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223

병상일기5- 다시 일어서다 코로나 백신을 맞기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보험증을 챙겨 집을 나섰다. 평소 때라면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내과병원이었지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금은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짧은 거리여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는 가방속 내용물을 한 번 다시 확인했다. 행여 빠트리고 나온 게 없는지 차근차근 보고 있는데 옆에 깨달음이 내가 2차 접종까지 맞으면 바로 백신패스포트를 만들자고 했다. 백신 확인증을 이곳은 패스포트라 칭하고 있는데 깨달음은 2차 접종까지 끝낸 상태라 확인증을 빨리 받고 싶어 했다. 그게 있어야 해외를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며 내가 접종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좋아했다. 접종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몇 마디 묻고는 주사실로 들어갔다. 깨달음은 모더나를 맞았다.. 2021. 7. 23.
병상일기-4 시간이 약이다. 장마가 끝난 덕분에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목발을 짚고 병원을 다닐 때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야속했었다. 우산을 쓸 수 없어 바로 앞에서 타는 택시지만 비 오는 날은 왠지 더 구질구질했다. 오늘은 엑스레이를 먼저 찍기 전에 빌려 주셨던 목발을 반납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깨달음은 익숙하게 신문을 꺼내 읽었고 나는 발목에 감긴 서포트와 붕대를 풀어 빼놓고 엑스레이 찍을 준비를 했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깨달음은 미동도 없이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진료는 피부과 우선이였다. 대상포진 상처는 이제 85% 아물어가고 있는데 수포 자국이 꽤나 선명하게 남았다.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져 나가야만이 흉터가 적을 거라 해서 철저히 만지지 않고 버텼는데 생각보다 흉터가.. 2021. 7. 16.
병상일기 -1 적응기간 연3일 뜬눈으로 밤을 샜다. 누워도, 앉아도, 엎드려도,아픈 다리로 서 있어봐도 대상포진의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 진통제를 먹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음악을 틀어놓아 보았지만 몸에서 진땀이 난다. 입에서는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분명 샤워를 했는데 내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졸린데 통증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고통... 새벽 4시... 누군가 내 허벅지 위에서 난도질을 하는 듯하다고 표현해야할까..쑤시고 저리고 시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고통스런 통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검색을 또 해본다. 뼈가 녹는 듯하다,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바늘로 찌리는 듯 하다. 산통이 훨씬 낫다. 애리한 송곳으로 긁는 듯하다. 경험자들 모두가 시간이 가길 기다릴 뿐 특별한 해.. 2021. 6. 30.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 오~많은 일이 있었네요.응급실을 두 번이나,, 불행이 계속되네..별 일 아니어서 다행인데 다리는 왜 또? 뭔 일이래요? 힘드시겠다~~] 젊은 의사는 나를 자기 친구 대하듯 즐거운 표정을 해가며 물었다. 갑상선 정기검사를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 엑스레이를 찍는 날이어서 하루 앞당겨 갑상선 진료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진료 첫날부터 서글서글했던 젊은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면서 갑상선은 아무런 문제를 안 일으키고 얌전해졌으니 다른 곳을 빨리 고치라며 또 까부는데 그 모습이 왠지 얄밉지 않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478 도쿄 올림픽 유니폼을 받아오던 날 스케줄 변경을 두 번이나 했다. 내 움직임과 올림픽 위원회측의 시간이 자꾸만 엇갈려 5월초에 받을 예정이.. 2021. 6. 23.
생전 처음,,구급차를 탔다. 구급차를 탔다. 밤 11시 27분, 멀쩡히 걸을 수 있는데 규정상 침대에 누워야 한다며 구급대원이 조심스레 날 눕혔다. 검지 손가락엔 산소포화도기를 끼우고 가슴엔 심장박동측정기를 잽싸게 붙이고는 바로 질문이 쏟아진다. 위급환자를 보는 긴장된 눈을 한 대원이 증상이 어떤지, 언제부터인지, 저녁은 뭘 먹었는지. 지병은 있는지. 수술 경험과 병력은? 알레르기는 있는지... 쉴 새 없이 번갈아가며 물었고 난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한밤중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꽤나 요란했다. 밤, 11시 무렵, 오른쪽 전신에 저림 통증이 왔다. 허리에서 허벅지까지 저림이 시작되더니 점점 어깨 쪽까지 올랐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온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뇌출혈 일지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라고, 허리 디스크 같으니 오늘 .. 2021. 6. 15.
인정하며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잠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꼭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나오고 싶었다. 깨달음은 아침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번갈아보며 붙박이처럼 거실에 앉아있었고 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던 것 같다.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한 권 사고 그냥 좀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야에 들어온 풍경들이 낯설어질 때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구글로 가까운 커피숍을 검색해 다시 걸었다.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거리는 한산하다. 커피숍에 들어가 적당히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중년의 갱년기에 코로나 블루까지 이유를 대자면 많겠지만 오늘은 그냥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새로 산 책을 꺼내 펼쳤지만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아픈 일 생긴 것도 아닌데 자꾸만 기분이 쳐지고.. 2021. 5. 24.
우린 권태기가 아니였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살이 있는 동안 얼른 다녀오자며 우산을 챙겨 나왔다. 서쪽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물먹는 하마를 몇 개 더 사둬야겠고,, 또 오늘 저녁메뉴는 뭐가 좋을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 역시 숲이 있으니까 공기가 다르지? ] [ 응 ] 짹짹거리는 새소리 사이로 깨달음이 말을 걸었다. [ 깨달음,,저녁은 뭐 먹고 싶어?] [ 오코노미야끼 ] [ 그래..알았어. 저기 다리 건너 마트에서 장 보고 갈까? ] [ 응, 알았어 ]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난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린 대화가 짧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닌데 아주 단조로워졌.. 2021. 5. 17.
