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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208

일본은 죽어서도 이혼을 한다 지난주 미용실 원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그냥 해 봤다고 늦더위가 계속되는데잘 있냐는 안부 문자를 받았는데그건 머리 다듬을 때가 되지 않았냐는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계획대로라면 다음 달에 머리손질을할 예정이었는데 원장님에부름?에 따르기로 했다.[ 날이 너무 덥죠? 냉커피 한 잔 드실래요? ][ 아니요, 저 그냥 물 마실게요 ][ 여름인지 가을인지,,근데 다음 주부터는완전히 가을이 온다네요, 뉴스에서 ][ 네.. 저도 들었어요 ]머리가 많이 자랐다며 커트 준비를 하시는원장님에게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머리가 잘 자란다는 말이 진실이냐고물으려다 질문이 좀 유치한 것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벽걸이 티비이에선 새 총리 선거에출사표를 던진 9명에 대한 후보자를한 명씩 정치성향 분석을 하고 있었다.누가 될 것 .. 2024. 9. 19.
일본에서 요즘 유행하는 재해 물병 일본에서 태풍이나 지진이 났다는 소식이전해지면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이항상 안부를 묻는다.경험해 본 적이 없는 태풍이 온다고대비하고 조심하라는 경고가며칠간 계속됐지만우리 부부는 그냥 평소처럼 지냈다.비상식량을 사 두거나, 휴지나 일상용품을준비해 두라며 뉴스에서는 비상시 일주일을지내기 위해 필요한 용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우린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늘 준비해 둔상태여서인지 차분하게 태풍이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 태풍 완전 무섭던데 잘 지나갔어? ][ 응,,,비가 좀 심하게 오긴 왔는데그냥 무탈하게 지나갔어 ][ 지진도 잦다며? 곧 큰 지진 온다고한국에서도 몇 번 방송하더라,,][ 응,,뭐,,그러러니 해..][ 아이고,진짜 걱정이다..][ 아니야,,뭐 25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젠익숙해.. 지진이.. 2024. 9. 4.
일본 온천에서 꼭 지켜야 할 것 약 10일간의 긴 연휴 마지막 날깨달은 오전 중에 회사에 일이 있어 나갔고 나는 혼자 교회를 마치고지인분을 만났다. 자폐가 있는 자신의 딸을 내가 예뻐하는 게늘 고마웠다며 식사를 한 번 하자고 예전부터그랬는데 그래요라고 말만 하고슬슬 자리를 피했는데더 이상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宮根(미야네)상, 차만 마시기로 했잖아요 ][ 아니야, 그냥 밥도 먹어,, 내가 밥 한 끼사고 싶다고 했잖아,, 따라와 ]이렇게 무리하게 날 끄집고 갈 것 같아서지금껏 잘 피해왔는데 오늘은 꼼짝없이식사까지 하게 되었다.런치를 주문해 먹으며 교회 얘기를 잠깐 했다.그리고 따님 얘기도,, 자신보다 믿음이좋아 성경말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유튜브로 듣는다면서  오늘은아빠랑 같이  온천에 갔는데 이번 연휴 때거의 이틀에 한 번씩 온천.. 2024. 8. 19.
일본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약 15년간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자기 사무실을 차린다고인테리어에 필요한 조언을 얻고 사무실 조명을골라달라고 했던 후배가 갑자기 연락이 없었다.사무실에 가구들이 들어오고 구색이 맞춰지면 오픈 파티를 하자고 라인을 보냈는데흔히 말하는 읽씹을 한지  16일이 흐른 어제 저녁 라인이 왔다.  [ 콜록 콜록, 콜록, 언니...][ 기침한다며,그냥 문자 해, 통화하지 말고 ][ 콜록, 콜록, 콜록,,죽겠어,,콜록, 콜록,콜록,, 약을 먹어도 안 들어,,][ 진짜,, 너무 심하네.... 얼른 끊어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했지만 결과는그냥 감기라는 말을 들었단다.기침이 심해 목이며 폐며 죄다 검사를 했지만전혀 이상 없이 건강하다는 소릴 들었을 때욕이 나올 뻔했단다.약을 벌써 2주째 먹고 있는데.. 2024. 7. 27.
