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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99

표정이 많이 밝아진 남편 아침에 간단히 커피만 한 잔 하고 요코하마(横浜)에 도착했는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심사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는데 모두가 부지런히 서둘러 왔나 보다. 깨달음은 주변을 살핀다고 나가더니 20분이 지나도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탑승자의 90프로가 일본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중국, 홍콩, 태국, 멕시코, 미국, 프랑스, 몽골까지 각국의 여행객들이 요코하마 선착장에 모여있었다. 우리가 이번에 타는 크루즈선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전 세계적으로 공포심이 확산되어 가던 2020년 2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이유는 선박 내부에서 코로나확진자가 발견되었고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3,700여명중 총 705명의.. 2023. 9. 20.
일본의 경기 침체, 남편이 걱정이다 지난, 1월 31일, 하네다공항 제3터미널 2층, 도착로비와 직결된 호텔과 상업시설이 구성된 에어포트 가든이 오픈했다. 1,171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천연노천탕과 대형홀, 회의장이 마련되어 있고 쇼핑몰은 일본 각지의 특산품과 하네다공항 한정 상품들로 꾸며져 있다. 실은, 코로나 전에 완공되었던 호텔인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오픈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 올해 오픈하게 되었다. 깨달음은 바로 호텔 쪽으로 가고 나는 쇼핑몰을 돌다가 레스토랑으로 옮겨 각자 할 일을 좀 하고 다시 만났다. [ 완전 일본 오리지널 상품들이 많네 ] [ 타깃이 외국인이니까 ] [ 호텔은 어땠어? ] [ 괜찮았어 ] 레스토랑으로 다시 내려간 우린 가게 앞에 화환이 즐비한 곳에 멈춰 메뉴를 좀 보고 .. 2023. 2. 24.
일본인이 끊임없이 저축을 하는 이유 거실 노트북 위에 6만엔이 놓여있었다. 2만5천엔은 여행경비로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돈인데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물었다. [ 이거 뭐야? ] [ 지난번에 외식할 때 당신이 너무 많이 부담한 것 같아서 돌려주는 거야 ] [ 아니야, 내가 사고 싶어서 낸 거야 ] [ 알아, 그래도 그냥 받아둬 ] 지난달 외식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퇴근시간이 얼추 비슷하거나 외출 장소가 가까우면 번개팅처럼 그냥 만나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매번 깨달음이 계산을 했고 지난달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내가 지불한 건데 왜 돈을 돌려주는 건지,, 곧 다가 올 발렌타인데이에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해서 약간 신경 쓰였는데 받아야 할지 괜스레 복잡해졌다. 점심시간에 깨.. 2023. 2. 8.
3년만에 떠나는 한국... 깨달음의 여행허가가 나왔다. 프린터를 2장 해서 각자 한 장씩 파일에 넣었다. 코로나로 변해버린 입국절차가 걱정된 깨달음은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고 입국 방법?을 되돌려 봤다. [ 깨달음,, 허가서도 나왔고 큐코드도 다 등록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제 PCR 검사 안 해도 되고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되는 거야 ] [ 그래도 왠지 걱정돼 ] [ 뭐가 걱정 돼 ] [ 그냥 불안해.. 아무 탈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해서..] [ 큐코드만 보여주면 된대 ] [ 그러긴 하는데..] 어디를 갈 것이며 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 리스트를 빼놓은 깨달음은 지도를 펼쳐놓고 단거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동경로를 다시 체크했다. [ 공휴일이어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택시 잡는 게 많이 어려워졌대 콜로 안 .. 2022. 10. 8.
다시 되살아난 남편의 하루 어제, 드디어 음성 판정을 받은 깨달음은 코로나에서 해방된 날이라며 꽤나 들떠 있었다. [ 나, 이제 밖에서 놀아도 돼 ] [ 그렇게 놀고 싶었어? ] [ 응 ! ] 뭘 어떻게 놀고 싶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취소했던 딤섬을 먹으러 갔다. 紹興酒 (쇼우코슈)를 한 잔 하며 10일 넘게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자기 방으로 내가 식사를 가져다주고 비닐장갑을 끼고 여기저기 알코올로 닦고 세탁물도 따로 돌리는 걸 보면서 내 일을 두배로 늘렸다는 생각에 미안했단다. [ 아니야, 별로 힘들지 않았어 ] [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그리고 우리 직원도 이젠 용서해 줘, 분명 그 직원 때문에 나도 코로나에 걸렸지만..]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2022. 8. 2.
