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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90

귀찮아도 먹는 건 즐겁다 2021 마지막 날,, 우린 쯔끼지(築地) 시장에 다녀왔다. 싱싱한 야채, 생선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말분위기를 느끼려 심심해서 나왔는데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좋은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들을 사기로 하고 골목골목을 다니는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조림전문집에서 다시마조림을 살까했는데 신정에 필요한 조림반찬들만 즐비할 뿐, 평소 때 팔던 조림들은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까지 겹쳐 어딜 가나 기다리는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깨달음은 그 틈을 비집고 내 뒤를 졸졸졸 잘 따라왔다. 사람들이 많아 물건들을 제대로 보기 힘든 정도였지만 깨달음은 행여나 꼬막을 못 보고 놓칠까봐 생선가게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유심히 관찰했다. 돌고 돌아 마지막에 들른 생선가.. 2022. 1. 3.
여러분 덕분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깨달음은 기어코 소수의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종무식을 강행했다. 난 예고한대로 참석하지 않았고 3시가 넘어서 약속장소인 아사쿠사(浅草)로 향했다. 어제부터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은 도쿄를 빠져나갔고 신정연휴를 맞아 도쿄로 관광을 온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센소지엔 언제나처럼 기모노를 차려입은 젊은 커플들이 많았다. 올 해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은 각자가 믿는 신들에게 한 해의 마감을 고하기도 하고 새해의 소망을 빌기도 하면서 센소지 浅草寺본당 앞에 상향로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라오는 선향의 연기를 자신들의 몸 쪽으로 끼얹었다. 400년 전, 중국에서 전해지는 향로는 참배객의 신체를 정화하기 위해 사용된 불사에 쓰는 도구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향로의 연기를 아픈 부위에 끼얹으면 상태가 좋아지거.. 2021. 12. 30.
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가 짠해 죽겠다.. 보내 줄 수도 없고,,] 블로그에 병원 간 얘길 올리면 어김없이 가족, 지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 뭐 좀 보내줄까? ] [ 아니야,,여기도 다 있어 ] [ 근데..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데... 말 좀 해 봐,,한국에 올 수도 없고,,] 친구는 끈질지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뭘 먹고 다니는지 청국장이든 뭐든 어떻게든 보내볼 테니 뭐든지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난 매일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아닌데 벌써 일주일째.. 2021. 12. 24.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 2021. 12. 21.
자기 인기에 취해 사는 남편 깨달음 겨울용 양복을 맞췄다. 크리스마스 선물 겸 깨달음이 현역 생활을 하는데 마지막 양복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가장 좋은 원단으로 골랐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이 너무 비싸다고 망설이길래 마지막까지 멋진 양복 입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고했더니 그런 뜻이였냐면서 순순히 수치를 쟀다. 재단사분이 작년 여름에도 한 벌 맞추지 않았냐며 허리둘레가 1센티 줄였다고 하자 허리는 다이어트하느라 줄은 것이고 재난지원금 나왔을 때 여름용으로 한 벌 맞췄는데 이젠 양복 맞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기 취향에 맞는 버튼과 안감까지 고르고 수납장이 배달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바로 백화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릇 욕심이 많은 것도 있고 파티용 그릇들을 세트로 사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해 새로 주.. 2021. 12. 10.
