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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135

예전의 한국을 그리워하는 남편 샤워하는 소리가 평소보다 30분 늦은 걸 보니 오늘은 깨달음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긴급사태가 서너 달에 한 번씩 발령이 되면서 암묵의 룰처럼 우린 서로의 패턴을 읽게 되었다. 이런 날은 나도 느긋이 아침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를 한다. 다른 날은 깨달음이 먼저 식사하지만 오늘은 겸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외출을 했고 깨달음은 집 안에 있는 동안 뭘 했는지 알지 못한다. 집을 나서기 전, 점심은 뭘 먹을 거냐고 했더니 지난번 코리아타운에서 사 온 버터와플 먹으면서 영화를 볼 거라 했다. [ 과일 챙겨놓은 것도 먹어 ] [ 알았어 ] 내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무렵,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지 얘기를 나누다 깨달음이 조카 결혼식은 잘 치렀는지 물었다. [ 응, 잘 끝.. 2021. 9. 17.
너무 솔직했던 후배와의 통화 [ 누나, 뭐 해? 요즘? ] [ 응, 뭐 똑같지.. 아 지난주부터 패럴림픽 보란티어 지금 하고 있어 ] [ 기어코하네,,하여튼 그 고집 누가 말려..] 대학원 후배인 민우가 언제나처럼 불쑥 전화를 해왔다. [ 넌 잊을만 하면 꼭 전화하더라 ] [ 응, 일본 뉴스가 많이 나올 때마다 누나 생각나서..] 버릇처럼 우린 서로의 일상들을 묻고 대답했다. 민우는 여행을 자유롭게 못 떠나 몸이 근질거리고 하는 일도 많이 줄어서 모두 접어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 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리고 최근에 썸 타고 있는 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썸을 탄다는 뜻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터라 썸이라 말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고 했더니 민우는 설레고 있는 상태와 긴가민가하면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몇 가지 예를 들어.. 2021. 8. 30.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병상일기- 2 이젠 괜찮아 장마의 끝자락에 있는 이곳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택시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다가 굵은 빗소리와 후덥지근함에 새벽녘에 눈을 떴던 홍콩의 어느 호텔방이 떠올랐다. 17층까지 흙냄새가 올라오고 습한 공기들이 방 안 가득했던 어느 여름날,, 핸드폰 액정에 온도 24도, 습도는 83%라 떠 있다. 정각 9시,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또 30분을 기다렸다. 이른 시간에도 환자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대기자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골절부분이 뒤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를 찍었다. 지난 일주일간 다리에 무리해 힘을 줬거나 잘못 움직여 부러진 뼈의 위치가 바뀔 수 있는데 그것들을 다시 확인해야 해서 찍는 거라 한다. 별 문제가 없으면 지난주에 발 모양의 본을 뜬 고정깔판.. 2021. 7. 5.
가끔은 미치게 울어도 괜찮다 요즘 난 무슨 생각인지 블로그를 멀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별로 내 마음이 향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짬이 날 때면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장르만 골라 보고는 또 금세 시큰둥해진다. 블로그... 돌아보니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결혼을 하고 낯선? 부부생활을 털어놓으며 일기처럼 써내려가면서 다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다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티스토리로 뒤늦게 자리를 옮겼다가 두 번의 주소변경을 해야했다. 그러다 블로그 글들이 모인 책이 출간되고,,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을 채워가고 있다. 결혼, 해외생활, 가족, 친구, 지인들의 얘기를 풀어냈고 7년 전, 아빠를 떠나보내고 돌아와서 약 한 달간 쉬었고,, 그 외는 꾸준히 글을 올려왔던 것 같다. https://keij.. 2021. 6. 10.
일본 오디션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장면 황금연휴가 끝나는 날, 우린 각자의 방에서 여름 맞이 준비를 했다. 한 낮엔 26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를 보였다가 조석으로는 여전히 싸늘해지는 변덕스러운 온도차가 계속되면서 미뤘던 일이다. 능숙하게 겨울옷들을 접어 넣고 양복들을 바꿔놓은 다음, 침대의 이불 커버까지 손끝 야물게 해가는 깨달음. [ 깨달음, 당신이 나보다 훨씬 정리정돈을 참 잘하는 것 같아] [ 원래 A형들이 이런 걸 잘해, O형보다 ] [ 지금 O형 디스 하는 거야? ] [ 응,,ㅎㅎㅎㅎ] [......................................... ] 정리정돈은 잘해도, 여름용인지 봄용인지 속옷 구별을 못하는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반격했더니 남자들은 속옷에 그리 신경 안 쓰단다. 여름용 속옷을 집어놓고 있는 걸 멍.. 2021. 5. 8.