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 2023. 11. 24.
하네다공항에서 즐기는 천연온천 올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에 호텔과 상업시설로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도착로비와 직결되어 있어 이동이 편하고 호텔뿐만 아니라 각종 쇼핑몰과 레스토랑, 대형홀,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오픈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검사와 시찰을 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았다.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이 호텔이 2년이나 늦게 오픈을 하게 된 아픈 사연이 있지만 여행규제가 풀리기 시작해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깨달음 거래처에서 이 호텔 얘기가 나왔고 오늘은 호텔을 이용하는 시박이 아닌, 후지산을 바라보며 천연 노천탕을 즐긴다는 스파를 가보는 일이었다. [ 깨달음,스파 갔다가 또 리포트 작성해야 돼? ] [ 아니. 오늘 당신은 .. 2023. 11. 4.
부모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난 이곳은 매일 습한 공기와 텁텁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 탓에 입맛이 없어진 건 나뿐만이 아닌 깨달음도 마찬가지었다. 개운한 게 먹고 싶어 찾은 일식집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까지 관광지로 둘러본다고들 하던데 우린 그들을 보며 젊음이 좋긴 좋다는 말을 했다. 가게 내부를 휙 한번 둘러보던 깨달음이 부모님이랑 같이 관광 온 사람은 한 팀도 없다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부터 깨달음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카네(赤根)상이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게 됐는데 그만큼 일을 잘하는 친구를 못 구해서 일이 밀리고 있는 상태란다. 20년 전부터 깨달음 회사 일을 해왔던 아카네 상은 누구보다 3D도면을 잘 치고 일 .. 2023. 6. 28.
지금 일본은 날마다 축제가 열린다 시나가와진자 마쯔리가(品川神社祭り) 이번주에 있을 거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길거리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와 신문과 함께 들어오는 지역 정보지에도 4년 만에 열리는 시나가와 마쯔리를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난 깨달음과 마쯔리 투어를 할 만큼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관심이 사라졌었다. 볼 만큼 봤고 즐길 만큼 즐겼다면 건방진 표현이지만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람들이 밀집하고 몰려있는 곳에 섞이는 게 불편했다. 축제에 만끽하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게 젊었을 때는 텐션이 올라가고 분위기에 휩쓸려 좋았는데 이젠 늙었는지 사람들과 부딪히고 부비는 게 싫어서 자연스레 피하게 되었고 특히나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하나미(花見 벚꽃구경) 하나비(花火 불꽃놀이) 3대 마.. 2023. 6. 5.
궁금한 게 너무 많은 남편 5월 6일, 쯔키지( 築地)수산시장에서 열리는 봄축제 마지막날이었다. 내가 일본으로 돌아온 날부터 이미 황금연휴가 시작되어 있었지만 우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편히 쉬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축제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나갔다. 이 날은 외국인, 내국인들이 넘쳐날 게 분명해서 오픈시간보다 10분 빨리 도착할 수 있게 전철을 탔다. 주변 도로엔 외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전 세계의 관광객이 쯔키지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린 구입할 것들을 미리 체크해 둔 덕분에 헛걸음하지 않고, 사람들이 줄 서기 전에 모든 걸 구입할 수 있었다. 살만한 것들을 모두 사고 한 바퀴 돌아왔더니 그 사이, 다코센베(たこせんべい) 집 앞엔 길다린 줄이 생겼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 2023. 5. 8.
일본 초밥집 침 테러 이후, 이렇게 변했다 요즘, 일본은 각종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몇몇 손님들의 위생테러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월 초, 회전 초밥집에서 다른 손님이 주문한 초밥을 멋대로 먹어버리는 영상이 SNS에 확산되면서 날마다 새로운 테러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컨베이어 레일 위에 초밥에 와사비를 몰래 가득 올리기도 하고 어느 여고생은 테이블이 있는 소스를 섞어 놓기도 하고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영상은 남고생이 대형 회전초밥집 스시로(スシロー)에서 레일 위를 지나는 초밥에 자신의 침을 손가락으로 묻히고, 또 식탁 위에 놓인 간장병 입구를 핥는 영상이었다. 더 경악할 일은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게 놓아둔 컵을 입에 대고 침을 빙 둘러 바른 후 다시 올려놓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일본인들조차도 더 이상 회전초밥집.. 2023. 2. 20.
