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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83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 4년전, 부동산에 내놓았던 시댁 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신 후, 매입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팔리게 되었다. 다음 주에 매매계약을 하고 10월 30일엔 집을 철거 할 거라 했다. 서방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볼 생각으로 스케줄을 조절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급사태도 해제되고 했으니 시부모님과의 면허가 허락될 거라 믿고 미리 전화를 드렸던 어제,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 측에서 어머님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오셔서 얼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신칸센은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했다. [ 깨달음,, 지난번 집 때문에 서방님이랑 통화할 때 어머님 얘기했었어? ] [ 아니.. .. 2021. 10. 12.
일본의 위드 코로나 시대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이곳은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되었고 위드 코로나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예전처럼 일상이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 (With Corona)시대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근 2년 가까이 가지 못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007 영화는 꼭 스크린을 통해서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집을 나섰다. 음료와 팝콘을 사려는 깨달음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참자고 말렸다. 지정석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오랜만에 와서인지 기분이 색다르다고 했다. 우리 앞 줄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는 맥주캔을 가방에서 꺼내더니 조심히 티슈로 캔을 감싸며 상표가 보이지 않게 붙이고는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상영시간 2시간이 넘은 영화였지만 지루하지 않고 잘 .. 2021. 10. 4.
특별하지 않아도 좋은 생일날 추분인 오늘은 이곳도 휴일이었다. 아침에 난 수초 정리를 하며 어미와 치어들을 분리시켰다. 나중에서야 거실로 나온 깨달음이 자기도 뭔가 하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다고하는데 뒤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깨달음,,나 혼자 해도 돼 ] [ 알아,,근데 뭐 할 게 있나 해서 ] 소파에서 수조의 물이 정화되길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옆에 앉더니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고 있냐고 물었다. [ 추분이잖아,,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밤이 점점 길어질 것이고 ] [ 그거 말고 ] [ 뭐? ] [ 오늘 당신 생일 아니야? ] [ 아,,음력으로 하면 10월 28일이던데..] [ 난,,오늘이라 생각하고 예약도 했는데..] [ 아,,그래,,그럼 오늘 하지 뭐..] 음력과 양력을 매년 말해줘도 헷갈려하니 그냥.. 2021. 9. 24.
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의미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도 좋으니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 느닷없이 웬 바람쐬러야? ] [ 바다 보고 싶다면서, 가자, 옷 입어 ]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난 외출 준비를 하고 깨달음은 신칸센을 예약했다. 목적지는 도쿄와 가까운 아타미(熱海)로 결정하고 잠깐 가서 맛있는 점심 먹으며 바다 냄새 맡고 오자는 것이였다. 빨래는 둘이서 대충 널어두고 집을 나서는데 깨달음이 콧노래를 불렀다. [ 깨달음,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 그렇지, 당신 다리 다치면서 못 움직였으니까 3개월 이상 됐지. 외출한 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밌다 ] [ 맞아 ] 아타미(熱海)는 온천지로 도쿄와 가까워 한국의 가족, 친구들도 찾았던 곳이며 깨달음이 설계한 호텔이 몇 군데 있어 더 친.. 2021. 9. 9.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남편이 먹고 싶어 나열한 음식들 아직 완치되지 않은 다리를 하고 움직일 생각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직접 가야만 했고 미룰 수 없었다. 습관처럼 택시를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데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거리는 밀리는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4일간 연휴의 마지막인 이곳은 올림픽까지 겹쳐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델타 변이가 점점 퍼져가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매일 새로운 감염자가 늘어나도 이젠 그러러니 각자 제 삶을 즐기며 무뎌져가고 있다. 내가 일을 보는 사이 깨달음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고 난 미팅을 끝내고 오다큐(小田急)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9월 초에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할 확률이 높아진 우린 축의금 외에 뭔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신혼에 딱 맞는 아기자기한 식기류를 사려고 둘러보다 아직 .. 2021. 7. 26.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깨달음이 자기 보라며 2년 전까지 와이셔츠 버튼이 터질 것 같아서 못 입었던 걸 입게 되었다고 가벼워진 자기 몸을 꿀렁거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춤을 췄다. [ 알았어. 얼른 출근해 ] [ 나,,미팅 끝나고 2시간 후에 들어올 건데 오래간만에 짜장면 먹을까? ] [ 별로...] [ 별로라는 말은 긍정으로 생각하고 짜장면 먹으러 간다~~~~ ] [ ................................... ] 자기 말만 하고 집을 나서는 깨달음. 인간이 저렇게 매일 긍정적일 수 있는 건 타고난 성격이고 어쩌면 시어머님이 임신 중에 태교를 엄청 잘하셨을 것이라 추측된다. 다음 달에 시부모님을 뵈러 갈 생각인데 그때는 잊지 않고 물어볼 생각이다. 세탁기 돌려놓고 난 바로 거실에 매트를 깔.. 2021. 6. 19.
가끔은 미치게 울어도 괜찮다 요즘 난 무슨 생각인지 블로그를 멀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별로 내 마음이 향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짬이 날 때면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장르만 골라 보고는 또 금세 시큰둥해진다. 블로그... 돌아보니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결혼을 하고 낯선? 부부생활을 털어놓으며 일기처럼 써내려가면서 다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다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티스토리로 뒤늦게 자리를 옮겼다가 두 번의 주소변경을 해야했다. 그러다 블로그 글들이 모인 책이 출간되고,,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을 채워가고 있다. 결혼, 해외생활, 가족, 친구, 지인들의 얘기를 풀어냈고 7년 전, 아빠를 떠나보내고 돌아와서 약 한 달간 쉬었고,, 그 외는 꾸준히 글을 올려왔던 것 같다. https://keij.. 2021. 6. 10.