한국의 재래시장에만 있는 것 5월 8일, 어버이날, 그리고 일본의 어머니날(母の日)에 맞춰 깨달음과 함께 선물을 준비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좋아하는 과일젤리, 카스텔라와 앙코 빵, 민트 사탕을 똑같이 포장을 하고 약간의 용돈도 넣어 우체국에 들렀다. 시아버님과 떨어져 시설을 옮겨가신 어머님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시고 예전보다 활동량이 늘었다고 한다. 두 분을 정기적으로 진료하시는 담당의께서 서로의 안부를 알려드린다고 하셨다. 아버님은 여전히 2.3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시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없음을 알고 계시기에 이젠 언제나 올 수 있는지 묻지 않으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카톡이 왔다. 제주도에 언니와 서울에 있는 동생이 엄마를 보러 광주에서 잠시 모인 모양이었다. 오일장에 들러 장을 보.. 2021. 4. 23.
여러분 덕분에 살아갑니다 주 3회 출근이 일상화로 자리 잡아가고부터 우리 부부의 하루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시간들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서로의 출근이 달라도 개의치 않고 퇴근이 빠르거나 느려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상대의 페이스에 적당히 맞춰가며 생활하고 있다. 오늘은 둘 다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아침 일찍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 너무 무거운데 누가 보낸 거야? ] 깨달음이 물었지만 난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 병원에 다녀온 글을 올린 후 걱정의 메일과 방문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신 분이 꽤 계셨다. 괜찮을 거라고, 너무 걱정 말라고, 잘 이겨내실 거라 믿는다는 내용이었다. [ 누가 보내주신 거야? 블로그 이웃님이? ] [ 응,,,] [ 너무 많이 보내주셨네...] 갑상선에는 미역이 좋아서 넣었고 과자는 요.. 2021. 3. 17.
남편과 한국의 교양프로를 보다가 ,,, 코로나로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된 지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2월 7일이면 해제될 거라 했지만 지금 상태로는 2월 말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유튜브를 통해 한국 재래시장 투어를 하고 있다. 광주에 내려가면 필수코스처럼 항상 갔던 말바우시장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장날의 모습들을 보며 한국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 프로도 열심히 보고 있고 특히, 깨달음이 즐겨보는 음식, 요리 관련 프로는 과거 편까지 되돌려 가며 보고 있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 한국인의 밥상,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전국의 맛집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둘러 볼 수 있어 깨달음은 좋단다. 오늘도 밀린 저번 주 편부터 보고 있는데 출연자 둘이서 남은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는 .. 2021. 1. 29.
모두가 조금씩은 아프며 살아간다 참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근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후배의 목소리, 느릿한 말투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하지 전에 코로나 시대에 어찌 지내는지가 서로 궁금해 한참을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현황을 얘기했다. 올해 마흔 중반에 들어 든 그는 대학원 후배로 말 수가 없지만 항상 유머가 많았고 키도 크고 남성미가 가득하면서도 디자인적인 발상을 하는 것보다 일러스트를 훨씬 잘 그리는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 민우(가명)가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지난번처럼 일본 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전화했을까? ] [ 일본도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아서 문득 누나는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전화했지....] [ 또 있는 것 같은데...] [ 근데 누나,,.. 2021. 1. 14.
