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거주자30

해외 거주자만이 느끼는 것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지 못했다. 집 앞에 있는 헤어숍을 자주 이용 했는데 하필 오늘은 자리가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어떻게 짜투리 시간이 남아 있지 않나 물었는데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파마할 시간은 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할 곳을 찾아봤더니 한국 미용실이 한 곳 있었다. 코리아타운까지 가야 하는 게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오늘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예약을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일본어로 말을 걸어와서 나도 그냥 일본어로 대답을 했다. 예약한 코스를 확인하고 미용사분이 오셔서 처음이냐, 어떻게 알고 오셨냐라는 통상적인 질문을 하셨다. 약 3시간 정도 걸린다며 차를 한 잔 주시면서 혹시나 배가 고프면 편하게 말하라고 했다. 나는 향긋한 둥굴레차를 마시고 내 머리엔 파마롤이.. 2023. 11. 27.
10년간 언니에게 민폐를 끼쳤다 깨달음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매일처럼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청국장이었던 만큼 날마다 한 끼씩 먹는데도 아직까지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뭐 먹었냐고 내 끼니를 걱정해 주는 자매들에게 청국장 사진을 올리면 날마다 청국장만 먹고 다니냐며 핀잔을 듣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누가 뭐래도 계속해서 먹을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 같은 게 있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져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던 허허로움을 된장찌개와 청국장으로 채워가고 있다. 어느 날은 시장에 들러 번데기를 한 컵 사서 컵 채로 입에 털어 먹기도 했다. 깨달음이 유일하게 못 먹는 한국 먹거리 중에 하나인데 난 가끔씩 먹고 싶을 때가 .. 2023. 4. 23.
한국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깨달음이 밥상에 놓인 깻잎찜을 먹어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반찬들이 완전 장모님 집에서 먹는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 장아찌보다 찜이 더 맛있어?] [ 음,,장아찌는 장아찌대로 맛있는데 찜은 처음 먹어본 거 같아서 더 맛있어] 한국에 가서 엄마가 해줘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반찬거리며 손 많이 가는 요리들을 이젠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한국에 못 간지 벌써 횟수로 3년이 지나고나니 나도 그렇고 깨달음 역시 먹고 싶은 건 어떻게든 먹자,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잘 먹고 잘 살자는 단순한 사고전환을 한 뒤로 이곳에서 만들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먹으며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못가서 괜스레 안달하고 애가 탔던 시간들이 많이 줄었다. 우린 식사를 하며 묵은 김치가 점점 질려오니 .. 2022. 2. 28.
해외거주자,,,,보이스피싱 오후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대사관으로 가는 내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서울에 사둔 아파트가 여러모로 사람을 귀찮게 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 무슨 이권다툼이 있는지 통합이 안 되고.. 자꾸 서류 보낼 일을 만든다. 이럴 때마다 내가 한국에 없으니 가족들이 내 일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신경쓰이게 하는 아파트라면 그냥 팔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깨달음이 완강히 반대를 하고 있다. 아무튼,, 내 일을 남에게 부탁해야 하는 지금의 내 상황이 진짜 싫다. 그래도 지금 당장 갈 수 없으니 서류를 보내야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또 최고치를 치솟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오늘만 그런 건지 사람들이 많다. 잠시 의자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하나씩 구비서류를 작성.. 2022. 2. 17.
가끔은 남사친이 더 편할 때가 있다 류(劉)상을 만나러 요코하마(横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작년부터 만나자고 했던 약속이었는데 코로나로 몇 번 미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뤘다간 두 번 다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런치타임에 잠깐 시간을 냈다. 요코하마가 삶의 터전인 류가 도쿄까지 나오는 것보다 내가 이동하는 게 빠를 것 같아 움직였는데 류가 역 앞에 나와 있었다. 적당히 배가 나온 40대 후반이 된 류는 도수 높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머쓱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너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더니 류가 쑥스러운 듯이 악수를 했다. 얼굴이 변했네, 늙었네, 살이 쪘네, 중년 아줌마네 등등 서로 약간씩 디스를 해가며 예약해 둔 식당으로 걸었다. 대학원 동기인 류는 중국인으로 졸업하고 바로 이곳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디자인 사무.. 2022. 1. 13.
