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48 남편이 한국에서 쉬지 않고 먹은 이유. 아침 일찍 눈을 뜬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말을계속했고 부랴부랴 씻고 해장을 겸한된장찌개를 먹으러 갔다.식당은 언제나처럼 손님들이 가득했고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애호박나물을 맨 입으로집어 먹던 깨달음이 어젯밤 자기가 어떻게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풋고추에 막된장을 찍어 맛깔나게 먹고는아주머니에게 [ 고추 두개 주세요 ]라고 했다.뚝배기를 들고 국물까지 싹 비운 다음 디저트를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간 곳은안국역에 어니언이었다. 택시 안에서 어쩌면 2시간이상 대기할 수도 있다고미리 언질을 했지만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라도이번에는 기필코 먹을 거라고 했다.내 우려와는 달리 대기줄은 많지 않았고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빵이 진열된 코너를 돌고, 또 돌고, 넣었다가 다시바꾸기를 하길래, 그.. 2025. 5. 8. 한국에서 친정엄마와 남편, 그리고 효도 아침 일찍 김포공항에서 깨달음은 제주도 특산고기국수와 흑돼지 만두를 주문해 먹었다.제주도에서 먹었던 맛을 기억하며 큰 기대를했던 것 같은데 한 입 떠먹어보고는나를 뻔히 쳐다보길래 바로 알았다.해명 같은 해석을 해줘야 할 것 같아기대에 못 미치는 맛은 당연한 거라고 여긴공항 내에 있는 식당이니 50%만 만족하라고말해주고 내 해장국에 있는 선지와 내장을덜어줬는데 그것도 한 입 먹고 말았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하는 순간을 기다리던깨달음이 편의점에서 산 우유크림빵과커피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광주에 도착해서 바로 아빠를 모셔둔 납골당에들러 짧은 기도와 약간의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아빠가 떠나간 지 벌써 13년이 되어가니가슴 시리던 슬픔도 엷어져가는 걸 느꼈다. 엄마집에 도착한 깨달음은 식탁에 뭐가 있나살펴.. 2025. 5. 6.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 하코네(箱根)에 새로운 호텔 건축을 위해 부지를 보러 일찍 집을 나선 깨달음은실시간으로 사진으로 상황을 보고했다.로망스카(ロマンスカー)에 탔는데 자기 빼고모두가 외국인이라고 잠시 자기가 해외여행 온기분이 들었다며 비슷 비슷한 사진들을대량으로 보냈다.일 잘 보고 무사히 끝나면 연락주라고답장을 보내고 난 청소기를 꺼내 돌렸다.청소를 하면서도 왜 서방님이 갑자기 전화를했는지 궁금해졌다.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살아온 서방님이전화를 할 때는 늘 돈과 관련된 얘기가있었기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였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요양원이나병원비 같은 청구서가 나오면 항상 형인깨달음에게 연락을 해왔다.이제껏 나는 형제 일은 둘이 해결하는 게 맞다고생각해 왔던 터라 굳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자세하게 알려하지 않았다.우리 가족.. 2025. 4. 27. 미치코의 효도 스타일 정 상에게과연 소포가 무사히 잘 도착했을까?웬 소포인가 싶겠는데 나는 지금 아버지 고향인쿠마모토(熊本)에 와 있어.왜 갑자기 왔냐면 아버지가 다음 달에 갑상선암으로 입원을 하게 됐는데 병원들어가기 전에 고향에 한 번 가고 싶다고 그래서회사에 연차 내고 왔지.쿠마모토는 알다시피 말고기가 유명해서 조금보냈는데 정 상 입에 맞을지 약간 걱정이 되지만정 상은 요리를 잘하니까 어떻게든 만들어 먹을 거라 믿을 게. 올 해로 85살이 된 아버지는 이제 눈도 어둡고, 귀도 보청기 없이는 대화가 힘든 상태이지만 난 하나도 고생스럽게 생각되지 않아서 다행이야.이렇게 아버지가 나를 의지해 줘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자꾸만 절벽끝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서두렵기도 하고 슬퍼지는데 이.. 2025. 4. 23. 벳푸를 제대로 즐긴 지옥온천과 스기노이호텔 아스카Ⅱ 크루즈를 뒤로 하고 우린 벳푸(別府)기항지에 내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목적지와호텔명이 적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데깨달음은 벳푸 캐릭터가 기뚱거리며손을 흔드는 쪽으로 달려갔다. 캐릭터와 사진을 찍는 건 아이들이 즐기는 거라생각했는데 크루즈에서 내린 늙으신 어른들도앞다투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먼저 도착한 곳은대대로 일본 천왕이 참배를 했다는 오이타현(大分) 우사시에 있는 신사우사신궁(宇佐神宮)이었다.725년에 창건된 역사와 함께 일본 3대 팔번궁( 하치만신을 모시는 곳-八幡宮)의 하나로전국에 4만 개의 신사 중에서팔번궁의 총본사이다.