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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41

부모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난 이곳은 매일 습한 공기와 텁텁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 탓에 입맛이 없어진 건 나뿐만이 아닌 깨달음도 마찬가지었다. 개운한 게 먹고 싶어 찾은 일식집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까지 관광지로 둘러본다고들 하던데 우린 그들을 보며 젊음이 좋긴 좋다는 말을 했다. 가게 내부를 휙 한번 둘러보던 깨달음이 부모님이랑 같이 관광 온 사람은 한 팀도 없다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부터 깨달음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카네(赤根)상이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게 됐는데 그만큼 일을 잘하는 친구를 못 구해서 일이 밀리고 있는 상태란다. 20년 전부터 깨달음 회사 일을 해왔던 아카네 상은 누구보다 3D도면을 잘 치고 일 .. 2023. 6. 28.
역시 엄마에겐 딸이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떠 사방을 살피고서야 이곳이 내 방인걸 인식했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가 지나가는데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이 어딘가 엄마집인지, 호텔인지, 제주도인지 착각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젯밤 꿈엔 자매들과 함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산등성이에서 엄마랑 잡담을 하는 꿈을 꿨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22년 전에도 나는 성인이었고 그 당시 언니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데 바쁜 시기였다. 지금은 자녀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자매들이 모여 같이 자고 같은 공간에서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내가 합류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축엔 항상.. 2023. 5. 19.
남편도 울고 엄마도 울고.. 도착시간을 훌쩍 넘어도 깨달음은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항공, 일본항공까지 같은 시간대에 도착을 했으나 코로나 전처럼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서 초조하지도 않았다.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나오는 깨달음 얼굴은 꽤나 밝아보였다. 바로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탔다. 지금껏 숙소는 김포공항을 편히 오갈 수 있는 5호선이 다니는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이번엔 KTX를 타야 해서 서울역으로 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깨달음이 먹방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가게에 찾아가 먼저 소주로 목을 축이고 주문한 꼬막을 먹었는데 한 번 먹어보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 왜? ] [ 맛이가 없어 ] 깨달음이 한국말로 하길래 들릴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일본어로 하라고 했더니 한국어로 해야 손.. 2023. 4. 15.
부모는 늘 자식을 후회하게 만든다 신주쿠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마른 생선을 좀 살 요량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웬 사람들이 가득하던지 뭔 일인가 했는데 화이트데이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매장에 다들 줄을 서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깨달음도 화이트데이인걸 이제야 알았다며 기웃거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코가 있는지 찾아보란다. [ 깨달음, 나 괜찮아, 우리 원래 잘 안 챙겼잖아] [ 그래도 왔으니까 하나 골라 ] 맛있게 생긴 걸로 하나 사자는 말에 뭐가 있는지 보려는데 사람들이 유리 진열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뭘 파는지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 그냥 괜찮다고 생선코너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발렌타인이나 화이트.. 2023. 3. 15.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 이유 깨달음은 아침을 먹자 바로 백신 4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고 난 작업실로 이동했다. 담당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연일 20만명을 넘어가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일이 또 발생하고 있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코로나 정책이 바뀐 게 없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저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에 독감으로 인식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코로나라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식으로 생각들이 느슨해지고 있다. 깨달음이 접종을 마치고 커피숍에 있다며 내게 연락을 해 왔지만 일을 마무.. 2022. 8. 8.
시어머니가 위독하시다 금요일, 7시 50분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한 깨달음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일 때문에 도저히 함께 갈 수 없으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주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오후 1시가 넘어서 코로나 항원검사기와 함께 요양원에 도착했음을 알려왔다. 어머님이 위독하다는 요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서방님은 목요일부터 밤샘을 하셨고 깨달음은 이 날에서야 출발을 했다. 들릴 듯 말 듯 여린 숨소리를 내쉬며 몸을 비틀고 계신다는 어머님.. 서방님이 아버님을 모시러 간 동안 깨달음과 잠깐 통화를 했다. [ 의사 말이 오늘이 고비라네..] [ 그럼,, 나도 일 끝내고 바로 갈게 ] [ 아니...돌아가시면 그때 와도 괜찮아..] [ 뭔 소리야, 바로 가야지 ] [ 아니야,,, 내가 연락할게..] 생각보다 많이 .. 2022. 4. 11.
내 부모지만 효도는 쉬운 게 아니다 지난 16일 어머님이 구급차에 실려 가시고 급성폐렴 증상으로 입원을 하셨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퇴원을 하셨고 깨달음은 새벽 첫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나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깨달음이 자기 혼자 갔다 오겠다며 말렸다. [ 왜? 나도 가야 되지 않아? ] [ 가도 되지만 나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서 그래. 할일이 많아서 ] 일단 코로나 때문에 지금까지 요양원의 면회가 금지되었는데 이번에 특별히?15분간의 면회를 허락해줘서 시간이 아주 짧은 것도 그렇고 이번에 부동산에 가서 확실히 아버님 집을 팔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자기 혼자 다녀오는게 편하다며 7월말에 또 갈 일이 있으니 그 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집을 나선 깨달음은 오전이 지날 무렵에 택시 안이라며 전화를 해왔다... 2020. 7. 6.