일본스럽다는 우리 부부생활 [ 너는 괜찮아? 너도 걸릴까 걱정이다] [ 아직까진 괜찮아,, ] [ 근데 그 직원은 정말 미친 거 아니냐? ] [ 이제 화도 안 난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친구는 매일 건강을 확인하려는지 전화를 해왔다. [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 없어 ] [ 너 청국장 먹고 싶다고 그랬잖아,,] [ 청국장,, 이젠 아무 생각이 없다.. 그날, 비행기 결항되고 못 가게 되면서 부풀어있던 기대, 희망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풍선 터지듯 터져버리면서 청국장이고 뭐고 기억속에서 다 사라졌어.. 요즘, 난 무념, 무상인 상태야..] [ 어쩌냐..너무 짠하다..] 깨달음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던 날부터 일주일 내내 전복과 복숭아를 먹었다.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전복이라길래 바로 주문을 해서 버터에.. 2022. 7. 27.
남편이 아플 때마다 찾는 이 음식, (코로나 결과) [ 아니.. 왜 회사에 출근을 하냐고? ] [ 갈 때가 없대. 집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부인이 나가라고 그랬대 ] [ 그런다고 회사에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회사 사람들이 다 걸릴 수 있는데 ] [ 이젠 다 나았대 ] [ 검사해서 음성이 나온 거야? ] [ 아니.. 지금 도쿄에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PCR센터가 붐벼 예약만 했고 검사 결과도 3,4일 걸린대 ] [................................ ] 그렇지 않아도 깨달음이 몸살로 상태가 안 좋아 코로나에 걸렸을까 신경이 바짝 서 있는데 양성인 직원이 날마다 출근을 했단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도대체 상식이 있는지 없는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나도 다시 PCR검사를 하고 나오면서 깨달음에게 검사 결과를 물었더.. 2022. 7. 17.
일본 방송에선 요즘 이런 게 소개된다 [ 케이짱, 잘 있지? 나 지금 코리아타운이야 ] 상기된 목소리도 내게 전화를 건 우에노 상(上野)은 마치 엊그제 통화를 했던 것처럼 안부인사도 생략한 채 익숙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나왔는데 내 고향, 전라도 김치를 파는 곳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단다. [ 케이짱,여기 내가 처음 보는 한국식품이랑 김치들이 엄청 많은데 알고 있었어? ] [ 아.. 저도 그 마트 최근에 알았어요. 한국 가야 살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 [ 예전에 케이짱 집에서 먹었던 말린 나물 같은 거도 팔고 있어. 완전 한국 같아. 내가 사진 보내줄게 ] [ 아니..괜찮은데...... ] [ 근데 케이짱은 이런 마트를 알았으면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 내게 한국어를 6개월 정도 배웠던 우.. 2022. 3. 17.
남편과 PCR 검사를 하러 가다 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닭볶음탕이나 매운 갈비찜 같은 게 먹고 싶다고 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나른해지는 듯해서 정신이 바짝 차려질 자극적이면서 달콤한 것이 먹고 싶다길래 알았다고 오후에 마트에 다녀오자고 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 방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몸에서 조금씩 열이 나는 것 같아 체온을 재봤더니 37.8이다. [ 깨달음,,나 코로나인가 봐,, 열이 있어] [ 그래? ] [ 검사하러 가야겠어 ] [ 나도 같이 가 ] [ 아니야,, 나 혼자 갔다 올게 ] [ 아니지. 당신이 걸렸으면 나도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검사해봐야지 ] [ 그러네 ]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들은 것 같은데 일단 택시를 타고 무료센터로 향했다. [ 저,, 예약 안 했는데요..] [ 괜찮아요. 보험증 가지고 계시죠.. 2022. 3. 14.