깨달음은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줄을 서서참배를 하고 오미쿠지(운세 뽑기 おみくじ)를사서 읽어보고는 다시 곱게 접어 묶었다.[ 깨달음.. 2025. 3. 19. 삶은 짧지만 길고, 쓰지만 달다. 오전에 한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핸드폰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 집에 안 계시는 게 분명했다.엄마와 통화가 된 건 오후가 되어서였다.엄마는 카톡 메시지를 음성으로 보낸다고 한다.되도록이면 사투리를 안 쓰고 서울말로 음성을 남긴다고하는데 항상엄마의 메시지에서는 사투리가 묻어난다.[ 엄마, 신발 마음에 들어? ][ 뭔 신발을 두컬레나 보냈냐. 아이고 미안하게..근디 털이 있어서 폭신하니따뜻하것드라 ][ 사이즈는 맞아? ] [ 응, 사이즈는 딱 맞아, 어떻게 알고잘 샀네. 요놈 부츠 말고 납짝한 놈은오늘 저녁 교회갈 때 신고 가볼란다 ] [ 한국 엄청 춥다고 하던데 발을 따뜻하게다니셔야 덜 추우니까 꼭 신고 다니셔 ][ 응, 알았다..고맙다 ][ 엄마,그리고 기운 차리셔, 너무 상심마시고]남식이 엄마 돌.. 2024. 12. 19. 친정에서 하룻밤이 남편은 행복했다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은가을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용산역으로 이용하는 중에 깨달음에게점심 메뉴로 뭐가 좋은지 생각해 두라고했더니 비 오니까 칼국수랑 해물파전같은 걸 먹겠다고 한다.용산역 칼국수집엔 부침개류는 없어 메뉴를 급 변경해 보쌈을 주문한 다음, 꼬들꼬들한 칼국수 면 위에보쌈을 한 점 올려 먹었다. 케이티엑스를 타기 전에 구입한 도너스와한국에 오면 제일 처음 먹겠다고 고대하고고대했던 삐요뜨를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바라보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껍질을 조심스레 깐다.[ 깨달음, 안 피곤해? ][ 응. 맛있는 거 먹으면 안 피곤해 ][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네 ] 난 새벽에 일어난 탓에 눈이 시려와 질끈 잠고 잠을 좀 자 볼 생각이었는데옆에서 깨달음이 신문 보느라 뽀시락 뽀시락,도너스.. 2024. 10. 28. 부모도 이젠 혼자 살아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난 이곳은 매일 습한 공기와 텁텁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 탓에 입맛이 없어진 건 나뿐만이 아닌 깨달음도 마찬가지었다. 개운한 게 먹고 싶어 찾은 일식집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도쿄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까지 관광지로 둘러본다고들 하던데 우린 그들을 보며 젊음이 좋긴 좋다는 말을 했다. 가게 내부를 휙 한번 둘러보던 깨달음이 부모님이랑 같이 관광 온 사람은 한 팀도 없다면서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부터 깨달음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카네(赤根)상이 갑자기 시골로 내려가게 됐는데 그만큼 일을 잘하는 친구를 못 구해서 일이 밀리고 있는 상태란다. 20년 전부터 깨달음 회사 일을 해왔던 아카네 상은 누구보다 3D도면을 잘 치고 일 .. 2023. 6. 28. 역시 엄마에겐 딸이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떠 사방을 살피고서야 이곳이 내 방인걸 인식했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가 지나가는데 지금도 가끔 잠에서 깨어나면 이곳이 어딘가 엄마집인지, 호텔인지, 제주도인지 착각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젯밤 꿈엔 자매들과 함께 어느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산등성이에서 엄마랑 잡담을 하는 꿈을 꿨다. 일본으로 유학오기 22년 전에도 나는 성인이었고 그 당시 언니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데 바쁜 시기였다. 지금은 자녀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자매들이 모여 같이 자고 같은 공간에서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내가 합류할 수 있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축엔 항상.. 2023. 5. 19. 남편도 울고 엄마도 울고.. 도착시간을 훌쩍 넘어도 깨달음은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항공, 일본항공까지 같은 시간대에 도착을 했으나 코로나 전처럼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서 초조하지도 않았다.