일본인들이 송년회를 싫어하는 이유 이곳은 어제 근로감사의 날로 휴일이었다. 바쁜 깨달음은 아침 일찍 회사를 갔고 난 관상용새우들이 너무 번식을 많이 해서 수조에 넘쳐나길래 치비 몇 마리만 남겨두고 모두 잡아 아쿠아센터를 다녀왔다. 점장님은 언제나 내가 가져오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신기해한다. 이렇게 번식을 잘 시키는? 일반인은 드물다며 뭘 키워도 잘 된다고 칭찬을 하신다. [ 지금 몰리(열대어 종류)도 새끼 12마리나 낳았어요. 키워서 또 가져올게요 ] [ 정말 대단하시네 ] [ 그래도 해수는 실패했잖아요,,,] [ 해수가 은근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시 하시면 잘하실 것 같은데요..] [ 그냥,, 지금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깨달음이 일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서 만났다. [ 오늘 일은 끝.. 2021. 11. 25.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일본인들의 생각 오랜만에 자주 애용했던 중화요릿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입구에서부터 손님들이 기다리는 걸 보니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일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 감염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지금껏 발길을 끓었던 레스토랑을 하나씩 다시 찾으려 오늘 온 것인데 역시나 맛집은 사람들이 많다. 쇼코슈(紹興酒)를 주문하고 월 12월부터 실시한다는 부스터 샷에 관한 얘길 했다. [ 깨달음, 당신도 맞을 거지? ] [ 응, 당연하지, 당신은? ] [ 나도 맞을 생각이야 ] 내년이면 한국을 포함, 조금씩 해외여행도 자유로워질 거라며 그렇게 되면 예전의 생활로 서서히 되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서는 한국 마스크를 .. 2021. 11. 8.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 4년전, 부동산에 내놓았던 시댁 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신 후, 매입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팔리게 되었다. 다음 주에 매매계약을 하고 10월 30일엔 집을 철거 할 거라 했다. 서방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볼 생각으로 스케줄을 조절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급사태도 해제되고 했으니 시부모님과의 면허가 허락될 거라 믿고 미리 전화를 드렸던 어제,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 측에서 어머님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오셔서 얼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신칸센은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했다. [ 깨달음,, 지난번 집 때문에 서방님이랑 통화할 때 어머님 얘기했었어? ] [ 아니.. .. 2021. 10. 12.
일본의 위드 코로나 시대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이곳은 긴급사태가 전면 해제되었고 위드 코로나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예전처럼 일상이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 (With Corona)시대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근 2년 가까이 가지 못했던 영화관을 찾았다. 007 영화는 꼭 스크린을 통해서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집을 나섰다. 음료와 팝콘을 사려는 깨달음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참자고 말렸다. 지정석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깨달음이 오랜만에 와서인지 기분이 색다르다고 했다. 우리 앞 줄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는 맥주캔을 가방에서 꺼내더니 조심히 티슈로 캔을 감싸며 상표가 보이지 않게 붙이고는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상영시간 2시간이 넘은 영화였지만 지루하지 않고 잘 .. 2021. 10. 4.
특별하지 않아도 좋은 생일날 추분인 오늘은 이곳도 휴일이었다. 아침에 난 수초 정리를 하며 어미와 치어들을 분리시켰다. 나중에서야 거실로 나온 깨달음이 자기도 뭔가 하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다고하는데 뒤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깨달음,,나 혼자 해도 돼 ] [ 알아,,근데 뭐 할 게 있나 해서 ] 소파에서 수조의 물이 정화되길 기다리는데 깨달음이 옆에 앉더니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고 있냐고 물었다. [ 추분이잖아,,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밤이 점점 길어질 것이고 ] [ 그거 말고 ] [ 뭐? ] [ 오늘 당신 생일 아니야? ] [ 아,,음력으로 하면 10월 28일이던데..] [ 난,,오늘이라 생각하고 예약도 했는데..] [ 아,,그래,,그럼 오늘 하지 뭐..] 음력과 양력을 매년 말해줘도 헷갈려하니 그냥.. 2021. 9. 24.
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의미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날도 좋으니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 느닷없이 웬 바람쐬러야? ] [ 바다 보고 싶다면서, 가자, 옷 입어 ]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난 외출 준비를 하고 깨달음은 신칸센을 예약했다. 목적지는 도쿄와 가까운 아타미(熱海)로 결정하고 잠깐 가서 맛있는 점심 먹으며 바다 냄새 맡고 오자는 것이였다. 빨래는 둘이서 대충 널어두고 집을 나서는데 깨달음이 콧노래를 불렀다. [ 깨달음,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 [ 그렇지, 당신 다리 다치면서 못 움직였으니까 3개월 이상 됐지. 외출한 지..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밌다 ] [ 맞아 ] 아타미(熱海)는 온천지로 도쿄와 가까워 한국의 가족, 친구들도 찾았던 곳이며 깨달음이 설계한 호텔이 몇 군데 있어 더 친.. 2021. 9. 9.