지금 그대로, 있는 그대로... 초음파실 대기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어서 머릿속 생각들을 지우려고 애썼다. 일상처럼 매번 반복되는 병원에서의 진료와 검사에 진저리가 쳐졌다. 이런 날은 내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로 남겼던 종합병원인 아내와 사는 깨달음이 불쌍하다는 한 줄의 댓글이 자꾸 떠오른다. 날 알면 얼마나 안다고 건방진 소릴하는가 싶다가도 종합병원이라는 표현을 들어야 할 정도로 내 몸이 상했나 싶어 손가락을 펴 아픈 곳이 어딘지 세어보았다. 특별히 나쁜 곳도, 고질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병원을 찾아올 때면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40대 중반에 시작된 갱년기가 오십견으로 먼저 나타나더니 호르몬 분비 변화로 여기저기 약간의 이상 증후를 보였지만 정밀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문제.. 2021. 4. 27.
여전히 착한 그녀를 만나다. 런치를 함께 하기로 했다. 햇수로 3년 만에 보는 그녀는 날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밝게 웃어주었다. 한국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는 민희(가명)은 오늘 식사를 위해 아침까지 굶고 왔다고 했다. 런치정식외에도 갈비 수프와 냉면까지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주문한 민희는 3년간 있었던 일들은 식사를 한 뒤에 얘기하자며 잠시 먹는 일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난 그녀가 먹기 편하게 고기를 구웠고 민희는 고기가 익어가는 순간을 눈여겨보면서 흰쌀밥에 나물과 상추겉절이를 모두 넣고 달달한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비빔밥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잘 구워진 고기를 올려 먹었다. 그동안 한국음식을 못 먹었던 한을 풀고 있는 듯이 행복해 하며 먹었다. [ 민희야, 천천히 먹어..] [ 양념들이 달긴 한데 오랜만에 먹어.. 2021. 4. 1.
모든 건 기브엔테이크였다 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꼭 같이 가겠다며 동행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서도 통화가 이어져서 난 먼저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향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서는 혈압을 재라길래 오늘은 검사결과를 듣는 날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혈압을 재란다. 진찰실 근처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통화를 하던 깨달음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다 한참만에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깨달음, 바쁘니까 가도 돼 ] [ 아니야, 전화로 다 해결했고 그쪽에서 서류보완을 좀 하라니까 그것만 맞춰주면 돼 ] [ 잘 처리된 거야? ] [ 응.. 2021. 3. 20.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내고 볶아놓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구워 아침을 차렸다. 이 날은 깨달음 생일이었다. 작년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지나쳐버려서 행여나 올 해도 잊어버릴까 봐 달력에 표시를 해두었다.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당신은 안 먹어? ] [ 응, 우유 마셨어. 생일파티는 주말에 해줄게 ] 깨달음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난 외출 준비를 했다. 눈썹을 그리며 예약시간까지 충분하지만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에 물혹 같은 게 만져진 건 3일 전이었다. 통증도 없는데 상당히 큰 혹이 왼쪽 편에 자리하고 있었고 침을 삼칠 때마다 따라 움직였다. 뭘까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걸 알았다. 그 자리에서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했.. 2021. 3. 9.
다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지난 주말 13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 후쿠시마현(福島)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도쿄까지 흔들렸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섰던 우린 흔들림이 심해지자 얼른 거실로 뛰어 나가 열대어 수조에 물들이 출렁거리다 밖으로 넘쳐나지 않은지 확인을 하고 생방송 뉴스를 20분 정도 지켜보았다. 동일본 지진 때처럼 상당히 큰 흔들림이어서인지 덜컥 겁이 나 얼른 생존배낭을 밖으로 빼놓고 둘이서 티브이를 집중해서 봤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관동지역 83만 가구에 대규모 정전이 되었고 신칸센과 고속철도 일부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여진이 다시 올 것을 염려해 해안가엔 접근을 하지 말고 물과 식료품, 핸드폰 충전기, 손전등을 미리 체크해서 준비해 두라고 모든 채널들이 긴급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 2021. 2. 23.
이젠 그만 하려한다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인지 커피숍은 한가로웠다. 점심을 먹지 못해, 일단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받아 들고 왔는데 입맛이 별로 없다. 깨달음은 지난주부터 직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해결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고,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만나주지 않겠다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전에 깨달음과 같이 움직이다 오후엔 내 일을 좀 보고 난 혼자 커피숍에 앉아 있다. 오늘은 책도 가지고 오질 않아 그냥 멍하니 식어가는 코코아를 바라 볼뿐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근처 책방이 있는지 검색을 하려다 그냥 관뒀다. 책도 들어올 것 같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친구가 보낸 메일이 약간 신경이 쓰인다. 내 쪽에서 연락을 두절했던 친구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 2021. 2. 1.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르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2021. 1. 26.
해외에서 한식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깨달음은 두 번으로 출근 횟수를 줄였지만 오늘은 거래처에서 미팅에 참석하길 원해 집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무겁다며 현관 앞에서 머뭇거렸다. 이젠 코로나 시대가 1년을 채웠다. 벌써 1년, 많은 것들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삼시세끼를 집에서 챙겨 먹어야 하는 상황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끼니를 아주 중요시하는 깨달음 덕분에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날마다 뭐가 좋을지 몰라 학교급식 메뉴판을 들여다볼 때도 있고 다른 이웃님들은 어떻게 세끼를 챙기시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끼니때가 되어 차리다 보면 늘 그것이 그것이고 반찬도 특별함이 없다. 여전히 아침은 누룽지와 구운 생선, 그리고 밑반찬들로 준비하는데 난 요즘 지.. 2021.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