우린 권태기가 아니였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햇살이 있는 동안 얼른 다녀오자며 우산을 챙겨 나왔다. 서쪽하늘엔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물먹는 하마를 몇 개 더 사둬야겠고,, 또 오늘 저녁메뉴는 뭐가 좋을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 역시 숲이 있으니까 공기가 다르지? ] [ 응 ] 짹짹거리는 새소리 사이로 깨달음이 말을 걸었다. [ 깨달음,,저녁은 뭐 먹고 싶어?] [ 오코노미야끼 ] [ 그래..알았어. 저기 다리 건너 마트에서 장 보고 갈까? ] [ 응, 알았어 ] 대화는 늘 이렇게 끝난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린 대화가 짧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닌데 아주 단조로워졌.. 2021. 5. 17.
일본은 조금도 변한 게 없었다 늦은 밤,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감염자가 줄지 않은 상태인데 매일 출근을 하며 철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그녀가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데모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보란티어를 정말 할 것인지, 걱정이 가득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회사를 나왔다며 힘없는 목소리였다. [ 일..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 [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맨날 나만 찾는 것도 있고...] [ 또 과로로 병원 실려가면 어쩔래? ] [ 그래서...잠은 5시간 이상 자려고 하고 있어..] https://keijapan.tistory.com/1463 여전히 착한 그녀를 만나다. 런치를 함께 하기로 했다. 햇수로 3년 만에 보는 그녀는 날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밝게 웃어주었다. 한국음.. 2021. 5. 14.
남편은 내일도 열심히 뛸 것이다 산책을 나왔다. 주말이면 매번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날이 좋았다. 집 주변을 돌다 새로운 상가에 멈춰 괜스레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목적지도 없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게 서로가 상념에 젖어 말없이 걷다가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뭘 봐도 흥미롭지 않고, 그냥 무작정 걷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깨달음은 팔을 휘저으며 걷기운동이 왜 우리 몸에 좋은지 몇 마디 하고는 또 열심히 걸었다. 만보기가 7 천보를 막 넘었을 때쯤 눈 앞에 전철역이 보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탔다. 우리 둘 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꽤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무계획인 날엔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런.. 2021. 4. 20.
김치를 일본인들은 이렇게 먹는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깨달음은 중요한? 서류를 내 노트북에 올려놓았다. 작년에 우린 세무사에게 재산정리?를 부탁했다. 재산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쓸 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노후 계획들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세우게 되면서 정리해야 할 것들을 모아 세무사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상품권과 함께 서류를 보내주신 모리 상, 서툰 한글로 일처리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기시기도 하고,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나름 나도 감사를 표했는데 이번에는 뭘 할까 고민이 되었다. [ 모리 상, 지난번에 당신이 보낸 김치 맛있다고 했으니까 김치 보내면 좋아할 걸? ] [ 맨날 김치만 보내는 거 같아서....] [ 내가 말 안 했나? 작년에 같이 살던 누님이 돌아가신 .. 2021. 4. 5.
한국 드라마가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 집 근처로 꽃구경을 나왔다. 벚꽃이 만개하고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며 감염자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걱정을 안 할 수 없어 올 해도 그냥 꽃구경은 내년으로 넘길 생각이었는데 집 앞 공원이라도 다녀오자는 깨달음 제안에 흔쾌히 따라 나섰다. 흐드러진 벚꽃 틈 사이로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진다. 이번 주말이면 꽃들이 질 것 같다며 조심스레 꽃망울을 만져보던 깨달음이 갑자기 흔들어 보고 싶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많다며 바로 포기했다. 그것도 잠시, 사람들 발길이 뜸해지자 떨어지는 꽃잎을 잡고 싶다며 다시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어오르기를 몇 번했다. [ 깨달음, 그만해,, 사람들이 쳐다봐 ] [ 정말 따는 건 아니야,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거야, 그냥 갑자기 도깨비 생각이 나서 해 봤어 ] 지난.. 2021. 3. 29.
요즘 일본 식당에 붙어 있는 포스터 코로나 감염자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발령되었던 긴급사태 선언이 끝났다. 지금 이상태로 해제하는 건 빠르다는 의견이 49%를 차지했지만 더 이상 연장을 해도 느슨해져버린 시민들의 의식이 되돌아 올 수 없고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기에 해제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올림픽을 치르기 전인 5월에 다시 한번 긴급사태 선언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감염자 수가 증가할 거라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벚꽃이 만개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꽃구경을 하러 평일에도 밤낮으로 벚꽃 명소를 찾고 있다. 공원이나 명당자리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비원을 늘리고 테이프로 진입을 막아두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출입금지 구역까지 들어가 술을 마시며 벚꽃을 즐기고 있다. 마스크는 물론 쓰지 않고, 큰 소리로.. 2021. 3. 23.
모든 건 기브엔테이크였다 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꼭 같이 가겠다며 동행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서도 통화가 이어져서 난 먼저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향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서는 혈압을 재라길래 오늘은 검사결과를 듣는 날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혈압을 재란다. 진찰실 근처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통화를 하던 깨달음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다 한참만에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깨달음, 바쁘니까 가도 돼 ] [ 아니야, 전화로 다 해결했고 그쪽에서 서류보완을 좀 하라니까 그것만 맞춰주면 돼 ] [ 잘 처리된 거야? ] [ 응.. 2021.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