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이 주는 자괴감
점원이 내가 들어가자 바로 우리가늘 앉는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저, 오늘 혼자니까 카운터로 앉을게요 ][ 아,,그러세요, 그럼 여기로 ][ 남편은 오늘 송년회가 있어서..]늘 깨달음과 함께 왔던 소바집인데혼자 온 게 처음이고 왠지 어색해서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인 이유를 말했다.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적당히 꼬치요리를 주문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좀 살펴보고카톡, 인스타까지 훑어보다 다시카톡으로 그리고 어제 저녁 친구와 나눈긴 메시지들을 꼼꼼히 다시 읽고오전 중에 통화했던 내용들도 다시 떠올렸다.[ 케이야, 너 감기 걸렸어? ][ 아니..][ 근데, 왜 코목소리 나? ][ 지난달에 코로나 걸렸는데 후유증인가 봐.후각마비는 거의 풀렸는데 코 맹맹한소리가 계속 나,,][ 어머, 그랬구나, 나도 코로나 걸..
2024. 12. 16.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매년 11월 말이면 자영업자는 물론일반인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하나인도리노이치(酉の市)를 찾았다.출근을 한 깨달음은 작년에 산 쿠마데(熊手)를약속시간에 맞춰 가지고 오기로 했다. 신주쿠 (新宿)에 있는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주변부터 포장마차가 즐비했다.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뒤편으로 돌아갔는데참배를 올리는 바로 옆 자리에서작년에 구입한 구마테를처분하기 위해 창고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쿠마데(熊手)는 갈쿠리가 곰발바닥 모양으로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갈쿠리로돈을 긁어 모은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이 갈쿠리는 벼, 매화, 거북이,엽전, 금덩이, 잉어, 쌀가마, 송학 등으로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사업번창, 장수, 금전운,명예, 교통안전,가내평안 등,,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들을 담아 마음에 드는 구마테..
2024. 12. 1.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 추석 때 못 오지? ][ 응,, 엄마,,][ 그래.. 지난번에 봤응께,,괜찮다,내가 오키나와 갔다 왔다고 한께 사람들이그 좋은 데를 갔냐고 다들 부러워하더라,4월에 갔응께 벌써 5개월이나 지났는디꼭 지난달에 다녀온 것 같치아직도 오키나와가 눈에 선허다.음식도 맛나고 좋드만,,][ 엄마,, 겨울에 도쿄 한 번 놀러 오세요막네랑 같이 ][ 아니여, 인자 못 가,, 늙어서 힘도 없고가믄 좋은디..데리고 간 사람 피곤하게해서 인자 어디 못 돌아다니것드라 ][ 도쿄는 가깝고 무리 안 하셔도 되니까한 번 오셔, 맛집만 다니면서맛있는 거 먹고 가시면 좋잖아 ][ 말이라도 고맙다..근디 인자 여행 가고 그런 것이 점점 힘들드라 ] 지난 4월 엄마를 모시고 네 자매가오키나와에 모였다. 국내 여행은 방방곡곡 언니들, ..
2024. 9. 11.
어른들도 넘어지고 아프며 성장한다
연휴4일째, 깨달음은 거실에서 한일 톱텐쇼를보며 느긋한 아침을 먹었다.나는 세탁기가 돌고 있는 동안책장에서 불필요한 책들을 꺼냈다.10일간의 긴 연휴가 주어졌지만 우린 8월 말에여행 스케쥴이 잡혀 있어 이 기간은그냥 아무런 계획없이 집에서뒹굴뒹굴 거리기로 했다.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역시,, 우린 각자가좋아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책을 묶고 먼지를 털고 있을 때깨달음이 노크를 했다. [ 왜? ][ 당신은 영화 안 볼 거지? ][ 응,더워서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아 ][ 그럼,,나 영화 보러 간다 ][ 그래, 갔다 와 ][ 저녁은? ][ 같이 먹을 수 있으면 먹고, 아니면각자 먹으면 되지 ][ 당신은 집에만 있을 거야?][아니, 잠깐 나갔다 올 거야, 아쿠아센터에 ][ 그래. 그럼, 나 갔다 올..
2024. 8. 15.
그녀가 또 결혼을 했다.
[ 언니, 그 애 인스타 봤어? ]핸드폰에서 들리는 미라(가명)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누구 말하는 거야? ][ 2년 전에 가와무라 상이랑 이혼 한 수경이,신주쿠에서 커피숍 한다는 애, 나랑 동갑이고,,][ 아,,,그 수경이(가명)?.. 근데 왜? ][ 이번에 또 결혼한 거 있지? 그것도일본인이랑 또,, 다음주에 식도 올린다네..이번에는 한국에서 하나 봐,첫 결혼은 일본에서 했잖아, 식구들 불러서 ][ 아,,그랬다고 했지....][ 이혼한 지 2년도 아직 안 됐는데.... 언제 또 사궜는지,, 참. 대단해... ][ 재혼, 삼혼, 사혼도 하는 사람들 많잖아,,]미라와 이런 통화를 한 건 2주일 전이었다.그리고 또 전화가 왔다. 사무실이 이사해서 정신없이 바쁘다고그러더니 짐정리가 끝나고 ..
2024.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