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나오는 깨달음 얼굴은 꽤나 밝아보였다. 바로 호텔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탔다. 지금껏 숙소는 김포공항을 편히 오갈 수 있는 5호선이 다니는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이번엔 KTX를 타야 해서 서울역으로 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깨달음이 먹방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가게에 찾아가 먼저 소주로 목을 축이고 주문한 꼬막을 먹었는데 한 번 먹어보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 왜? ] [ 맛이가 없어 ] 깨달음이 한국말로 하길래 들릴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일본어로 하라고 했더니 한국어로 해야 손.. 2023. 4. 15. 부모는 늘 자식을 후회하게 만든다 신주쿠에 볼 일이 있어 나갔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다. 마른 생선을 좀 살 요량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웬 사람들이 가득하던지 뭔 일인가 했는데 화이트데이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자분들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매장에 다들 줄을 서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깨달음도 화이트데이인걸 이제야 알았다며 기웃거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코가 있는지 찾아보란다. [ 깨달음, 나 괜찮아, 우리 원래 잘 안 챙겼잖아] [ 그래도 왔으니까 하나 골라 ] 맛있게 생긴 걸로 하나 사자는 말에 뭐가 있는지 보려는데 사람들이 유리 진열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뭘 파는지 제대로 보기도 힘들어 그냥 괜찮다고 생선코너 쪽으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발렌타인이나 화이트.. 2023. 3. 15.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2022. 11. 11.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 2022. 10. 22. 돈 앞에선 일본인도 다 똑같다 -2 우린 결혼 초부터 서로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편이어서 대략 그 사람의 행동반경을 유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도쿄를 벗어난 미팅이나 출장은 물론 웬만한 약속들도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상대의 스케줄을 얘기하다 보면 조율하기가 편한 게 사실이다. 이곳은 오늘까지 연휴였는데 난 긴자(銀座) 쪽에 볼 일이 있어 나왔다. 어느 정도 대충 마감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깨달음에게 근처에 와 있다면서 초밥집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깨달음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우린 니혼슈(日本酒)로 주문했다. 기분 좋게 한 잔씩 마시는데 서방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엊그제도 서방님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산 정리를.. 2022. 9. 20.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 이유 깨달음은 아침을 먹자 바로 백신 4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고 난 작업실로 이동했다. 담당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연일 20만명을 넘어가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일이 또 발생하고 있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코로나 정책이 바뀐 게 없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저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에 독감으로 인식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코로나라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식으로 생각들이 느슨해지고 있다. 깨달음이 접종을 마치고 커피숍에 있다며 내게 연락을 해 왔지만 일을 마무.. 2022. 8. 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