신정연휴에 일본인들이 꼭 가는 곳 신정연휴 마지막 날, 깨달음은 하쯔모데(初詣)를 가고 싶다고 했다. 하쯔모데는 새해 처음으로 절이나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것으로 신정이면 종교와 상관없이 일본인 모두가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례행사와 같다. [ 올 해는 무슨 소원을 빌 거야? ] [ 올 한해도 지금처럼 별 탈없이 사업도 잘 되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하지 ] 난 물론 참배를 하지 않지만 깨달음의 믿음?을 존중해 같이 따라가기로 했다. 하쯔모데를 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섣달 그믐날 밤부터 신사에서 보낸 후 설날에 집으로 오거나 그믐날 밤에 참배하고 일단 집에 왔다가 날을 새고 다시 참배하러 가는 경우, 마지막은 설날에 가는데 대부분은 설날 당일에 가까운 신사를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쯔모데 기간은 1월 1.. 2022. 1. 6.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간절히.. 저녁부터 입술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 깨달음,,,입술이....또,,..] [ 또 생겼어? 왜 그러지? 지난주에도 생겼었잖아, 어디 봐 봐 ] 지난주 아랫입술에 났던 물집이 다 나아가자 오늘은 윗입술 정중앙이 부풀어 올랐다. 거기에 오른쪽 콧 속에도 물집이 잡혀 있었다. 구순포진, 입술 헤르페스이었다. 10명 중 3,4명이 가지고 있다는 재발성 구순포진은 흔한 질환이긴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평생 그 사람의 몸속에 존재했다가 스트레스나 피곤함, 특히 면역력이 떨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서 입술에 물집이 생긴다. 지금껏 물집이 생길 때마다 좀 피곤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콧속까지 생긴 걸 보니 올여름 생겼던 대상포진과 연관성이 있는 .. 2021. 12. 21.
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 [ 역 앞에서 먹을 생각이야 ] 속옷과 양말을 넣고 있는 깨달음 얼굴이 살짝 부어있었다. 현관을 나서는 깨달음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자 [알았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다. 히로시마에서 (広島) 오픈을 앞둔 빌딩의 최종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검사를 마시면 바로 시골( 이가-伊賀)로 내려갈 예정이라 했다. 시댁 집이 팔린 이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서방님과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뭐가 시원치 않은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전이면 검사가 끝날 거라 했는데 오후가.. 2021. 12. 6.
일본의 코리아타운 모습의 요즘 주말 오후, 신정 선물을 주문하기 위해 오다큐 백화점(小田急)에 갔다. 깨달음이 해년마다 추석과 신정 선물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유는 다른 곳보다 연배들이 좋아하는 선물이 많아서라고 한다. 예전에는 각종 선물코너가 따로 배치되어 실물을 보고 부과설명까지 들으며 선택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시대에 맞게 상품 사진으로만 벽면을 채워놓았다. 깨달음이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는 동안 난 지인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몇가지 골랐다. [ 다 골랐어? ] [ 응 ] [ 한국에 보낼 것도 골랐어?] [ 응 ] [ 이거 신청 끝나면 어디 갈까? ] [ 영화를 한편 보면 좋은데 예약을 안 해서 좌석이 없을 것 같애...] [ 나, 영화 안 볼 거야, 집에서도 볼 게 많은데 ] [.............................] .. 2021. 11. 29.
마지막 나눔이 될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아마존에서 맥주가 배달되었다. 발송인이 적혀있지 않아 도대체 누구인지 내 지인과 깨달음 지인들을 찾다가 못 찾고 송장번호로 아마존 홈피를 검색하는데 깨달음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 같더니 알아냈다며 나카무라 (中村)라고 했다. 지난달 내가 김치를 담아 친구들과 지인에게 나눔을 하고 난 뒤, 뒤늦게 깨달음이 혼자인 친구에게도 보내고 싶다고 하길래 월요일날 한국 김과 함께 챙겨 보냈던 분인 나카무라 상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오사카(大阪)에 살고 있고 홀로 도쿄에서 지내는 기러기 아빠인데 깨달음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혼자 산지 20년이 넘어서인지 정말 늙어 보인다며 만날 때마다 짠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당신에게 너무 고맙다면서 해외여행 못 가니까 각국의 맥주를 보낸 거래 ] .. 2021. 11. 11.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일본인들의 생각 오랜만에 자주 애용했던 중화요릿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입구에서부터 손님들이 기다리는 걸 보니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일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 감염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지금껏 발길을 끓었던 레스토랑을 하나씩 다시 찾으려 오늘 온 것인데 역시나 맛집은 사람들이 많다. 쇼코슈(紹興酒)를 주문하고 월 12월부터 실시한다는 부스터 샷에 관한 얘길 했다. [ 깨달음, 당신도 맞을 거지? ] [ 응, 당연하지, 당신은? ] [ 나도 맞을 생각이야 ] 내년이면 한국을 포함, 조금씩 해외여행도 자유로워질 거라며 그렇게 되면 예전의 생활로 서서히 되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서는 한국 마스크를 .. 2021. 11. 8.
