)으로이동하는 시버스(シーバス)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깨달음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름 모를 언니들과먹었다던 도넛을 사 와서는 맛있게 먹었다. [ 깨달음, 그때는 인기가 많았나 봐? ][ 음, 좀 있었지.. 그때는 돈을 물 쓰듯이썼으니.. 2025. 3. 2.
병원에서 보낸 5시간, 그리고 고깃집 [ 깨달음, 당신은 영화라도 보러 나가지? ][ 그냥, 나도 병원에 같이 갈까? ][ 아니야, 정기검진이잖아 ] 좀 늦은 아침을 차려주고 나는 따끈한 물을한 잔 마시고는 끓여놓은 보리차를 텀블러에가득 담아 집을 나섰다.병원 정기점진을 하는 날인데 하필 담당의 사정으로 오늘이었고 아침부터 채혈을 해야 해서 속을 비워둬야 했다.차분히 병원까지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다행히도 요 몇 년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중년 여성들에게 오는 신체적 변화에 따른 질병 같은 것도 없었는데 작년부터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게 신경이 쓰였다. 식생활 개선을 하면 좋아진다고 했는데아무리 식단을 바꾸고 애를 써도 역시나여성호르몬 감퇴로 인해  좀처럼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담당의 말이 내 나이 또래는 흔한증상이라길래 대스럽.. 2025. 2. 24.
난 조용히 남편을 기다릴 것이다 중고가게로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깨달음이 한 뭉치, 한 뭉치 종이를 풀어서 내게 내밀었다.이건 어디서 산 것이고, 이건 얼마에 샀는지깨달음도 나만큼 기억하고 있었다.미니츄어들을 결혼하고 모으기 시작했다.실물과 100프로 일치하진 않지만작디작게 만들어진 소꼽놀이 같은 소품들을보면 소인국 나라에 온 것처럼  마냥 즐거웠다.동심의 세계로 빠져서 어린 나를만날 볼 수 있고 이젠 거의 남아있지 않은순수함의 파편들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어 좋았다.그래서 하나, 둘 모아서 진열을 해놓고 행복해했는데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작년 말에는 유일한 취미로 15년 이상즐겨했던 물생활을 정리하며수조를 처분을 했었다.그래서 오늘은 이 어린 왕국에 주인공들을죄다 아이템 별로 나눠서 종이에 곱게싸서 챙겨 나왔다. [ 정말 처.. 2025. 2. 17.
열심히 일하는 남편만의 이유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잠깐 들렀다오겠다던 깨달음이 예상했던 것보다훨씬 시간이 지나서도 연락이 없었다.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걸 보며나는 작은 와인 한 병을 느긋하게 마셨다.깨달음 몫으로 주문한 치즈케이크를거의 먹어갈 쯤에 도착한 깨달음이왼쪽 다리를 절둑거렸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접질렸는데 처음에견딜만했더니 자꾸만 욱씬거려서도저히 못 참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힘줄이 놀란 것 같다며 바르는 진통소염제를받아왔다고 한다.[ 당신이 걸으면서 핸드폰 보지 말라고 그랬는데내가 말을 안듣다가,,...]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리이실직고하듯 말을 꺼냈다. 화덕피자 전문집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데상당히 아파하면서 걸었다.[ 괜찮겠어? 택시 탈까? ][ 아니야,, 그냥 천천히 걸으면 괜찮아 ][ 깨달음, 그냥 집에.. 2025. 2. 9.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른 점 [ 어느 누구도 말리려고 하지 않았어.자기 눈앞에서 사시미 칼을 들고왔다 갔다 하는데 그냥 남의 일처럼보고만 있었던 거야, 세 명이나 찌르고나서도 또 찌르려고 주변을 서성였다는데그걸  누구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단 말이야.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었는데 왜 출동을빨리 못하고 시간이 걸렸냐고,,][ 깨달음,, 알았어.. 좀 진정해..][ 우리 직원이 사고 전날에도 나가노역에서 미팅을 했어. 우리 직원이 그런 일을당했을 수 있었단 말이야..]지난주 22일 저녁 8시.나가노현 (長野県) JR나가노역 앞,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을 흉기로찌른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있었다.버스를 기다리던 40대 남성이 숨지고30대 남성,40대 여성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였다.범인은 피해자들을 찌른 후에도 잠시역 주변을 서성이다  사라졌.. 2025. 1. 30.
2025년도 신년회를 하던 날 2025년도를 새로운 마음으로시작하자고 건배를 하고는 다들 자기 주변 얘기를 하느라 바쁘다.뭘 어떻게 잘 하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한 채  서로 잘 알고 있지 않냐는눈빛을 교환하고 일상을 풀었다. [ 지난달 우리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우리 남편이 장례식에 안 왔어,자기 아버지 마지막까지 안 볼 거라는생각은 솔직히 생각지도 안 해봤는데 ][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어? ][ 몰라,, 결혼 전부터 그랬는데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났나 봐 ][ 학대받았을까? ][ 몰라, 안 물어봤어 ]결혼생활 31년째인 다카하시(高橋) 상은서로 알려고 하지 않은 게 결혼을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우리 남편은 마자콘(マザコン마마보이)이어서지금 50 넘었는데도 그렇게 엄마집에 가서자고 온다. 가서 뭘 하는지 몰라, 안 .. 2025.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