시부모님에게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것,, 깨달음은 아침일찍 혼자서 출장을 떠났다.이곳은 오늘이 춘분의 날로 공휴일이다.애초의 계획대로라면 나도 함께 깨달음과동행해서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도 요양원측에서면회사절을 원했고 그래서 나는 가지 않고깨달음만 나고야 현장에 검열이 있어 가야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부터 우린 시부모님을뵙지 못했다. 많이 기다리실 아버님을 생각해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 아버님,어떡해요,이번에도 면회가 안된다네요 ][ 그래...어쩔 수 없지..][ 답답하시죠?,, ][ 아니,,우린 그냥 이 안에만 있으니까답답한지도 모르고 있단다 ]아버님은 뉴스를 통해서 봤다며 여기저기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이안 됐다고 나보고 한국에도 못 가지 않냐고 물.. 2020. 3. 21.
우리가 더 미안해요, 엄마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깨달음을 기다린지 1시간이 넘어가자 난 예약해둔 광주행 케이티엑스를 취소하고 마음을 비웠다. 하필 같은 시간대에 타항공사에서 3대가 한꺼번에 도착하는 바람에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심사를 통과해 나오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취소를 하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 금요일이라 티켓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광주를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지친 표정으로 깨달음이 입국장에 나타났다. 계단까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들이 넘쳐나 기다리는데 배가 꼬르륵 거려서 기내식 안 먹은 걸 후회했단다. 일단,,택시를 타고 동생이 어렵게 예약해준 케이티엑스를 타기위해 용산역으로 향했다. 광주행까진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차분히 식사를 하고 엄마에게 .. 2019. 12. 30.
일본의 아버지날, 남편의 속내를 처음 듣다 [ 깨달음,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 없어 ][ 아버지의 날이니까 선물 사줄게, 원래 자식들이아버지 날을 축하해주는 건데 우린 없잖아,그니까 내가 해줄게 ][ 음,,,아버지의 날이구나..]일본은 우리처럼 어버이날이 있는 게 아닌 같은 개념의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어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서 감사의 마음과 선물을 드린다.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받아서 기분좋은 선물로는패션관계 아이템이나 일용품이 가장 많고술이나 취미활동에 필요한 물건들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깨달음은 아무것도 갖고 싶은 게 없단다. [ 필요한 거 없으면 맛있은 거 먹을꺼야? ][ 응, 그냥 맛있는 거 사 줘, 근데비도 오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자 ]오다이바에 도착, 쇼핑센터를 둘러보는데깨달음이 모자 가게에 들어갔다. [ 난 머리가 커서.. 2019. 6. 16.
멀리 있는 딸과 친정 엄마 마침 참기름이 떨어져 지난번 한국에서엄마가 싸 주신 병을 찾아 꺼냈는데 얼마나 꽁꽁 싸맸는지참기름 병이 맞는지 긴가민가 했다.킁킁 냄새를 맡아도 모르겠고 한 손에 들고이러보고 저리 둘러 보고 있으니 엄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참기름이 몸에 좋다고 긍께 많이 먹어라,깨서방 나물 좋아한께 많이 넣어꼬숩게 만들어 줘라. 한병이믄 쓰것냐?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갈래? ]아니라고 작은 것으로 하나 받아왔는데 그 날일본에 돌아와 짐을 풀면서 깨달음이 한 병 더받아오질 그랬냐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비닐봉투 세장을 풀었는데 이번에는 신문지가 나온다. 신문지를 조심히 열어보니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냄새가 퍼져 나온다.이 참기름을 짜려고 깨를 사고, 기름집에서 행여나자신이 맡긴 국산 참깨와 중국산 참깨가 섞일.. 2019. 3. 22.
부모와 자식, 뒤늦은 참회 [ 깨서방은 들어 왔냐? ][ 아,엄마, 그렇지 않아도 지금 깨서방이랑엄마 교회 갔다오셨는지 전화하려고 시간 보고 있었는데 ][ 그랬냐? 마음이 통했는갑다. 이번에 아빠기일때 온다고 들었는디 몇 시 비행기여? ][ 오전 비행기인데 광주 도착하면 오후 5시가 넘을 거야 ][ 왜 그렇게 걸린다냐? ][ 응, 김포에서 광주행 비행기가 우리 도착하고 안 맞아서 못 타고, 케이티엑스 타고 가니까시간이 그렇게 걸리네 ]옆에서 깨달음이 엄마랑 통화하는 줄 알고내 옆으로 바짝 붙는다.엄마가 전화를 하신 이유는 이번에 우리가 오는 날에 맞춰 깨서방이 좋아하는 도라지 넣은 배즙을 미리 해 놓으실 생각이라고 하셨다.이젠 그럴 필요 없다고 아직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도 남았고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왜 그.. 2019.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