친정엄마와 일본인 사위 [ 다리는 많이 좋아졌냐? 테레비에서 날마다 일본이 나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든디. 언제나 갈 수있을랑가 모르것다. 이산가족도 아니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래도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긴 한디 일본이 맨날 나온께,,가깝게 느껴지고 그런다 ] 엄마가 또 전화를 하셨다. 내 다리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올림픽 경기를 하느라 종일 티브이에서 일본을 보여주니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나신 모양이었다. [ 니기가 이사하고 집 구경한다고 우리가 갔응께 벌써 4. 5년 됐을 것이디..니가 아프다고 해도 가도 못하고 속상해죽겄는디 맨날 테레비서 일본이 나온께 더 마음이 쓰인다야 ] [ 엄마, 나 많이 좋아졌어. ] [ 인자 걸어 다니지? ] [ 응, 장거리는 못 가고,그냥 가까운 곳은 가 ] [ 그래도.. 2021. 8. 4.
남편이 먹고 싶어 나열한 음식들 아직 완치되지 않은 다리를 하고 움직일 생각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직접 가야만 했고 미룰 수 없었다. 습관처럼 택시를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데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거리는 밀리는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4일간 연휴의 마지막인 이곳은 올림픽까지 겹쳐 약간은 들뜬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델타 변이가 점점 퍼져가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매일 새로운 감염자가 늘어나도 이젠 그러러니 각자 제 삶을 즐기며 무뎌져가고 있다. 내가 일을 보는 사이 깨달음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고 난 미팅을 끝내고 오다큐(小田急)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9월 초에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할 확률이 높아진 우린 축의금 외에 뭔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신혼에 딱 맞는 아기자기한 식기류를 사려고 둘러보다 아직 .. 2021. 7. 26.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깨달음이 자기 보라며 2년 전까지 와이셔츠 버튼이 터질 것 같아서 못 입었던 걸 입게 되었다고 가벼워진 자기 몸을 꿀렁거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춤을 췄다. [ 알았어. 얼른 출근해 ] [ 나,,미팅 끝나고 2시간 후에 들어올 건데 오래간만에 짜장면 먹을까? ] [ 별로...] [ 별로라는 말은 긍정으로 생각하고 짜장면 먹으러 간다~~~~ ] [ ................................... ] 자기 말만 하고 집을 나서는 깨달음. 인간이 저렇게 매일 긍정적일 수 있는 건 타고난 성격이고 어쩌면 시어머님이 임신 중에 태교를 엄청 잘하셨을 것이라 추측된다. 다음 달에 시부모님을 뵈러 갈 생각인데 그때는 잊지 않고 물어볼 생각이다. 세탁기 돌려놓고 난 바로 거실에 매트를 깔.. 2021. 6. 19.
가끔은 미치게 울어도 괜찮다 요즘 난 무슨 생각인지 블로그를 멀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별로 내 마음이 향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짬이 날 때면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장르만 골라 보고는 또 금세 시큰둥해진다. 블로그... 돌아보니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결혼을 하고 낯선? 부부생활을 털어놓으며 일기처럼 써내려가면서 다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다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티스토리로 뒤늦게 자리를 옮겼다가 두 번의 주소변경을 해야했다. 그러다 블로그 글들이 모인 책이 출간되고,,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을 채워가고 있다. 결혼, 해외생활, 가족, 친구, 지인들의 얘기를 풀어냈고 7년 전, 아빠를 떠나보내고 돌아와서 약 한 달간 쉬었고,, 그 외는 꾸준히 글을 올려왔던 것 같다. https://keij.. 2021.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