귀찮아도 먹는 건 즐겁다 2021 마지막 날,, 우린 쯔끼지(築地) 시장에 다녀왔다. 싱싱한 야채, 생선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말분위기를 느끼려 심심해서 나왔는데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좋은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들을 사기로 하고 골목골목을 다니는데 예상대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조림전문집에서 다시마조림을 살까했는데 신정에 필요한 조림반찬들만 즐비할 뿐, 평소 때 팔던 조림들은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까지 겹쳐 어딜 가나 기다리는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깨달음은 그 틈을 비집고 내 뒤를 졸졸졸 잘 따라왔다. 사람들이 많아 물건들을 제대로 보기 힘든 정도였지만 깨달음은 행여나 꼬막을 못 보고 놓칠까봐 생선가게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유심히 관찰했다. 돌고 돌아 마지막에 들른 생선가.. 2022. 1. 3.
여러분 덕분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깨달음은 기어코 소수의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종무식을 강행했다. 난 예고한대로 참석하지 않았고 3시가 넘어서 약속장소인 아사쿠사(浅草)로 향했다. 어제부터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은 도쿄를 빠져나갔고 신정연휴를 맞아 도쿄로 관광을 온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센소지엔 언제나처럼 기모노를 차려입은 젊은 커플들이 많았다. 올 해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은 각자가 믿는 신들에게 한 해의 마감을 고하기도 하고 새해의 소망을 빌기도 하면서 센소지 浅草寺본당 앞에 상향로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라오는 선향의 연기를 자신들의 몸 쪽으로 끼얹었다. 400년 전, 중국에서 전해지는 향로는 참배객의 신체를 정화하기 위해 사용된 불사에 쓰는 도구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향로의 연기를 아픈 부위에 끼얹으면 상태가 좋아지거.. 2021. 12. 30.
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가 짠해 죽겠다.. 보내 줄 수도 없고,,] 블로그에 병원 간 얘길 올리면 어김없이 가족, 지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 뭐 좀 보내줄까? ] [ 아니야,,여기도 다 있어 ] [ 근데..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데... 말 좀 해 봐,,한국에 올 수도 없고,,] 친구는 끈질지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뭘 먹고 다니는지 청국장이든 뭐든 어떻게든 보내볼 테니 뭐든지 말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난 매일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아닌데 벌써 일주일째.. 2021. 12. 24.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 2021. 12. 21.
자기 인기에 취해 사는 남편 깨달음 겨울용 양복을 맞췄다. 크리스마스 선물 겸 깨달음이 현역 생활을 하는데 마지막 양복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가장 좋은 원단으로 골랐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이 너무 비싸다고 망설이길래 마지막까지 멋진 양복 입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고했더니 그런 뜻이였냐면서 순순히 수치를 쟀다. 재단사분이 작년 여름에도 한 벌 맞추지 않았냐며 허리둘레가 1센티 줄였다고 하자 허리는 다이어트하느라 줄은 것이고 재난지원금 나왔을 때 여름용으로 한 벌 맞췄는데 이젠 양복 맞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자기 취향에 맞는 버튼과 안감까지 고르고 수납장이 배달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바로 백화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릇 욕심이 많은 것도 있고 파티용 그릇들을 세트로 사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해 새로 주.. 2021. 12. 10.
일본인들이 송년회를 싫어하는 이유 이곳은 어제 근로감사의 날로 휴일이었다. 바쁜 깨달음은 아침 일찍 회사를 갔고 난 관상용새우들이 너무 번식을 많이 해서 수조에 넘쳐나길래 치비 몇 마리만 남겨두고 모두 잡아 아쿠아센터를 다녀왔다. 점장님은 언제나 내가 가져오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신기해한다. 이렇게 번식을 잘 시키는? 일반인은 드물다며 뭘 키워도 잘 된다고 칭찬을 하신다. [ 지금 몰리(열대어 종류)도 새끼 12마리나 낳았어요. 키워서 또 가져올게요 ] [ 정말 대단하시네 ] [ 그래도 해수는 실패했잖아요,,,] [ 해수가 은근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시 하시면 잘하실 것 같은데요..] [ 그냥,, 지금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깨달음이 일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서 만났다. [ 오늘 일은 끝.. 2021.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