2021년, 새해에 남편과 나눈 대화 크리스마스날부터 오늘까지 9일간,,우린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지금까지는 그래도 잠깐씩 집 앞 마트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 신정 연휴동안은아예 한 번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깨달음과 24시간을 한 공간에 있게 되는데가끔은 답답함에 숨이 막힐 때가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9일간, 난 식사시간 외엔 거의 내 방에서 보낸 것 같다. 늘 그렇듯 깨달음은 거실에서 하루종일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 거실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오늘은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깨달음이미뤘던 베란다 청소하겠다며 나갔다.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해야하는 창닦기를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연휴 마지막 날에 시작한 것이다. 청소가 끝날 즈음에 맞춰 남은 오세치요리와 떡국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 2021. 1. 4.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못 들어준다 퇴근이 점점 빨리지는 깨달음이 오늘도나보다 일찍 들어 와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니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눈에들어왔고 깨달음은 나를 처다보지도 않은 채[ 어서 들어 와]라고 건성으로 말을 걸고는 트리 장식에 집중하고 있었다.교회를 다닌지 2년이 다 되어가는 깨달음이지만크리스마스는 예수사마의 생일날일뿐그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채 여느 일본인들이 그렇듯, 케익을 사서 온 가족이크리스마스를 축제의 날로 즐긴다 생각하고 있다.마치 발렌타인이나 할로인처럼... 옷을 갈아입고 다가가자 12월 1일날 했어야하는데좀 늦은 것 같다며 큰 루돌프 사슴을 두마리사서 폼나게 장식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조명이 워낙 긴 것이여서 몇 번을 둘러 감고서야장식이 끝났다. [ 거실 불 꺼 봐 ][ 조명 패턴.. 2020. 12. 11.
여러분들께 감사함을 나눕니다 오다큐 백화점에 가기 전에 주문을 못했던 몇 몇 분들에게 드릴오세이보 (お歳暮 -연말에 드리는 선물)를카다로그를 보며 결정했다. 매년 추석과 설에 두번씩 보내다 보니 중복되지 않고받는 분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되도록이면보내드리려 신경을 쓰는 편인데늘 고를 때마다 고심을 하게 된다.제일 무난한 선물은 센베이인데 의외로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늘 갈등이다. [ 카나마루 상은 햄세트가 나을까? ][ 응,,그렇게 해..][ 작년에도 보내드린 것 같은데..][ 괜찮아,,술 좋아하니까 안주로 먹겠지.. ][ 미후라 상은? ][ 음,사시미를 좋아하니까 해산물이 좋을 거야 ]막상 선물을 고르다보면 결국엔 항상 같은 걸 보내 드리는 것 같다.일단 모두 체크를 하고 집을 나섰다.백화점에 도착해 바로 주문서를 건네 주고10층.. 2020. 11. 23.
다시 살게 해 준 친구에게 올 해 손녀를 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지금껏 휴가를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던 친구가손녀를 보기 위해 3개월이라는 긴 휴가를 냈었다.이번 휴가동안 한국에서 날 만나게 되면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는데 코로나로 하늘 길이 묶인 탓에 가지 못하고, 이젠 그녀의 휴가도 끝이 나가고 있었다.[ 나,, 다음주면 다시 회사 복귀야 ][ 그래,,너 쉬는 동안 가고 싶었는데...]지금은 외국인에게 입국허가를 완화시켜서한국에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언제 한국 들어 올 예정이냐는 물음에막연히 내년쯤이라고만 대답을 했다. 어젯밤 꿈에서 날 봤다며 어릴적 모습 그대로오랜만에 중학생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떠들고놀았는데 갑자기 어른 되어서는 둘이서 쇼핑을 하다가 무슨 이유인.. 2020. 11. 5.
결코 부러운 삶이 아닙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난 병원을 찾았다.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하는데 오른쪽 팔뒤꿈치가 좀 가려운 것 같아서만져봤더니 말랑말랑 뭔가가 만져졌다.예약전화를 했더니 정기검진외의 외래환자는코로나때문에 지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해아침에 서둘러 갔는데 대기만 1시간이라고 했다.코로나가 시작되고서부터 불안한 마음에 난 병원을 찾지 않았다.정기검진도 내년으로 미뤄놓고 조심조심하며지내왔는데 뜻하지 않는 일로 오게 되었다.기다린지 10분정도 지났을 때 엑스레이를 찍었고그후 48분이 지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2중마스크에 페이스쉴드를 장착하신 선생님과 환자인 내 거리가 1미터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로 대화를 하는 상황이 코미디 같아서 피식 웃음이 세어나왔다.[ 엑스레이상은 .. 2020.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