일본어 선생님이 기억하는 한국 유학생 [ 정 상, PCR검사했어? ] [ 그렇지 않아도 하려고 했는데 검사 키트가 없어서 리더에게 말해뒀어요 ] [ 언제 준비된다고 그래? ] [ 오후에나 올려 보내겠다고 하네요 ] [ 코로나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페럴림픽 보란티어로 활동을 한지 일주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어제부터 밖은 비가 추적추적 오고 기온도 뚝 떨어져 다들 점퍼를 꺼내 입었다. 매일 같은 얼굴의 보란티어를 볼 수 없어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업무를 공유하며 보냈다. 내가 맡았던 사무쪽은 60대의 주부가 과반수를 차지해서 젊은 축에 속한 나는 컴퓨터를 다루는 일을 많이 했다. 어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가 사무실에서만 앉아 서류를 정리하거나 체크인을 돕기도 했다. 날이 좋았던 날은 선수촌 주변 청소를 하기도 하고 .. 2021. 9. 3.
병상일기-4 시간이 약이다. 장마가 끝난 덕분에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목발을 짚고 병원을 다닐 때마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야속했었다. 우산을 쓸 수 없어 바로 앞에서 타는 택시지만 비 오는 날은 왠지 더 구질구질했다. 오늘은 엑스레이를 먼저 찍기 전에 빌려 주셨던 목발을 반납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깨달음은 익숙하게 신문을 꺼내 읽었고 나는 발목에 감긴 서포트와 붕대를 풀어 빼놓고 엑스레이 찍을 준비를 했다. 내가 돌아왔을 때도 깨달음은 미동도 없이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늘 진료는 피부과 우선이였다. 대상포진 상처는 이제 85% 아물어가고 있는데 수포 자국이 꽤나 선명하게 남았다. 자연스럽게 딱지가 떨어져 나가야만이 흉터가 적을 거라 해서 철저히 만지지 않고 버텼는데 생각보다 흉터가.. 2021. 7. 16.
도쿄 올림픽 유니폼을 받아오던 날 스케줄 변경을 두 번이나 했다. 내 움직임과 올림픽 위원회측의 시간이 자꾸만 엇갈려 5월초에 받을 예정이었는데 어제서야 다녀왔다. 유니폼을 받아야 볼란티어 기분이 나지 않겠냐며 출근하는 깨달음은 들떴는데 난 별 느낌이 없었다. 센터입구에서부터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별관을 대관해서인지 장소도 넓고 코로나 대책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예약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음을 알리고 시간에 맞추려 했더니 전혀 괜찮다며 대기 줄에 안내해 주었다. 여권, 재류카드를 꺼내 준비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모든 사진 촬영은 금지였다. 사진과 인적사항을 대조하고 일반 올림픽과 패럴 올림픽에 사용할 두 장의 ID카드를 작성하고 난 후에는 유니폼 배부 코너로 이동했고 유니폼.. 2021. 6. 2.
내 부모지만 효도는 쉬운 게 아니다 지난 16일 어머님이 구급차에 실려 가시고 급성폐렴 증상으로 입원을 하셨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퇴원을 하셨고 깨달음은 새벽 첫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나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깨달음이 자기 혼자 갔다 오겠다며 말렸다. [ 왜? 나도 가야 되지 않아? ] [ 가도 되지만 나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서 그래. 할일이 많아서 ] 일단 코로나 때문에 지금까지 요양원의 면회가 금지되었는데 이번에 특별히?15분간의 면회를 허락해줘서 시간이 아주 짧은 것도 그렇고 이번에 부동산에 가서 확실히 아버님 집을 팔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자기 혼자 다녀오는게 편하다며 7월말에 또 갈 일이 있으니 그 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집을 나선 깨달음은 오전이 지날 무렵에 택시 안이라며 전화를 해왔다... 2020. 7. 6.