일본인이 끊임없이 저축을 하는 이유 거실 노트북 위에 6만엔이 놓여있었다. 2만5천엔은 여행경비로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돈인데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물었다. [ 이거 뭐야? ] [ 지난번에 외식할 때 당신이 너무 많이 부담한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 [ 아니야, 내가 사고 싶어서 낸 거야 ] [ 알아, 그래도 그냥 받아둬 ] 지난달 외식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퇴근시간이 얼추 비슷하거나 외출 장소가 가까우면 번개팅처럼 그냥 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매번 깨달음이 계산을 했고 지난달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내가 지불한 건데 왜 돈을 돌려주는 건지,, 곧 다가 올 발렌타인데이에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해서 약간 신경 쓰였는데 받아야 할지 괜스레 복잡해졌다. 점심시간에 깨.. 2023. 2. 8.
요즘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이상한 한글 깨달음이 한글을 배운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에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 제2 외국어를 60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배워나가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스스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 외운 단어가 하루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반복학습을 하고 있어도 기억력감퇴인지 노화현상인지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올 목표는 초급을 떼고 중급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깨달음에게 변한 게 있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글표기가 된 것들을 모조리 읽으려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읽어보다가 뜻을 모르겠거나 읽기가 어렵거나 발음이 힘든 단어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와서 내게 무슨 뜻인지 묻곤 하다. 맞춤법이 맞은지 안 맞는지.. 2023. 1. 18.
일본의 신정 연휴는 대략 이렇다 2022년 마지막날, 우리 대청소를 마치고 찜질방을 다녀와 소바집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소바를 먹었다. 오미소카(大晦日 그 해 마지막날)에 이처럼 소바를 먹는 풍습은 애도시대 때부터였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나빴던 기운들을 다 끊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먹는다. 소바자체가 다른 면에 비해 끈기가 없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동으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소바집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세치( お節신정에 먹는 음식)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 될 거 같다며 깨달음이 자기가 먹을 1인용 세트를 사서 찬합에 썰어서 넣었다. 나는 그동안 나물과 전을 지지고 야채조림, 해물찜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았다. 1월 1일, 아침, 갈비와 잡채를 만.. 2023. 1. 2.
남편이 점점 건방져진 이유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나도록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다른 부부들은 간편식으로 빵이나 미숫가루,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용한다는데 우린 꼭 밥을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 매주 월요일, 깨달음이 단식을 하는 날에 나는 일주일간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먹는다. 반찬들은 거의 여느 한국 가정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들로 만드는데 다행히도 깨달음은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묵볶음, 쥐포 조림, 김무침, 청란 젓, 명란젓, 꽈리고추볶음, 미역줄기, 콩나물, 무나물, 호두조림, 호박 조림, 미역무침, 우엉볶음, 오징어채, 파김치, 오이무침, 열무김치, 깻잎, 알타리김치 등등 각종 젓갈도 자주 식탁에 올라온다. 주말이면 조금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깨달음이 먹고 .. 2022. 12. 9.
겨울이 더 매력적인 홋카이도 리조트 다음날 아침, 디자인센터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가 토마무(トマム)에 도착했을 때, 호텔 로비에 거래처 직원분이 룸키를 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캐리어를 들고 룸으로 깨달음은 그 직원분과 함께 미팅을 위해 떠났다. 투숙객 전용 북카페에서 기다리겠냐고 깨달음이 그랬지만 난 먼저 방에 올라왔다. 창을 통해 보인 바깥을 둘러보는데 아까 직원이 겨울에 오면 이 리조트에 매력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거라는 말이 이해됐다. 온통 하얗게 설경으로 뒤덮힌다는 이곳이 스키어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홋카이도가 스키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눈이 파우더처럼 부드러워서라고 한다 토마무는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34개 시설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숙박시설이 두 개로 .. 202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